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80년대 이후 그동안 무분별하게 시행되어 왔던 이민정책의 결과로 극심한 사회 이질화를 겪었고 그에 따라 학교에서의 계층간 불평등 문제도 심화되어, 학생, 교사, 교수방법 측면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어왔다. 이러한 위기는 특히 중학교 입학생 중 문맹자 수의 증대 (약15%), 학생 계층간의 격차, 과외수업의 활성화, 중등과 대학의 무자격 졸업생 수의 증가, 학생과 교사의 잦은 무단결석, 신체 및 정신적 폭력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들의 근간에는 프랑스 교육제도의 폐쇄성, 교수 및 학습문제 해결능력의 부족, 교사들의 사명감 부족, 교직에 만연하는 개인주의와 안일주의 풍조, 사회계층에 따른 학교들의 학생 차등선발, 부적절한 교원양성교육과 연수, 청소년 실업증가로 인한 학교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고조, 지식의 파편화, 1959년 민주화법의 비효율성 등이 깔려있다고 지적되기도 하였다.
프랑스 사회가 당면한 교육정책 현안 오늘날 프랑스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교육정책적 사안은 사회 및 학생집단의 이질화에 따른 조기탈락, 학교폭력, 계층간 격차 등, 여러 가지 교육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한편,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실제 능력에 맞춘 다양한 학업기회를 보장하면서 21세기에 요구되는 새로운 지식과 능력을 갖추게 하는 교육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미 90년대 말부터 21세기 미래교육에 대비한 중등교육의 방향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특히 학생집단의 이질화가 극심하게 드러나는 중학교 교육에 대한 개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단계에서 학습부진생에 대한 조기 진로지도와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한 특성화된 교육 및 실업계 교육이 가장 절실하게 요청되었고, 또 고교의 차별화된 교육과정과의 균형을 취한다는 점에서도 이 단계의 기본 공통교육이 매우 중요시되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교육 개혁의 과제와 방향 그리하여 2000년 9월, 국가총장학위원회(IGEN)는 '2000년대의 중학교'라는 중학교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수립하고 주요 개혁안으로 개인지도, 국어 사용능력, 다양한 진로지도, 교과간 연계학습, 기술교육, 시민교육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실천방안으로 초등 말년과 중1년의 연계강화, 교사와 학부모간의 만남, 보충수업, 개인지도, 읽기 아틀리에의 운영, 학급생활시간의 도입, 3학기제의 성적표 발행, 학생간 튜터제, 중학생 기록장 등을 도입하였다.
이어서 2001년에는 '미래의 중학교에 대한 고찰 (Réflexion sur l'avenir du collège)'이라는 필립 쥬타르 보고서를 통해 중학교 교육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주도하였다. 이 보고서는 프랑스의 미래의 중학교 개혁 방향을 다음과 같은 3대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그것은 첫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신장할 수 있는 새로운 학습도구와 학습법을 개발하고, 둘째, 학생들의 기호와 취미를 고려한 21세기에 대비한 능력을 습득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며, 셋째, 기술계 및 실업계의 이미지를 개선하여 보다 긍정적인 진로지도 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실천방안으로 개인지도 기제의 도입, 초등과 중등의 연계 강화, 국어교육의 강화, 학업부진의 조기발견과 대처, 교육자율권의 강화, 제2외국어 도입, 자기주도적인 그룹학습의 실천, 직업발견교육의 실시 등이 제안되었으며 이는 대부분 교육정책으로 채택되었다. 오늘날 프랑스의 교육법에 의하면 중학교 교육은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여 기본공통문화를 구축케 하며 개인의 정체성 및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시켜야 하는 의무를 진다. 따라서 프랑스는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는 계열 구분 없이 단일 공통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하며 교육과정은 기초핵심지식을 중심으로 재조직하여 교사 차원에서 학교 및 학생의 필요와 요구에 맞추어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21세기가 요구하는 지식을 활용하고 재구성하는 능력 및 의사 표현력을 신장할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교 교육 개혁의 청사진 고교교육도 같은 맥락에서 거의 같은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다. 1999년, 국가최고교육위원회(CSE)는 고1년생들의 실업계 기피 현상과 증가하는 유급생의 비율에 대처하고 미래 고교 교육의 방향을 수립한다는 목적 아래,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현대 고교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여 '21세기의 고교(Un lycée pour le 21e Siècle)'라는 고교개혁의 청사진을 수립하여 발표하였다. 