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한 창가에 깨끗하고 하~얀 수건과 속 옷이 보석처럼 반짝일 때 ... 기분좋은 산들 바람이 마음 속에 불어 옵니다.
자고 일어나 삐친 머리를 감고 큰 아이가 던져 놓은 수건과 하나 둘씩 나는 여드름에 민감한 공주님이 갈아 입은 옷, 퇴근한 남편만큼 지쳐보이는 땀에 젖은 속 옷을....
그저 깨끗하게 빨아 자연이 주신 넘쳐나는 햇살에 바싹한 과자처럼 말렸을 뿐인데...
예쁘다는 말과 잘한다는 칭찬을 들은 것도 아닌데 알 수 없이 기분좋아 지는 건 엄마라서 ... 아내라서... 여자라서... 아닐까 싶습니다.
하우젠 세탁기와 아가사랑 세탁기가 한가족이 되면서 여유로운 시간들이 보너스처럼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속 옷과 수건, 행주를 2~3일 모아 세월의 흔적만큼 낡은 들통에 삶아 흰 빨래에 부어 세탁했습니다.
잘 넘어지고 잘 부딪치는 ‘나’ 였기에 언제나 조심조심 끓어오르던 들통을 세탁기까지 옮겨야 했는데 이젠 불장난 만큼 위험한 모험을 그만둘 수 있어 좋습니다.
10년을 넘게 빨래를 삶아 왔던 내사랑 들통이 아가처럼 작고 귀여운 삶는 세탁기로 환생한거 같습니다.
날씨가 더우면 하루에 두번씩 샤워하는 큰 아이와 작은 티끌에도 옷을 갈아입는 딸 아이, 빵 만드느라 밥 하는라 남들보다 두 배 더 쓰는 행주까지 우리식구들, 공장의 기계처럼 하루동안 생산하는 삶아야 깨끗한 빨레들입니다.
작은 빨레를 위해 세탁기를 매일 돌리기엔 누진세 팍~팍 ~ 올라가는 전기세가 겁나서 몇 일을 모아 빨아 왔습니다.
한 여름엔 젖은 수건과 땀이 베인 속 옷에서 나는 야릇한 냄새도 절약 앞에선 한없이 약해집니다.
이제는 매일 나오는 수건과 속 옷을 삶을 수 있어 좋습니다. 야릇하고 찜찜한 기분에서 해방되고 부담스러운 전기세도 세탁기 크기만큼 줄어 마음이 여유롭습니다.
삶는 게 궁금해서 문을 열었더니 커다란 경고음과 함께 세탁기가 멈춰 버립니다. 아마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 같습니다.
발래 돌려 놓고, 청소기 한번 밀고 커피 마시며 신문 보는 동안 “날 꺼내주세요~” 하며 세탁기가 노래를 부릅니다.
칭얼대는 아가 잠 재우러 얼른 달려가 봅니다.
햇살 아래 깨끗한 빨레를 툭~툭~ 털어 가지런히 널어 둡니다.
수건 5장... 행주 6장... 속 옷 3장....
한껏 부풀어 오른 포근한 수건을 접고 따뜻한 기온 만큼 더 짙어지는 허브와 꽃에 물을 주고 나니 저녁까지는 할 일이 끝입니다.
매일 돌아가는 시간이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일을 마치고 남는 여유는 메마른 풀 밭에 단비같습니다.
하다만 인형을 만들까... 아파트 알뜰장에 구경갈까... 아이가 보며 킥킥대던 만화책을 볼까 ...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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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방구네 집 원문보기 글쓴이: 제시카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