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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린 margarine
헤로도투스(Herodotus)가 스키타이 사람들의 기벽(奇癖) 중 하나로 언급한 바 있는 이 버터는 고
대 그리스나 로마 이전부터 인도, 이란, 그리고 북부 유럽 등지에서 만들어 먹었다. 인간이 버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낙타 덕분이었던 것 같다. 장거리 여행을 하는 낙타꾼들은 우유를 가죽
자루 속에다 넣어 다녔는데, 낙타의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는 그 우유를 시큼한 버터로 만들기에 제
격이었다. 그런데 버터는 본래 부자들의 음식이었다. 우유 100kg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버터는 고
작 4.5kg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또 버터는 그리 오래 보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해군이나 선원들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프랑스의 나뽈레옹 3세는 1869년 이 두 가지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천연버터를 대신할 인공버터를 공모하였다. 이 공모에서 프랑스인 메주-무리에쓰(Hippolyte Mège-Mouriés, 1817-1880)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그는 분리된 쇠고기 지방, 우유, 물을 섞어 흰색의 유상액을 만들고 그것을 올레오마가린(oleomargarine)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올레오(oleo)는 ‘기름’을 뜻하는 접두사고, 마가린(margarine)은 ‘진주 색깔의’라는 뜻의 형
용사다. 그러니까 올레오마가린은 ‘진주 색깔의 기름’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마가린이라는 용어
를 만든 사람은 메주-무리에쓰가 아니라 숴브뢸(Michel Eugène Chevreul)이라는 프랑스 화학자였다. 그는 1813년 지방산(脂肪酸)의 진주 빛 침전물을 찾아내고, ‘진주’라는 뜻의 그리스어 마르가론(margaron)을 사용하여 마가린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마들렌 madeleine
조그만 가리비 모양의 스폰지 케이크인 마들렌은 아마 문학상 가장 널리 알려진 케이크일 것이
다. 그 유명세의 주인공은 1913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1권 『스완네 집 쪽으로』(Du cote de chez Swann)를 쓴 프루스트(Marcel Proust)다. 그는 ‘작은 마들렌’을 차에 담갔다가 먹으면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 문학상의 이야기일 뿐이고, 그 이름은 마들렌 뽀미에(Madelaine Paumier)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 뽀미에는 뻬로뗑 뒤 바르몽(Perrotin du Barmond)부인의 요리사였는데, 그의 케이크 조리법을 높이 평가한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이 케이크에다 붙여 주었다.
마르티니 martini
마르티니는 베르무트(vermouth), 진의 혼합주로 일종의 칵테일이다. 이 단어의 어원을 두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장이 있다. 하나는 베르무트를 만드는 이탈리아 제조사의 이름인 마르티니 & 로시(Martini & Rossi)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이 음료를 처음 만든 마을인 캘리포니아주 마르티네즈(Martinez)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다.
마오타이
중국의 서남쪽에 있는 구이저우 성(貴州省)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지역이다. 그 덕분에 도처에서 맑은 물이 샘솟는다. 마오타이지우(茅台酒)는 구이저우의 모태현(茅台县)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1915년 파나마 만국박람회장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바람이 불면 주위에 있는 천여 명이 취하고 비가 온 후 뚜껑을 열면 그 향이 십 리를 간다’는 청나라 한 시인의 시구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술은 여러 차례의 발효, 저장, 증류 과정을 거쳐 빚은 술로 그 향기가 대단하다.
마요네즈 mayonnaise
마요네즈라는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다. 프랑스 남서부 바이욘(Bayonne)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달걀노른자’를 지칭하는 고대 불어 모이에우(moyeu)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마혼(Mahon)이라는 도시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마지막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이 단어의 유래는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Spanish War of Succession)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14년 종료된 이 전쟁으로 프랑스는 스페인 왕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지만 서지중해 마노르카(Minorca)섬 등 많은 영토를 영국에 빼앗겼다. 50여 년이 지난 1756년 프랑스는 이 섬을 다시 되찾았는데, 이 승리를 이끈 사람이 바로 히슐리외 공작(Duc de Richelieu)이다. 본래 미식가였던 그는 전쟁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했다. 뭔가 먹을 만한 것을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요리사들은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가까운 민가를 습격하여 부엌에 남아있는 것은 모두 가져와 큰 사발에 담았다. 그때 요리사들이 준비한 음식은 히슐리외가 먹어 본 그 어느 음식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맛있었다. 이 이야기가 빠리에 전해지자 사람들은 미노르카 섬의 수도였던 마혼(Mahon)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고, 이때 한 프랑스 주방장이 기발한 생각을 해 음식 맛을 돋울 수 있는 원료들을 섞어서 새로운 소스를 개발하고 그 소스를 ‘마호네즈 소스’라고 소개하였다. 처음에는 ‘마혼의’라는 뜻으로 마호네즈(mahonnaise)라고 하다가 1807년경 오늘날처럼 ‘마요네즈’(mayonnaise)라고 하게 되었다.
