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금호아시아나 창업주 故 박인천 회장)가 세운 회사가…" 박삼구 명예회장 장남 눈물
46년 중고택시 2대로 창업… 88년 아시아나항공 설립
대우건설 인수로 자금난… 형제 경영권 다툼 내우외환
지난주 서울 시내 모처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과 박 명예회장 장남인 박세창 상무(그룹 전략경영본부), 민유성 산업은행장,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인 노무라증권 서울지점 관계자 등 4명이 모였다.
금호산업 등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과 대주주의 사재 출연 같은 방안을 논의하는 '운명'적인 자리였다. 한 참석자는 "이날 박 상무가 '할아버지께서 세운 회사가 이렇게 되다니…'하며 연방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46년 4월 7일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朴仁天) 회장이 17만원의 자본금으로 미국산 중고 택시 두 대를 사들여 광주택시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박 회장은 1948년에는 광주여객(금호고속)을 세워 여객운송업의 토대를 굳히고 금호타이어(1960년)와 금호석유화학(1970년)을 잇달아 설립, 1973년에는 6개사로 그룹체제를 갖췄다. 이어 1988년에는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했다.
큰 고비 없이 성장세를 유지해오던 금호아시아나는 1997년 IMF 위기를 겪으며 유동성(현금 흐름)문제에 부딪혔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계열사를 줄이고 중국 금호타이어 공장 등 각종 자산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2006년)과 대한통운(2008년) 인수로 자산 기준 재계 순위 8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공격적인 M&A(인수·합병)가 화근이었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유치한 자금이 그룹의 부채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올 6월 대우건설을 되팔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박 명예회장과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 형제가 경영권 다툼을 벌여 '내우외환(內憂外患)' 사태도 벌어졌다. 박 명예회장은 7월 박찬구 전 회장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본인도 회장에서 물러났다.
장남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 삼남 박삼구 회장으로 이어져온 '형제 경영' 전통도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