1893년 7월 6일 모파상이 세상을 떠났다. 모파상의 소설 중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단편과 장편을 각각 하나씩 들라면 아마도 〈목걸이〉와 〈여자의 일생〉이 아닐까 여겨진다.
〈목걸이〉의 주인공은 마틸드이다. 그녀의 남편은 하급 공무원이다. 마틸드는 장관 초대 부부 파티를 앞두고 친구에게서 진주 목걸이를 빌린다. 남의 이목을 생각해 비싼 치장을 한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겠지만 소설인즉 심각한 갈등이 생겨나지 않을 리 없다. 신나게 파티를 즐긴 후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거울 앞에 서서 다시 한번 자신의 미모를 감상하려는 순간, 이게 무슨 일인가! 목이 텅 비어 있다. 부부 둘이서 찾느라 안간힘을 쓰지만 사라진 목걸이가 나타날 리 없다.
부부는 큰 빚을 내어서 마련한 거금으로 빌린 것과 똑같은 진주목걸이를 사서 돌려준다. 그 후 그녀는 10년 동안 파출부를 하고 퇴근 뒤에도 아르바이트를 해 빚을 갚는다. 그러느라 폭삭 늙어버렸다. 진주 목걸이를 하고 아름다움을 뽐냈던 장관 초대 부부 파티 때의 미모는 눈을 씻고 찾아도 그 흔적조차 묘연하다.
어느 날 길에서 마틸드는 진주목걸이를 빌려주었던 친구와 우연히 마주친다. 마틸드는 진주목걸이를 잃어버렸고, 돌려주느라 10년 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실토한다. 한눈에 봐도 삶에 지친 모습이 역력한 마틸드를 위로하며 친구가 말한다. “그 진주목걸이, 가짜였어!”
〈여자의 일생〉 주인공은 잔느이다. 귀족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열둘부터 열일곱까지 수도원 기숙사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는다. 해안 별장에서 꿈 많은 시간을 보내던 중 단정한 얼굴에 지성적 눈매가 돋보이는 줄리앙을 소개받고, 마침내 그와 결혼한다.
줄리앙은 형편없는 친구였다. 관심은 온통 처가의 재산뿐이었고, 하녀 로잘리를 임신시켜 아이를 낳고, 백작 부인과 불륜을 즐긴다. 잔느는 로잘리를 집에서 내보낸다. 줄리앙은 백작에게 죽임을 당한다.
잔느는 외아들 폴에게 온갖 정성을 쏟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들 또한 아버지를 닮아 끝없는 방탕에 빠진다. 폴 때문에 모든 재산을 처분한 잔느는 오두막에서 생활하는 처지가 된다. 잔느는 찾아온 로잘리를 맞아 함께 산다. 이때 며느리가 죽고 손녀가 그녀에게 보내진다. 잔느는 손녀를 붙들고 미친 듯이 입을 맞춘다.
모파상은 허상에 빠진 두 여인의 비극을 보여준다. 모파상이 말하려는 바는 겉모습 아닌 본질을 중시하라는 메시지이다. 왜냐하면 〈여자의 일생〉의 줄리앙은 〈목걸이〉의 목걸이에 해당되는 ‘독버섯’이기 때문이다. 진주목걸이를 휘두른다고 해서 사람의 격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지만, 배우자나 애인의 외모가 준수하다고 해서 나의 인생에 꽃이 피는 것도 아니다.
화려하다고 해서 모두 독버섯인 것은 아니다. 화려하지 않다고 해서 모두가 독버섯이 아닌 것도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독버섯에는 독이 있고, 사람은 일반적으로 화려한 독버섯에 더 쉽게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