마카로니 macaroni
마카로니는 1505년 “마카롱 앙 뽀떼주(macarons en potaige)”라는 표현 속에 처음으로 나오고, 1690년에는 현재와 똑같은 형태로 나온다. 이 단어는 남부 이탈리아어 마카로네(macarone)에서 차용된 것으로, ‘일종의 밀가루 음식’을 지칭했다. 그런데 이 이탈리아의 어원을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크게 보면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이것들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첫 번째 설은 이 단어가 보리로 만든 ‘장례식의 식사’를 뜻하는 그리스어 마카리아(makaria)에서 나왔다는 설이고, 두 번째 설은 마카리아와 동일한 의미를 가진 마카로네이아(makaroneia)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실제로 트라케(trace)에서는 요즈음도 ‘장례식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마카로니아(makaronia)라고 부르고 있다. 마카로니가 불어로 들어갈 때에는 이 두 설이 주장하는 장례식과는 전혀 관계없는 상태로 들어갔다. 1690년 퓌르띠에르(Furetière)는 “밀가루, 치즈로 만든 [반죽을] 고기와 함께 항아리 속에서 찐” 것이라고 적고 있으며, 1721년 트레부(Trévoux)는 “그것으로 수프나 다른 요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오늘날처럼 “속이 빈 긴 관 형태로 만들어진 식용 밀가루 반죽”이라는 의미로 쓰인 것은 19세기 때의 일이다.
머스타드 mustard
머스터드는 매운 맛이 나는 씨앗을 대충 빻아서 발효 전의 포도액과 섞어서 만든 것이다. 어원은 포
도액과 관련이 있다. 라틴어 무스툼(mustum)이 그 어원인데, 무스툼은 ‘새 포도주’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이 라틴어는 고대 불어로 들어가 무스타르더(moustarde)가 되었고, 1190년에 영어로 들어가 머스터드(mustard)가 되었다. 로마인들은 머스터드를 매우 좋아했고, 원정을 통해 이것을 영국으로 가져갔다. 영국의 테우케스버리(Tewkesbury)는 영국 최고의 머스터드를 생산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인까지 머스터드를 부담 없이 먹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노르위치(Norwich)의 콜만(Colman) 가게에서 노란색 머스터드 가루를 깡통에 넣어서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머핀 muffin
머핀의 어원을 독어로 보는 사람도 있고 불어로 보는 사람도 있다. 독어로 보는 사람은 이 단어가
‘작은 케이크’를 가리키는 독어 무페(mufe)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무페의 복수형은 무펜(mufen)이고 아마도 이 단어로부터 무핀(moufin)이 나온 것 같고, 18세기 초에 영어 머핀이 나왔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 단어가 불어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 단어가 ‘부드러운’이라는 뜻의 고대 불어 무플레(mouflet)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머핀의 독어 어원은 이것의 형태와 관련이 있고, 불어 어원은 이것의 질감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을 뿐 그 어원은 여전히 분명치 않다.
메뉴 menu
메뉴의 정확한 불어 발음은 머뉘다. 머뉘의 어원은 ‘줄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미누에레(minuere)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누에레에서 민(min)은 ‘작음’을 지칭하는 인도유럽어족의 두 어근인 멘(men)과 메이(mei)의 영향으로 생긴 것 같다. 어쨌든 미누에레의 과거분사는 미누투스(minutus)고, 머뉘는 11세기 중반 이 단어로부터 나온 메누더(menude)를 줄여 만든 말이다. 당시의 이 단어는 사회적으로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가리켰는데, 예를 들어 장트 메누더(gent menude)라고 하면 ‘하층민’을 가리켰다. 그러다가 서서히 어떤 형태의 얇음도 가리키게 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718년으로 ‘식사를 구성하는 요리의 상세한 목록’을 가리켰다. 1851년에는 ‘이런 목록이 적혀 있는 종이’를 가리켰고, 1868년에는 식사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 했다. 이 단어가 영어로 들어간 것은 1837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멜라닌 melanin
멜라닌은 검은색의 생물학적 색소로, 피부, 머리카락, 조류의 깃털, 비늘, 눈동자와 내장막 등에서
발견된다. 1843년 멜라닌(melanin)이란 형태로 영어로 기록된 이 단어의 어원은 ‘검은, 어두운’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멜라스(melas), 멜라노스(melanos)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멜라닌은 이 그리스 단어에다 화학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접미사인 인(in)을 붙여서 만든 말이다. 한편, 멜라스나 멜라노스를 사용해 만든 말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멜랑콜리(melancholy)가 있다. 이 단어는 ‘흑담즙’을 의미하는데, 고대 의학자들은 사람에게 흑담즙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고 생각했다.
모찌
흔히 ‘모찌떡’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같은 의미의 말을 두 번 반복하는 셈이다. 일본어 모찌 자체가
이미 ‘떡’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찌는 일본어에서 떡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어원
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쪄서(무시, 蒸し) 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고, ‘지참하다’ 혹은 ‘유지되다’라는 뜻을 가진 모쯔(もつ)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모차렐라 mozzarella
모차렐라는 물소의 젖으로 만든 순하고 부드러운 이탈리아 치즈를 말한다. 특히 나폴리 근처에서
많이 생산되는 치즈다. 어원상으로 보면 이 단어는 무엇을 자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이탈
리아 동사 모짜레(mozzare)는 ‘자르다’라는 뜻이고, 이것의 명사형이 모짜(mozza)이며, 이것의 작은 말이 바로 모짜렐라(mozzarella)기 때문이다. 영어는 1911년 이 이탈리아 단어를 차용하였다.
