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될래요. 우리 나라 전통 조리의 과학화ㆍ세계화에도 앞장 설래요.”11 세 초등학생이 조리 자격증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단 한 번에 따내 화제다. 주인공은 진주 망경초등학교 5학년 노유정 양. ‘꼬마 대장금’노 양을 지난 달 말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복어 한 마리가 33 명의 목숨을 빼앗을 만큼 독이 있지만 거꾸로 독에 중독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요.”
지난 달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복어조리기능사 시험에서 당당하게 합격한 노 양은 요리 실력 만큼 말솜씨도 야무졌다.
복어조리기능 시험은 경남 지역의 경우 166 명이 응시, 27 명만이 합격할 정도로 어렵다. 일식ㆍ한식 등 다른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성인들조차 수 년에 걸쳐 도전할 만큼 따기 힘들다고 해서 ‘복 고시(考試)’로 불릴 정도다.
“이번 시험에 대비해 지난 해 연말부터 하루 10 시간씩 복어를 자르고 포를 떴어요. 또 얼마 전에는 일본의 복어 축제 기간에 연수도 다녀왔고요.”
학교 친구들로부터 ‘꼬마 장금이’로 불리고 있는 노 양은 이미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딴 데 이어 지난 해 5월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 12월에는 일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연거푸 따내기도 했다. 앞으로 중식만 따내면 조리기능사 자격증 모두를 거머쥐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진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아버지 노도섭(43) 씨와 어머니 천영임(39) 씨의 외동딸인 노 양이 요리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곱 살 때부터.
“마늘을 까고 파 다듬는 일을 도우면서 아버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신기에 가까운 칼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게 정말 신기했지요.”
노 양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어려운 요리에 도전해 갔다. 2004년에는 부모를 졸라 요리 학원에 등록했다.
그 때부터 노 양은 논술 학원에 이어 하루 3 시간씩 요리 학원에서 수련을 쌓으며 요리 공부에 매달렸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횟집 주방은 자연스레 그의 공부방이 됐다.
“요리는 여러 재료를 이용해 전혀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어요.”노 양은 휴일이면 엄마 아빠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비프 스테이크 등을 만들어 가족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요리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있다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얽매이는 게 오히려 고정 관념 아닐까요?”
이처럼 요리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지닌 노 양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다음 달 25일에 있을 중식조리사 실기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다.
6학년이 되기 전에는 조주사와 제과ㆍ제빵 자격증을 따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 뒀다. 요즘은 남해전문대 호텔 조리과에 다니는 어머니를 따라 화요일 한식, 수요일 제과ㆍ제빵, 목요일 양식 과목 특별 청강생으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있다. 이렇듯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중에도 노 양은 밤늦게까지 한국인의 주식인 쌀과 이바지 음식에 대한 요리와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미국의 유명 요리 학교에 유학을 떠날 노 양은 “더 열심히 배워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요리 전도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미래 모습을 당당히 밝히는 노 양에게는 벌써부터 ‘요리’의 길을 택한 그의 인생이 작은 열매를 맺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