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초기에도 검법이 있다!
흥, 무슨 소리, 예초기 따위에 무슨 검법이 있어?
작년에 처음 풀을 깎으며 예초기를 처음 사용해 보았습니다. 제대로 할 줄 몰라서 돌을 튕겨 무릎을 맞아 절뚝거리기도 하고, 풀이 날에 감기는 등 사투를 벌이며 고작 30분이나 한 시간을 작업했는데도 밥숟가락이 떨려 밥을 못 먹을 정도였는데 2년차인 초보농부가 예초기 검법을 논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검(劍)이라고 하면 전쟁할 때 적군을 죽이기 위한 칼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예초기날을 검이라고 하면 우스운 지 모르겠으나, 예초기날도 분명한 검이라고 우깁니다. 비록 살아있는 동물을 베는 용도는 아니지만 농부들의 친구들이자, 적이기도 한 잡초를 베어내는 양날검! 일자검을 주로 사용하지만 세날검, 원반톱검, 줄(끈)검 등으로 나눕니다. 줄검이 비교적 안전하긴 하지만 줄을 잡아 늘여야 하고 비용이 많이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예초기 기본검법에 중 제일은 비스듬검법입니다. 칼날의 한쪽을 약간 30도정도로 기울여 한쪽이 풀에 먼저 닫게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예초기를 사용할 때는 이 비스듬검법이 기본입니다. 잔디를 깎을 때나 보통의 풀을 깎을 때 유용합니다. 초보자들이 칼날을 비스듬검법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땅을 파거나 돌을 후비거나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비스듬검법의 내공을 잘 쌓으면 예초기 사용기초가 튼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이는 게걸음 검법입니다. 화본과 식물같이 잘 감기는 풀이나 키가 큰 풀들을 벨 때 유용합니다. 이런 풀들은 처음부터 밑둥을 바짝 자르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스듬검법으로 내공이 단련된 사람도 긴 풀을 단번에 깎으려고 하면 돌을 후벼서 부상을 입을 수 있고, 호밀과 같은 화본과 식물의 경우 칼날에 감겨서 시동을 끄고 감긴 풀을 제거하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검쓰는 방법은 드로틀 밸브를 올려서 회전을 빠르게 하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휘두르는 겁니다. 보통 비스듬검법은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휘두르기 검법은 왼쪽으로 걸어가며 합니다. 지면에서 15-20cm 위로 자르고 저 쪽 끝까지 대충 잘라낸 다음에 돌아올 때는 비스듬검법으로 하여 땅에 바짝 잘라내며 되돌아오면 돌을 튕긴다든가. 풀이 감겨서 수고하는 일들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선내리치기 검법입니다. 좀 위험한 방법이기는 한데 밭가에 자르거나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나무가 있을 때 사용합니다. 회전을 빠르게 한 다음 칼날을 사선으로 내리칩니다. 아이들 손목굵기 나무자르기에 유용하더군요. 진짜 프로들은 어른들 팔뚝굵기만한 나무도 자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공수련자가 내기(內氣)를 실어 내리치면 무릎굵기의 나무까지도 자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 검법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시술자가 다칠 수가 있어서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번에 내리쳐서 성공해야 하고, 힘이 모자라면 검이 튕기기도 하고, 내리치는 힘이 지나치면 땅을 내리찍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 두개 굵기의 나무는 초보자도 가능합니다.
예초기는 정말 편리한 도구입니다. 낫으로 자를 때 걸리는 시간을 아껴주는 기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험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작업반경내에는 무조건 접근하지 말아야 합니다. 검법 시술자도 보호안경, 장화착용은 필수입니다. 첫 번째 안전, 두 번째도 안전,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계속 안전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고서 다시 읽어보면서 웃음이 절로 일어납니다. 2년차 초보농부가 이런 잡문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위의 세가지 검법을 익히고 응용하면 더 훌륭한 검법이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 다시 한번.
예초기에도 검법이 있다!
첫댓글 ㅎ ㅎ ㅎ 대단 하십니다. 저도 예초기를 오래 사용 하고 있는데 요즘은 잔디도 예초기로 깎읍니다. 끈으로 된것을 사용하면 돌맹이가 있는곳 구석진곳,그리고 잔디도 잘 깎이고요. 정말 좋은 기계 입니다.
"검법이 있다"~는 말씀에 은근히 한 번 해 보구 싶습니다.^^ 예초기 돌리는 곳에 가면 냄새 때문에 싫었거든요.
예초기는 대단히 위험한 기계입니다. 따라서 잡생각을 버리고 작업하는 데만 정신을 쏟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만수무강에 지장이 많습니다.
ㅎㅎㅎ 그렇군요.만수무강에 지장~!! 그래서는 안되지요~!
저는요, 예초기 경력 7년인데, 애 팔목 굵기 나무 자르고 나니까 예초기 속에 있는 심보? (엔진에서 칼날까지 동력전달하는 철심(?)) 그게 뒤틀려(휘어져) 진동이 심해 돈 주고 교환했어요. 나는 풀깍는 기술이 모자라는가봐요.
저는 예초기로 나무를 잘라 보지 못했습니다. 낫으로 자르는 것이 더 편합니다. 예초기는 풀 자르는 기계이지 나무 자르는 톱은 아닙니다. 위험하기도 하고요.
예초기 검법 다 익혀 고수가 되면 벌초 대행업 차려도 되겠네요
아직도 예초기 전문가 되기는 멀었습니다. 아무래도 예초기 칼날이 무섭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