모카 mocha
모카는 예멘의 항구 이름인 모카(Mocha)에서 유래한 말이다. 모카는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커피 시장으로 명성을 날리던 곳이었다. 이 항구는 그 강한 초콜릿 향으로 오늘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모카를 ‘커피와 초콜릿의 혼합’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은 1849년부터다. 모카를 종종 사나니(Sanani) 또는 모카 사나니(Mocha Sanani)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예멘의 수도가 사나(Sanaa)였고, 모카는 사나로 들어가는 주된 항구였기 때문이다.
미네랄 mineral
요즈음 ‘미네랄 오일’, ‘미네랄 워터’와 같은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다. 미네랄의 어원은 ‘광산’이라는
뜻의 라틴어 미네라(minera)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단어로부터 ‘광산과 관련된’이라는 형용사 미네랄리스(mineralis)가 나왔고, 이 단어로부터 중세 라틴어 미네랄레(minerale)가 나왔다. 미네랄레는 ‘광산에서 얻은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 단어가 영어로 들어간 것은 14세기 말이다. 그리고 ‘동물성도 아니고 식물성도 아닌 물질’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602년부터다. 그리고 현대 과학적 의미로 쓰인 것은 1813년부터다. 한편, 미네랄 워터(mineral water)는 1562년부터 나오는 표현인데, 당시에는 광산의 물질이 약간 녹아있는 천연수를 지칭하였다.
미트 meat
요즈음 미트(meat)는 동물의 살코기를 가리키지만 이것은 14세기부터 생긴 관행일 뿐이다. 그 이전에는 살코기를 포함한 모든 음식을 가리켰다. 미트의 어원은 그렇게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이 단어의 어원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에도 있었다. 가장 유력한 설은 인도유럽어 메트(met)가 그 어원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측정된 음식의 부분’이라는 의미로 쓰였고 오늘날에도 그 흔적이 메저(measure), 이멘스(immense) 등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인도유럽어 메트(met)가 고대 영어 메트(mete)로 들어갔을 때에는 마시는 음료와 대비하여 먹는 음식을 지칭하던 말이다. 한편, 고대 영어 게메트(gemæte)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사람’ 즉 ‘친구’를 지칭하던 말인데, 그 흔적은 오늘날 영어 메이트(mate)에 그대로 남아있다.
민트 mint
민트는 멘타(mentha) 종에 속하는 다양한 식물들을 일컫는 단어다. 특별한 설명이 없는 한 민트는
보통 가든 민트(garden mint)를 가리킨다. 어원상으로 보면 민트는 고대 그리스어까지 올라간다.
그리스어로는 민테(minthe)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플루토(Pluto)의 사랑을 받아 허브로 변한 요정
을 의인화해 부르던 이름이었다. 이 민테는 라틴어로 들어가 멘타(menta, mentha)가 되었고, 다시 서게르만으로 들어가 민타(minta)가 되었다. 민타는 고대 영어 민테(minte)를 거쳐 오늘날 민트로 되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으로 페퍼민트(peppermint)가 있는데, 이것은 17세기 후반에 매운맛을 내는 식물이 유행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밀 meal
사전상으로 밀(meal)은 ‘식사’, ‘식사시간’, ‘한 끼니분’, ‘거칠게 빻은 곡식’ 등을 의미한다. 이 단어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단어가 본래 시간과 관련 있는 단어였다는 것이다. 이 단어의
직전 형태인 고대 영어 맬(mæl)은 식사, 식사 시간을 지칭하였지만, 이 맬의 이전 형태로 볼 수 있는 여러 단어는 모두 시간을 지칭하였다. 게르만의 말(Mal)이 그렇고, 고트어 멜(mel)이 그렇다. 이런 애초의 시간 개념은 ‘점차적’, ‘조금씩’이라는 의미를 가진 피스밀(piecemeal)이라는 단어에 여전히 남아있다.