이후 고교 현장에는 소규모 그룹학습인 모듈, 개인지도, 학생간 튜더링, 개인 과제탐구학습인 TPE 등의 다양한 새로운 학습법들이 도입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오늘날 개인적 학습능력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적인 학습방법 모색의 일환에서 도입된 이러한 학습법들은 모두 학습의 개별화를 초래하고 있어서 사회성, 시민성 교육을 중시하는 중등교육의 일반목표와 조화를 시켜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범교과적 통합학습 및 연계학습을 지향하는 중등교육 이와 같이, 2000년대 이후의 프랑스 중등 교육과정은 공통문화지식을 위하여 일반교양을 대폭 넓히고 전공 위주의 교과교육 틀을 벗어나 범교과적 통합학습 및 교과 간 연계학습을 지향하고 있다. 공통 문화적 지식 요소들은 지적, 문화적, 시민적, 윤리적, 경제적 관점을 토대로 선정되었으며 선정기준은 학생들의 인성형성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판단하는 것과 국가 및 사회구성원으로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나갈 수 있는 시민적 소양을 기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 교과에 걸친 국어활용과 습득을 통하여 전반적인 국어 사용능력의 신장을 도모하였으며 학습방법은 개인 과제수행, 발견학습, 주제 탐구학습을 통한 범교과적 통합학습을 지향하였다.
한편, 공동문화의 형성과 사회단합을 위한 문화예술교육과 시민성 및 가치관 교육도 강조되고 있다. 이중, 시민교육은 특정한 지식의 전수가 아니라 현대적 이슈에 대한 대화 토론학습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사회문제의 복합성과 견해의 상대성을 인식시키고 가치관과 행동원칙 및 비판의식 교육을 목표로 한다. 보다 체계적인 시민교육을 위해서 앞으로 초등과 중등을 관철하는 공통 개념을 정립하고 학년 간의 학습연계성을 수립하며, 다른 기초지식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통일된 교수학습법을 개발하고, 학교생활과의 연계 및 외부 파트너들과의 연계를 도모해야 하는 등의 주요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가치관 교육의 주요 방향 가치관 교육으로는 학교 및 교사의 권위수립과 학교생활 교육을 강조한다. 프랑스에서는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순발력과 창의성을 절대시하는 능동적인 교수학습법을 지향해 오면서 규범이나 교사의 지시적 개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사회전반에 확산되었다. 이는 교사의 권위를 매우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데, 오늘날 사회와 학교 전반에 반사회적 태도와 폭력이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제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권위의 부재가 지적되면서 교사의 권위를 새로이 수립하는 일이 시급한 사안으로 부상하였다. 하지만 자유를 추구하고 전통적 형태의 권위를 부정하는 성향이 강한 현대 청소년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보다 현대적인 개념의 ‘계약 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권위체제를 수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학교와 학생들 간 계약을 수립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생활의 기본원칙들인 시간 준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등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또한 2000년대 유럽연합시대를 맞이하면서 국가교육의 미래를 유럽차원에서 제고하고 미래 사회경제의 요구에 부응하여 지식기반사회의 기저를 형성하고, 평생교육을 증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 앞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 앞에서 프랑스 정부는 2003년 9월 15일부터 1년에 걸쳐 학교의 미래에 대한 전국적 토론을 주도하여 국민들의 여론을 대대적으로 수렴하였고 이는 2004년 10월 '모든 학생들의 성공을 위하여'라는 텔로 보고서로 세상에 나왔다. 정부 주도의 이러한 대국민 교육토론은 시대적인 요청에 따라 교육개혁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국가교육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한마당에 전 국민을 참여시키고자 한 것이 목적이었다.
