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세계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도입부 중 하나인 이 문장은 간단치 않다. 금언인 양 간결하면서도 수수께끼인 양 아리송하다. 무슨 뜻일까?
첫 문장 다음에는 바람피운 남편으로 인해 풍비박산 난 가정의 풍경이 이어진다. 아내는 남편과 한집에서 살 수 없다 선언하고, 하인들도 저마다 흩어지고, 아이들은 방치되어 제멋대로 뛰어다닌다.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이다. 위기에 처한 이 가족의 해결사로 등장하는 것이 여주인공 안나 카레니나다. 고위직 관료 남편과 아홉 살짜리 아들을 둔, 모든 것이 완벽한 그녀는 오빠 집안을 봉합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자신이 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 가정을 깨뜨리고 만다. 가벼운 쾌락을 좇는 바람둥이는 앞으로도 계속 그 ‘행복’을 이어갈 터, 단 한 번 진짜 행복(진짜 사랑)에 충실했던 여인이 ‘외도’란 죄명으로 불행해지는 건 일견 모순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essay/2020/10/15/YTBH7LE23VCBBKY2H73PD5VPRU/
1. 민음사(연진희)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2. 문학동네(박형규)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3. 범우사(이철)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을 안고 있다.
4. 작가정신(윤우섭)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닮았고, 불행한 가족은 제 나름대로 불행하다.
5. 펭귄클래식코리아(윤새라)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6. 정음사(동완)
행복한 가정이란 모두가 서로 매우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 나름으로 불행한 것이다.
https://theqoo.net/square/713347885
– ‘파친코’의 첫 문장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첫 문장은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Competence can be a curse)”였다. 짧고 굵은 첫 문장으로 소설 전체를 아우른다. 이번 소설의 첫 문장은.
“나는 상당한 공을 들인 후에야 첫 문장에 도달한다. 내가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느 정도 분명해졌을 때 비로소 첫 문장이 나온다. 내 첫 문장들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문(thesis statement)이다. 이번 소설의 첫 문장 ‘삶의 규칙은 이미 바뀌었다(The rules of engagement have changed already)’에는 이런 생각이 담겼다. 오늘날 우리는 알지 못하고, 동의한 적도 없는 사이에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그럼에도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엄청난 속도로 밀려드는 변화와 그 변화를 일으키는 거대한 힘 앞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깊은 불안과 무력감을 담고 있기도 하다.”
– 소설의 1부는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인용으로 문을 연다. “교육의 역설은 이러하다. 교육을 통해 자각이 시작되면 자신을 교육하는 사회를 따져본다는 것.”
“이 인용구를 정말 좋아한다. 진정한 배움은 서서히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는 점을 잘 헤아리고 있다. 정말로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면, 필연적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를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게 된다. 볼드윈은 그 점을 예리하게 꿰뚫어봤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6/09/23/WOGOUUQN6NH4JHZZVHSBITP4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