밀크 milk
인간이 다른 포유동물의 젖을 먹은 것은 매우 오래된 일이다. 이미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소, 말, 낙
타, 야크 등으로부터 젖을 짜 먹었다. 그래서인지 단어의 어원도 인도-유럽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유럽어는 ‘문지르다’, ‘젖을 짜다’라는 뜻을 가진 멜그(melg)를 어근으로 단어를 만들었다. 동
물의 젖은 젖꼭지를 손으로 문지르면서 짜야 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인도-유럽어는
게르만어로 이어졌고, 그 형태가 오늘날 독어 밀히(milch), 네덜란드와 덴마크어 멜크(melk), 영어 밀크(milk)로 남아있다. 이와는 달리, 로망스어 계통의 언어들은 라틴어 라크(lac)에서 파생한 단어를 쓰고 있다. 불어의 레(lait), 이탈리아어 라떼(latte), 스페인어 레체(leche)가 그 좋은 예들이다. 한편, 밀크 초콜릿(milk chocolate)이라는 단어는 1723년에 처음 사용하였고, 밀크 쉐이크(milk shake)라는 단어는 1889년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바 bar
영어 바(bar)는 12세기에 고대 불어 바르(barre)에서 생긴 말이다. 당시에는 문이나 대문을 걸어 잠그는 데 사용하는 나무나 철 빗장을 가리켰다. 이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처음에는 계산대의 손잡이를 가리키다가 15세기에는 계산대 자체를 가리켰고, 16세기 말에는 술을 마시는 곳을 가리키기에 이르렀다. 18세기에는 ‘여종업원’을 뜻하는 바메이드(barmaid)가 생겼고, 1836년에는 바-텐더(bar-tender)가 생겼다. 한편, 한때 우리에게 널리 사랑받았던 아이스크림으로 누가바가 있는데, 이 단어는 호두를 뜻하는 누가(nougat)와 막대기를 뜻하는 바(bar)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바게트 baguette
바게뜨의 어원은 ‘막대기’를 뜻하는 라틴어 바쿨룸(baculum)이다. 이 바쿨룸으로부터 이탈리아어
박키오(bacchio)가 나왔고, 이 박키오의 작은 말로 박케타(bacchetta)가 생겼다. 불어 바게뜨는 16세기 초반에 이 박케타로부터 나왔다. 당시 이 단어는 군 장교들이 지휘를 할 때 사용하던 작은 막대기도 지칭하였다. 17세기에는 주로 동화에 나오는 요정이나 마술사가 사용하는 마술지팡이도 바게뜨라고 불렀다. 빠리 사람들이 가늘고 긴 빵을 바게뜨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이었다. 한편, 이 단어에 -s를 붙여 복수로 사용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젓가락’이라는 의미가 된다.
바나나 banana
바나나는 이 대양에서 저 대양으로 옮겨지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과일이다. 바나나를 처음 재
배한 곳은 동남아시아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초기 이슬람 시대에 인도에서 중동 아시아, 그리고 아
프리카로 넘어갔고 다시 유럽으로 전래되었다고 한다. 고대 로마에도 알려졌으나 로마 사람들은
그것을 무화과의 이름을 빌려 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라틴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불어는 13세기에 이것을 ‘천국의 과일’이란 뜻으로 뽐 드 빠라디(pomme de paradis)라고 불렀다. 바나나라는 말 자체는 서부 아프리카 기니의 반투(bantou)에서 온 것 같다. 16세기 중반 이 과일을 브라질로 가져온 포르투갈 사람들이 그것을 바나나(banana)로 부르면서 오늘날과 같은 명칭을 가지게 되었다.
바닐라 vanilla
바닐라는 멕시코와 같은 열대지방에서 자생하는 덩굴식물을 말한다. 아즈텍 사람들은 이것을 칠
리, 꽃가루, 꿀 등과 함께 넣어 그들이 즐겨 마시던 초콜릿 음료의 향을 더 진하게 만들려고 하였다.
이것을 자국으로 가지고 온 스페인 사람들은 뜨릴쇼치뜰(tlixochitl)이라는 어려운 나와뜰어 대신
라틴어 단어를 사용해 그들만의 단어를 만들었다. 바닐라의 어원은 라틴어 바기나(vagina)까지 거
슬러 올라간다. 바기나는 ‘칼집’을 지칭하던 말이다. 이 바기나는 다시 바이나(vaina)가 되었고, 이 바이나의 작은말이 에스파냐어 바이닐라(vainilla)다. 그리고 17세기 중반 이 단어로부터 영어 바닐라가 생겼다. 그러니까 아메리카 열대 지방의 덩굴 식물을 이렇게 부른 것은 그 모양이 작은 칼집이나 완두콩의 꼬투리처럼 생겼기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17세기에는 이 식물의 열매를 지칭했으나 차츰 그 맛이나 향을 지칭하게 되었다.
바베큐 barbecue
스페인 사람들은 콜럼부스의 발견 이후 차지한 하이티에서 여러 가지 이색적인 광경을 목격하였는
데, 그중 하나는 나뭇가지를 이용해 높이 만든 일종의 오두막이었다. 하이티 사람들은 이렇게 높은
오두막에서 잠을 잠으로써 야수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나뭇가지를 쌓은 다음
그 위에다 고기나 생선을 구워 먹는 것이었다. 하이티 사람들은 그것이 잠자리든 조리용 장작이든
간에 모두 ‘나뭇가지 더미’라는 뜻의 바르바코아(barbakoa)라 불렀다. 이 단어는 스페인 식민지에 서서히 퍼지게 되었는데, 17세기 북아메리카에서는 그것을 약간 변형시켜 바르바코아(barbacoa), 그리고 얼마 후에는 바르베큐(barbecue)라고 불렀다. 18세기 미국에서 바비큐는 구운 고기를 먹는 피크닉을 지칭하였고,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31년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버터 butter
버터의 어원은 그리스어 보우튀론(boutyron)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학자들은 이 단어가 ‘소’를 뜻하는 보우스(bous)와 ‘치즈’를 뜻하는 튀로스(tyros)의 합성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흥미로운 가설일 뿐이다. 그리스어 보우튀론(boutyron)은 라틴어로 들어가 부티룸(butyrum)이 되었고, 이것이 서게르만어를 거쳐 고대 영어 부테르(butere)가 되었고, 마침내 오늘날과 같은 버터가 되었다. 인도, 이란, 북부 유럽 사람들은 아주 일찍부터 이 버터를 먹었지만,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 는 먹지 않았다. 그래서 헤로도투스는 버터를 먹는 것을 스키타이인들의 기이한 행동 중 하나로 기
록한 바 있다.
