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도156.pdf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도156 판결]
사안의 개요
▶ 피고인 서○○는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라 한다)는 1987년 대선에서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자의 당선을 위하여 북한의 지령을 받은 북한 공작원 김승일, 김현희가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한 것(이하 ‘폭파사건’이라 한다)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사전에 각본을 짜놓고,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미리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 858기 화물칸에 외교행낭을 가장한 폭약을 탑재해 놓은 후, 대한항공 858기가 1987. 11. 29. 아부다비를 이륙하여 서울을 향하여 인도양 상공을 운항하고 있을 때 폭파시키고, 바레인 당국에 의해 체포된 김현희를 한국으로 압송한 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김현희의 범행이라고 허위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필자는 1997년 이후 위 폭파 공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남산’의 해외공작원 조○○을 우연히 만나서 이러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실체에 대해 듣게 된다.”는 요지의 원고를 집필하였다.
▶ 피고인 서○○은 2003. 3.경 서울에 있는 위 도서출판 ○○ 사무실에서 위 출판사의 대표인 피고인 전○○를 만나 위 원고를 책으로 발간해줄 것을 제의하여 2003. 11. 위와 같은 내용의 소설(이하 ‘이 사건 소설’이라 한다)이 출판, 판매되었다.
▶ 검사는 피고인들의 위 소설 집필, 출판, 판매 행위에 대하여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의율하여 기소하였다.
소송의 경과
▶ 제1심
- 통상의 독자들이 이 소설의 구체적 사실이 작가의 상상에 의한 허구로 구성되고 각색되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고, 국가기관의 수사결과에 대한 비판 등은 넓게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소설의 일부 내용과 표현에 안기부의 수사결과에 배치되는 사항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들이 KAL 858기 폭파사건의 수사 담당 간부 및 직원들을 비방하거나 그 명예를 훼손하려고 이 소설을 집필, 간행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무죄를 선고
▶ 제2심
- 이 사건 소설이 일반 독자들에게 소설상의 내용을 직접 진실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들도 주장하고 있듯이 피고인들이 가지고 있는 의혹을 소설의 형식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외 각 사회단체들과 언론에서 진상규명을 주장하거나 의혹을 주장하였고 안기부의 후신인 국가정보원이 위 폭파사건을 재조사한 바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결과적으로 이 사건 소설의 전체적 흐름이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음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이 사건 소설을 집필, 출간한 행위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에 관한 새로운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달리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
대법원의 판단
▶ 관련 법리
- 형법 제309조 제1항 소정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서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
- 그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 인물과 같은 공인인지 아니면 사인에 불과한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ㆍ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리고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그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 판단
- 이 사건 소설이 일반 독자들에게 소설상의 내용을 진실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이 가지고 있는 의혹을 소설의 형식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 소설을 집필, 출간한 행위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에 관한 새로운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비방의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
▶ 참고 판례
-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915 판결
-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6도6322 판결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4도482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