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양전지판 제조업체는 산업 전반의 가격폭락으로 수년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과 주가가 오르는 추세다.
by Brian Dumaine
한 뉴스가 월가를 강타했다. 지난 4월 초, 미국의 태양전지판 1위 생산업체 퍼스트 솔라가 상당히 긍정적인 예상전망치(guidance)를 발표해 애널리스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2년 매출 30억 달러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매출 신장과 함께 이익이 28%나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예상을 상회하는 것이었다. 퍼스트 솔라의 주가는 하루 만에 43%나 폭등했다. 2008년 기록한 273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최근 45달러까지 올랐다. 퍼스트 솔라의 CEO 짐 휴스 Jim Hughes는 “안개가 걷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태양에너지 업계는 지난 수년간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중국 기업은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공급량을 크게 늘리고 가격을 75% 가까이 하락시켰다. 고객은 좋아할 소식이었겠지만 태양전지판 제조업체에겐 재앙이었다. 적자에 허덕이던 중국의 선테크 Suntech와 미국의 솔라자임 Solazyme 등 주요 업체가 파산했다.
그렇다면 왜 휴스는 퍼스트 솔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우선, 가격이 마침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올 1분기 태양전지판의 가격은 5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에서 벗어나 약간 오르기까지 했다. 과도한 공급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 주된 이유다. 리서치업체 그린테크 미디어 Greentech Media에 따르면, 2008년만 해도 미국 내에서 벤처자금을 지원받는 태양에너지 신생업체가 200개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중 3분의 1 이상이 지난 수년간 인수되거나 폐쇄 또는 파산에 이르렀다.
반면 수요는 다양한 이유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0기가와트의 태양열 발전용량을 갖출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태양전지판 제조업체가 총 3.3기가와트-원자력 발전소 한 기에 버금간다-의 발전설비를 설치하면서 태양에너지 산업은 2012년 76% 성장했다.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또 29개 주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공급을 일정 부분 의무화한 덕분에 매출이 증가 추세에 있다. 아울러 새로운 태양열 장비 모델 보급-구글이 지원하는 솔라 시티 Solar City를 비롯한 선런 SunRun 등의 업체는 고객에게 계약금을 전혀 받지 않거나 조금만 받고 태양열 장비를 대여해주고 있다-이 본격화되면서 신규 태양열 장비 설치 부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휴스는 회사가 이런 흐름에 가세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퍼스트 솔라의 경쟁력은 신-필름 솔라 thin-film solar라는 차세대 기술이다. 현재 태양전지판은 거의 실리콘으로 만든다. 하지만 퍼스트 솔라는 매우 얇은 막에 넓게 펴 바를 수 있는 텔루르화 카드뮴(cadimium telluride)을 사용한다. 비교적 생산공정이 저렴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근거리용 전지판을 와트 당 64센트에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필름 솔라 전지판에도 문제는 있다. 실리콘 전지판에 비해 태양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퍼스트 솔라의 제품 효율성이 13%인 반면, 실리콘 전지판의 효율성은 평균 16%다. 실리콘 전지판과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퍼스트 솔라 전지판을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이런 이유로 퍼스트 솔라는 주로 대규모 공공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휴스는 퍼스트 솔라의 차별화된 강점이 간소한 생산공정, 적은 자본비용, 저렴한 설치비용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6년까지 회사의 태양열 발전 단지가 킬로와트시(時)당 7~8센트의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할 것이며, 화석 연료와 비교할 때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자신했다. 변환 효율성 격차도 곧 줄어들 것이다. 올해 봄, 퍼스트 솔라 연구소에서 만든 신-필름 전지판이 16%의 효율성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는 실리콘과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가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퍼스트 솔라에겐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전기를 끊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태양에너지 저장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국가도 태양에너지를 주요 전기공급원으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또 퍼스트 솔라의 신-필름은 언제든 한물간 기술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40%의 효율성을 기록한 획기적인 실리콘 전지판을 개발한 바 있다. 돈이 많이 드는 기술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용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태양전지판 수요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주와 같은 거대 고객은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충족할 정도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때문에 이런 곳에서 수요는 좀처럼 늘지 않을 것이다. 또 미국에선 천연가스가 저렴하기 때문에 태양에너지가 가격 경쟁에서 앞서기 쉽지 않다. 유럽은 여전히 세계 최대 태양에너지 시장이지만 경제가 어렵고 정부 지원금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퍼스트 솔라는 새로운 성장 기반을 찾기 위해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많은 마을들은 비싼 등유나 태양에너지에 의존해야 한다. 이곳을 “등유 시장”이라 부르는 휴스는 태양전지판 산업이 연간 100억~1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퍼스트 솔라는 이런 시장에서 잉리 Yingli-현재 퍼스트 솔라를 앞지른 최대 태양열 장비 제조업체-와 같은 중국 기업과 경쟁할 것이다. 휴스는 “우리는 경쟁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수년간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했던 기업으로선 꽤나 밝은 전망으로 들린다.
2008년 벤처자금 지원을 받은 미국 태양에너지 신생업체는 200개에 달했다. 그중 3분의 1 이상이 인수되거나 폐쇄 또는 파산에 이르렀다.
필자 : Brian Dum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