베이커리 bakery
‘빵을 만드는 장소’라는 뜻의 베이커리(bakery)는 1857년에 생긴 단어다. 이 단어는 그 이전까지 사용되고 있던 베이커하우스(bakehouse)를 대체하였다. 처음에는 ‘빵을 만드는 장소’를 가리키던 베이커리는 차츰 ‘구운 것을 파는 가게’를 지칭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한편, 불어로 베이커리는 블랑줘리(boulangerie)라고 하는데, 17세기에 생긴 이 단어는 처음에는 빵을 굽거나 파는 행위를 지칭하다가 점차 그것을 파는 장소를 지칭하게 되었다.
베이컨 bacon
베이컨은 원래 ‘돼지의 등살’을 지칭했다. 그것의 어원은 게르만어 바콘(bakkon)에서 찾을 수 있
는데, 이것은 영어 백(back)의 어원인 바캄(bakam)과 관련 있는 말이다. 이 단어는 프랑크어 바코
(bakko)와 고대 불어 바콩(bacon)을 거쳐 영어로 들어왔다. 당시에는 ‘날것이든 구운 것이든 돼지고기의 옆구리 살’을 지칭했으나, 점차 ‘구운 돼지의 옆구리 살’로 한정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구운 돼지고기’는 모두 베이컨이라고 지칭하게 되었다. 한편, 베이컨이 계란과 함께 아침 식사로 등장한 것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 말기다.
베지타리언 vegetarian
흔히 채식주의자를 베지타리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베지타리언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순전히 야
채만 먹는 사람은 베건 베지타리언(vegan vegetarian)이라고 부르고, 유제품과 함께 야채를 먹는
사람은 락토 베지타리언(lacto vegetarian), 달걀과 함께 야채를 먹는 사람은 오보 베지타리언(ovovegetarian), 유제품과 달걀과 함께 야채를 먹는 사람은 락토-오보 베지타리언(lacto-ovo vegetarian)이라고 부른다. 베지타리언이라는 단어 자체는 1839년에 베지터블(vegetable)과 아리언(arian)을 붙여 만든 말이다. 이 단어가 널리 사용된 것은 1847년 영국 램스게이트(Ramsgate)에서 채식주의자 협회를 결성하면서부터다.
벤또
벤또의 어원은 중국 남송시대의 속어 편당(便當)으로, 그 본래의 뜻은 ‘편리하다’이다. 편당(便當)은 일본에 들어가 편도(便道), 변도(辨道) 등으로 표기되었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도시락을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것은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쌀인 자포니카 쌀은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쌀이었기 때문이다. 전통 일본 도시락은 밥, 어패류나 고기반찬, 매실 절임 등을 곁들여 만든다. 도시락은 가지고 다니기 쉽게 용기에 담는데 그 용기는 벤또바코(弁当箱)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부터 철도역에서 도시락을 팔기 시작했고(에키벤, ‘역에서 파는 벤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편의점에서도 팔게 되었다.
보드카 vodka
보드카는 ‘물’을 가리키는 보다(voda)에다 작은말을 만드는 접미사 카(ka)를 붙여 만든 러시아 말
이다. 그러니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작은 물’이라는 뜻이 되는데, 도수가 강한 술을 이렇게 부른
것은 그 색깔이 물처럼 투명하였기 때문이다. 이 단어가 영어로 들어간 것은 19세기 초반이다. 한편, ‘물’을 지칭하는 라틴어는 아쿠아(aqua)와 운다(unda)가 있는데, 아쿠아에서 ‘물’을 뜻하는 불어 오(eau)가 나왔고, 운다에서 ‘물결’을 뜻하는 불어 옹드(onde)가 나왔다. 러시아어 보다(voda)는 후자인 운다(unda)에서 나온 것이다.
보르도 bordeaux
보르도(bordeaux)는 프랑스 포도주 상표 중 하나다. 첫 자인 b를 대문자로 쓰면 프랑스 남서부
에 위치한 지롱드(Gironde) 주의 주도(州都)인 도시를 가리키는데, 이 도시는 갸론(Garonne) 강가를 끼고 있어 포도 재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보르도라는 지명은 라틴어 부르디갈라(Burdigala)에서 온 것으로, 이 단어는 부르드(burd)와 갈라(gala)를 합성한 것이지만 그 각각의 의미는 분명치 않다. 16세기 후반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포도주도 보르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
보졸레는 널리 알려진 프랑스 포도주 상표다. 보르도와 마찬가지로 보졸레 역시 지명이 보통명사
처럼 변한 경우다. 보졸레는 라틴어 형용사 벨리요켄시스(bellijocensis)에서 온 말인데, 이 형용사에 해당하는 명사는 벨로요쿰(Bellojocum)이다. 벨로요쿰은 ‘아름다운’이라는 뜻의 벨루스(bellus)와 ‘꼭대기’라는 뜻의 유굼(jugum)을 합쳐 만든 말이다. 따라서 이 단어는 이 지방이 높은 산들로 쭉 이어지는 지방임을 짐작케 해준다. 이 단어를 보통명사처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이다. 한편 보졸레 누보에서 누보(nouveau)는 ‘새로운’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2년 이상 숙성시키는 다른 포도주와는 달리 이 포도주는 9월에 수확하여 11월 하순에 출시하므로 그해에 새로 만든 포도주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봉골레 vongole
봉골레는 이탈리아어이므로 이탈리아어로 정확히 발음하자면 본골레라고 해야 한다. 본골레는 ‘대
합조개’를 뜻하는 본골라(vongola)의 복수형이다. 본골레 소스는 조개가 들어간 소스를 말하고, 알
레 봉골레(alle vongole)는 ‘조개가 들어간’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알레(alle)는 전치사 아(a)와 정관사 레(le)를 합성한 말이다. ‘조개가 들어간 스파게티’라고 하려면 스파게티 알레 본골레(spaghetti alle vongole)라고 해야 한다.