‘대국민 교육토론’의 결과물인 텔로 보고서 텔로 보고서는 미래의 프랑스 학교교육은 교육, 지식전수, 사회화, 전문화의 4대 목표를 추구해야 하며, 특히 의무교육은 모든 학생의 학업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실천목표로 기본공통교육의 강화, 고교 계열별 교육의 특성화 및 차별화, 중학교 단계의 진로지도 교육의 강화, 학생 사회계층간의 혼재 도모, 학교 교육활동의 자율성과 책무성의 강화, 21세기 교사의 임무와 역할의 재정의, 학부모의 교육 참여 신장, 교육협력자들과의 적극적인 교육협력 방안 도모 등을 제시하였다. 한마디로, 텔로 보고서는 교육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가 확고한 실천의지와 책무성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미래에 대한 청소년들의 신뢰와 학생과 교사간의 상호신뢰, 교사들의 교육부에 대한 신뢰와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가 필요함을 촉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대국민적 여론 수렴 결과인 텔로 보고서도 교원과 학생집단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정권을 위협하는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게 되면서 실행에 이르지 못하고 사장되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텔로 보고서의 후속으로 2005년 4월 23일자로 교육법을 개정하고 국가 의무교육은 개인적, 사회적, 직업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지식을 습득케 하여 학생으로 하여금 계속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질을 심어 주어야 하며, 국가 공교육은 공화국 가치관을 공유하게 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법을 토대로 2006년 11월, 21세기의 의무교육 기본공통교육과정을 수립하였다. 국가교육과정에 학업성취도 국제평가 (PISA)의 평가결과를 고려하고, 지식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함과 동시에 유럽의회의 ‘평생교육을 위한 핵심능력’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새 공통교육과정은 홍보기간을 거쳐 2007년 9월 신학기부터 적용된다.
21세기를 지향한 프랑스의 최신 공통교육과정 그리하여 21세기를 지향한 프랑스의 최신 공통교육과정 (Le socle commun des connaissances et des competences)은 국어사용 능력, 외국어 구사 능력, 수학 및 과학 기초지식, 인터넷 및 의사소통 도구 사용능력, 인본주의적 문화지식, 사회성 및 시민성, 자율성 및 주도성의 7대 능력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다. 이러한 기본 공통지식과 능력을 토대로 지식을 재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관점에서이다. 그리고 새 교육과정은 미래사회의 필수적인 지식과 태도는 무엇보다도 개방적 태도, 진리를 추구하는 마인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심, 호기심과 창의성이라고 보고 이러한 자세의 총체적인 습득을 지향한다. 그리하여 범교과적 횡적 능력으로서 시민성과 자기 주도력을 특히 강조하며, 그 실천방안으로는 문화교육, 예술교육 및 체육교육을 중시한다.
한편, 이러한 새 교육과정의 수립과 함께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따른 효율적인 학습 및 진로지도를 위하여 제2주기 기초학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등 3년과 초등 말년 그리고 중학교 말년의 세 단계에 평가기제를 수립하고 교사들에게는 평가도구를 개발 보급하며, 학생 및 학부모에게는 학업발달 개인기록부를 통하여 능력 습득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개인별 학습리듬과 결과를 고려하여 여러 가지 개인학습 지도 기제를 가동한다.
프랑스가 전 국민을 국가교육의 미래에 대한 성찰로 이끌고 토론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보고서에 실은 경구를 소개하면서 본고를 마친다.
글 : 이부련 (경상대학교, 파리8대학교 연구 교수)
“인간은 교육에 의해서 비로소 인간이 된다” - 엠마뉴엘 칸트 “교육자들이여, 학부모들은 당신에게 아이를 맡기면서 정직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길 바라고 국가는 훌륭한 시민을 양성해주길 바란다는 것을 잊지말라” - 프랑수와 기조 “가르쳐서 안되는 사람이란 없다. 우리가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아동이 갖지 않은 것을 요구하면서 정작 그가 가진 것은 키워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 마그리트 유르스나르 “나는 내가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더욱 잘하게 되었다” - 장 자크 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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