봉봉 bonbon
한국에서 ‘봉봉’이라고 하면 과립 음료를 가리키지만, 봉봉은 원래 ‘사탕’을 가리키는 불어다. 이 단
어는 ‘좋은’이라는 뜻의 불어 형용사 봉(bon)을 두 번 반복해 만든 어린이 말이다. 이는 달콤한 맛을
내는 사탕과자가 어린이들에게는 ‘좋은’ 것으로 여겨졌음을 암시해 준다. 이 단어는 18세기 말, 즉
빅토리아 여왕 시대 말기와 에드워드 왕 시대 초기에 영어로 들어갔다.
부댕 boudin
부댕은 프랑스식 소시지를 가리키는데, 돼지 피가 섞여 있으면 부댕 누아르(boudin noir, ‘검은 부댕’), 섞여 있지 않으면 부댕 블랑(boudin blanc, ‘흰 부댕’)이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13세기 말 문헌에 나오지만 그 어원은 분명치 않다. 많은 학자들은 ‘부풀음’을 뜻하는 어근 보드(bod)로 만든 의성어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기로(P. Guiraud)는 ‘부풀어 오르다’, ‘(입술을) 둥글게 만들다’라는 의미를 가진 부데(bouder)로부터 파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살비오니(Salvioni)는 이 단어가 ‘창자’를 의미하는 라틴어 보투루스(botulus)에서 파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이야베스 bouillabaisse
부이야베스는 프랑스 프로방쓰의 전통적인 생선 스튜 요리다. 특히 마르쎄이(Marseille)는 이 요
리로 유명하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하쓰까쓰(rascasse)라
고 불리는 지중해의 작은 씀바귀다. 어원상으로 보면 이 단어는 19세기 초 프로방쓰어 부이아베쏘
(bouiabaisso)에서 생긴 말이다. 부이아베쏘에서 부이(boui)는 ‘삶다’, ‘끓이다’라는 뜻의 불어 동사 부이르(bouillir)에서 따온 말이며, 아베쏘(abaisso)는 ‘내리우다’, ‘줄이다’라는 뜻의 불어 동사 아베쎄(abaisser)에서 따온 말이다. 이 두 말은 모두 명령형이므로, 그 전체적인 의미는 ‘(냄비에 넣고) 끓인 후 (불을) 줄여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불을 줄이는 것은 이 요리에서 끓일 것이라고는 이것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뷔페 buffet
이 단어는 12세기 중반에는 뷔페(bufet)로 쓰이다 13세기 중반에 오늘날처럼 뷔페(bu_et)로 쓰였다. 그러나 그 어원은 명확치 않다. 일부 학자들은 숨을 내쉬는 소리를 모방한 의성어 부프(bu_)에서 파생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이 단어는 처음에는 등·팔이 없는 걸상을 지칭했다. 그리고 13세기에는 ‘식탁’이라는 의미로도 쓰였다. 16세기에는 늘어놓은 식기 일체를 지칭했고, 17세기부터는 사람들이 가서 마시고 먹을 식탁을 지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세기에는 오늘날처럼 연회 시 요리와 음료를 놓아두는 긴 식탁을 지칭하였다.
브랜디 brandy
브랜디는 발효된 포도액이나 다른 과즙을 증류시켜 만드는 화주를 말한다. 그 이름은 이런 증류
과정과 관련이 있다. 그 어원은 ‘태운 포도주’라는 뜻의 네덜란드어 브란데비인(brandewijn)이다. 17세기 초 영국에서는 이 단어를 브랜데와인(brandewine) 또는 브랜드와인(brandwine)이라고 불렀고, 같은 세기 중반에는 브랜디와인(brandywine)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이 마지막 단어에서 와인(wine)을 빼고 그냥 브랜디라고 부르게 되었다. 18세기에는 프랑스 남서부 꼬냑(Cognac) 지방으로 부터 많은 양의 브랜디가 수입되어 중·상류층에서 소비되었다. 당시 하류층은 진을 많이 마셨다. 한편, 포도액이 아닌 다른 과즙을 이용한 것도 브랜디라고 불렀는데, 프랑스 노르망디(Normandie) 지방에서 생산되는 깔바도쓰(Calvados)가 그 대표적인 예다.
브런치 brunch
브런치(brunch)는 1896년 영국 학생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은어다. 학생들은 축제 다음날이나 일요일에는 늦잠을 많이 잤는데, 이런 학생들은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어중간한 식사를 하였고, 이것을 브런치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브랙퍼스트(breakfast)와 런치(lunch)에서 각각 브르(br) 와 운치(unch)를 따서 만든 합성어다. 이 단어는 1970년 불어에도 들어가 그대로 쓰이고 있다.
브레드 bread
브레드의 어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설이 있다. 한 가지는 브레드가 ‘음식의 한 조각’을 뜻하
는 고대 영어 부레드루(breadru)부터 왔다는 학설이다. 이 학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브레드는 ‘부스러지다’라는 뜻을 가진 고대 영어 브레오탄(breotan)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브레드가 반죽을 발효시키기 위해서 이스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양조하다’라는 뜻을 가진 브루(brew)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 영어 시대에 브레드는 빵을 지칭하는 흘라프(hlaf )와 경쟁적으로 사용되었다. 흘라프의 흔적은 남자 귀족을 지칭하는 로드(lord)와 여자 귀족을 지칭하는 레이디(lady)에 남아 있는데, 전자는 ‘빵을 지키는 사람’이고 후자는 ‘빵을 만드는 사람’이다. 1200년 이후 브레드는 ‘구워진 반죽’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로프(loaf )는 단순한 ‘빵 덩어리’라는 의미로 쓰임으로 세분화되었다.
브랙퍼스트 breakfast
브랙퍼스트(breakfast)는 1463년 ‘아침’이라는 의미로 처음 쓰였다. 이 단어는 ‘끊다’라는 뜻의 브레이크(break)와 ‘단식’이라는 뜻의 패스트(fast)를 합쳐 만든 말이다. 브레이크는 게르만어에서 온 단어고, 패스트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에서 온 단어다. 어쨌든 이 두 단어를 합치면 ‘단식을 끊다’라는 의미가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아침식사’를 지칭하다가 지금은 ‘점심식사’를 지칭하는 불어 데줘네(déjeuner) 역시 어원상으로는 ‘단식을 끊다’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두 단어의 의미로 미루어 볼 때, 옛날 사람들은 저녁을 상당히 일찍 먹고 잠자리에 들어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식사하기까지 꽤 긴 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브로쉐뜨 brochette
브로쉐뜨는 브로슈(broche)의 작은말로 1180년경부터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브로슈는 속어 라틴어 브로카(brocca)에서 나왔는데, 브로카는 ‘날카로운 것’이라는 뜻이다. 어원상 조금만 더 올라가자면 이 브로카는 ‘날카로운’이라는 뜻의 브로쿠스(brocchus)의 여성 명사형이다. 어쨌든 이런 단어로부터 나온 브로쉐뜨는 14세기 말에는 고기를 굽는 데 사용되는 작은 쇠꼬챙이를 지칭하다가, 점차 그렇게 구운 고기 자체를 지칭하게 되었다. 1950년경 고기를 쇠꼬챙이에 끼워 먹는 북부 아프리카나 동양의 식습관이 유행하면서 후자의 의미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브로콜리 broccoli
브로콜리의 어원은 ‘튀어나온 이빨’이나 ‘작은 못’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브로코(brocco)다. 이 브로
코의 작은 말이 브로콜로(broccolo)이고 이것의 복수형이 바로 브로콜리(broccoli)다. 브로콜리는 처음에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작은 배추를 지칭했으나 1740년경부터는 겨울이 지나고 나오는 배추의 새싹까지도 지칭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브로콜리는 녹색인데, 이 종은 이탈리아 남서부 칼라브리아에서 온 것으로 현지에서는 칼라브레세(calabrese)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브리오슈 brioche
브리오슈는 밀가루, 계란, 우유, 누룩으로 만든 둥근 형태의 빵으로 윗부분이 반원형으로 볼록하
게 튀어나온 형태가 그 특징이다. 브리오슈는 15세기 초 노르망디(Normandie) 방언인 브리에(brier)에 접미사 오슈(oche)를 붙여 만든 말이다. 브리에는 ‘밀가루를 나무 방망이로 빚어 만들다’라는 의미의 동사다. 이 동사는 노르망디 지방 특유의 딱딱한 빵을 지칭하는 브리에(brié)와도 관련이 있다.
비스킷 biscuit
라틴어로 ‘요리하다’라는 의미의 동사는 코퀘레(coquere)다. 이 동사의 과거분사는 ‘요리된’이라는
의미를 가진 콕투스(coctus)다. 이 과거분사에다 ‘두 번의’라는 의미를 가진 비스(bis)를 붙이면 비스킷의 조어(祖語)가 된다. 중세 라틴어 형태는 비스콕툼(biscoctum)이고, 여기서 고대 이탈리아어 비스코토(biscotto)가 나왔고, 이것의 영향을 받아 고대 프랑스어 베스뀌(bescuit)이 나왔으며, 16세기경에는 비스켓(bisket), 그리고 19세기 초 마침내 지금의 형태인 비스킷(biscuit)이 나왔다. 고대 프랑스어에서는 이 단어 앞에 빵이라는 뜻의 뼁(pain)을 붙여서 뼁 베스뀌(pain bescuit)라고 했지만 ‘뼁’ 없이 ‘베스뀌’라고만 해도 같은 의미로 이해하였다. 이 베스뀌는 장기간에 걸친 해상 여행에 적격이었다. 앞 뒤로 한 번씩 두 번을 구우면 장시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잘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6세기 프랑스 속담에는 ‘비스킷 없이 배를 타서는 안 된다’(Il ne faut pas s’embarquer sans biscuit)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속담은 어떤 일을 경솔히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비유적인 의미로 쓰였다. 현재와 같이 다양한 비스킷이 나온 것은 19세기다. 기계화된 공장은 많은 양의 비스킷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할 수 있었다. 이리하여 1930년대의 비스킷은 영국 사람들에게 차와 함께 전형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비스트로 bistro
이 단어는 bistro(1884)나 bistrot(1892)라고 쓰지만 그 발음은 똑같다. 그 22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는 ‘빨리’를 뜻하는 러시아어 비스트로(bystro)에서 왔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1814년 나뽈레옹의 패전 후 빠리를 점령한 러시아 군인들이 식당에서 빨리 접대를 받게 되어 이 단어를 많이 썼다는 것이다. 이런 설은 그렇다면 약 80년간 왜 이 단어가 문헌에 나타나지 않느냐는 반론에 적절한 대답을 내놓지 못해 그 신빙성을 잃어버렸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어린 양치기’를 뜻하는 옛 프랑스 뿌와뚜(Poitou)어의 비스트로(bistraud)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1845년 ‘선술집’, 1848년 ‘보헤미안들이 자는 숙소’를 의미했던 비스뗑고(bisting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비어 beer
비어(beer)의 어원은 명확치 않다. 많은 학자들은 ‘마시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비베레(bibere)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비베레에서 ‘음료’라는 뜻의 속어 라틴어 비베르(biber)가 파생했다. 6세기 서부 독일 수도원은 이것을 차용하였고, 이것을 바탕으로 고대 영어 비오르(beor)를 만들었다. 한편, 앵글로 색슨 시대에는 맥아를 발효시켜 만든 술을 어알루(ealu)라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 영국 영어의 에일(ale)의 어원이다. 당시에 비어도 고대 영어의 형태로 존재했지만 15세기까지는 별로 쓰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단어를 갑자기 널리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플랜더스의 홉(hop) 맛을 내는 술과 특정한 맛이 없는 술인 에일을 구별하면서부터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둘 사이의 구별은 흐릿해 졌다. 이렇게 되면서 비어가 모든 맥주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비타민 vitamin
비타민은 폴란드 생화학자 푼크(Casimir Funk)가 1912년 ‘생’을 뜻하는 라틴어 비타(vita)와 영어 아민(amine)을 합쳐 만든 말이다. 푼크가 비타(vita)에다 아민을 붙인 이유는 비타민 속에 활성화된 산성분을 분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안 그는 아민에서 -e를 떼고 아민(amin)이라고 고쳐 썼다. 독어 비타민(vitamin)이 불어로 들어간 것은 1913년이고, 영어로 들어간 것은 그것보다는 조금 뒤인 1920년이다.
비프 beef
라틴어 보스(bos)나 보비스(bovis)는 ‘소’를 지칭하던 말이다. 여기서 12세기 초 고대 불어 부에프
(buef ), 보에프(boef )가 나왔다. 부에프는 15세기 중엽에는 베우프(beuf )가 되었다가, 1534년에는 지금의 형태인 뵈프(boeuf )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앵글로 색슨 족은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좋아했지만 노르만 족은 쇠고기를 선호하였다. 노르만족이 영국을 정복하면서 영국에서도 소의 수가 늘어났고, 13세기 영국 사람들도 쇠고기를 즐겨 먹기 시작했다. 17세기에 비프이터(beefeater)는 ‘잘 먹어 살이 찐 왕가의 하인’을 지칭하는 말이었고, 19세기 중반의 비프는 ‘근육의 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었다.
비프테크 bifteck
비프테크는 1711년 비프-스테이크(beef-steak)라는 영어를 차용한 것이다. 1735년에는 비프트 스텍(beeft steck)으로 적다가, 1805년에는 비프트테크(biftteck)로 적었고, 마침내 1807년에는 비프테크(bifteck)로 쓰였다. 비프-스테이크에서 비프(beef )는 고대 불어 보에프(boef )에서 나온 말로 ‘쇠고기’를 지칭하던 말이고, 스테이크는 ‘육류나 생선의 얇은 단면 조각’을 지칭하던 말이다. 스테이크라는 말 자체는 게르만어로서, 그 어원은 ‘구워진’이라는 뜻의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스테이크(steik)에서 찾을 수 있다. 어쨌든, 스테이크는 영국의 식생활이 프랑스의 식생활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빈 bean
빈(bean)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단지 후기 게르만어 바우노(bauno)로부터 고대 영어 빈(bean)이 나왔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고대 영어 빈은 완두콩과 같은 콩류를 지칭하였다. 1297년에는 ‘보잘것없는 가치를 가진 뭔가’를 은유적으로 지칭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빼갈
백주(白酒)는 중국 연회에서 뺄 수 없는 증류주다. 우리가 흔히 쓰는 빼갈(白乾兒)은 이 백주의 별칭이다. 중국의 증류주 중에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고량주(高梁酒)인데, 이 술은 수수로 만든 증류주다. 이것을 줄여서 고량이라고도 하고, 그냥 빼갈이라고도 한다. 고량주의 중국어 발음은 가오량지어우다. 이 고량주는 중국과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도수는 대개 40~63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