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林道)따라 비박산행ㅡ18
계절은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하루하루 그냥 흘러만 간다.
무의미하고 건조하고 단조롭다.
술을 마셔보아도,
내기 당구를 쳐보아도,
무색무취이다.
탈출하자
일상의 그 무엇으로 부터…….
인생은 단조롭다(Life is monotonous).
그 단조로움으로 부터 도피코자
난 비박산행을 간다.
현실 도피자라고 그 누가 말해도
새디즘(sadism)과 메저키즘(masochism)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정신 이상적 몸부림이라고 폄하해도 나는 간다.
배낭의 무게감이 허리와 무릎 관절의 통증을 더 할지라도 나는 간다.
어느 특정 비박지라도, 비박 그 자체가 단조로울지라도 나는 간다.
고단한 현실의 고통을 산속으로 들어가
24시간 동안만이라도 잊는 것이다.
상봉역엔 항상 대장님, 영원한 동무 동산님, 지성이면 지산님,
한적한 한산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종산,
이렇게 5인이 모여 춘천행 기차를 탄다.
굴봉산역에서 대장님의 애마가 우리를 맞는다.
애마는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 의암댐을 지난다.
탁 트인 춘천 호반을 잠시 보여주고는
계곡으로 이어지는 시골길로 접어든다.
민가가 끊기고 가파른 임도에 다다른다.
애마는 4륜으로 거침없이 산허리를 휘감아 돌아간다.
뒤로는 황토 먼지를 일으키며……….
애마는 족히 해발 700 이상인 산정 가까이 모퉁이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수직으로 100여 미터를 내려가니 예티의 산채가 나타난다.
여기가 이번 일박이일 비박의 목적지인 것이다.
가뭄이 심해 계곡마다 말라 있지만,
고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졸졸 흐른다.
동녘하늘이 열려있어 시야가 좋다.
각자의 잠자리를 준비하고
저녁을 먹는다.
오늘 저녁메뉴는 한산님이 준비한 특별식!
한잔 술에 몸은 더워지는데 산바람에 썰렁하다.
앗!
발아래 산과 산위로 옅은 구름을 뚫고
월출의 장관이 펼쳐진다.
쟁반 같은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며
구름을 형형색색으로 채색하더니
이네 홀로 중천에 자리 잡아
어슴푸레 달그림자를 만든다.
아!
그래서 여기는 언덕이 두둑해 덕두원이고
저기 발아래 동네는 밝은 달을 볼 수 있어 명월리이던가.
전갈이 꼬리를 고쳐 세우고 달마중을 한다.
난 그 달을 품고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 아침 홀로 임도 트래킹을 나선다.
100여 미터를 기어올라 황토 임도를 걷는다.
춘천 시내가 성냥갑만하다.
아스라이 의암댐도 보인다.
이곳은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서 관리하는 채종원이니
우리나라 허파 중 허파꽈리에 해당하는 곳.
각종 산림이 군락을 이룬다.
개량 잣나무 단지, 낙엽송 단지, 전나무 단지.
자작나무 단지, 2,3년 된 금강송 단지, 산딸기 군락지 등등....
이곳 저곳 둘러 보니 다리가 뻐근하다.
독거 자유노인이 산채로 올라오셔 하신 말을 되새기며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과하지 말라.
한잔 술은 웃음
열잔 술은 슬픔
백잔 술은 죽음
첫댓글 덕두원, 명월리가 무슨 뜻이지 관심조차 없었는데....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고
지명 유래를 명확히 풀어내...
과연 예티의 종신 작가란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아....
종산 글이 올라 오니
한동안 썰렁했던 카페에 생기가 도네요^♡^
화룡정점!
글보다 그림이 더 조아요.
@종산 주치의가 술은 살살 마시랜다.
산중 독거노인과 같은 말이다.
살살...아주 살알~~살...
@東山 그래서 차라리 안봅니다.
조각난 구름사이로
불쑥 둥근달과 별들의 세계가
아름답게 펼쳐지던 예티산장!
과연 명월대였습니다.
예티의 지존으로 기억하게 될것에
그누구도 시시비비하지 않을것이다.
달이 빛날때 가셔서 그기운을 흠뻑 받고 오셨겠어요 ^^
네 마치 동해안 일출을 보는 듯 했읍니다.
계곡은 가물대로 가물었지만
그래도 예티인의 발걸음이 산허리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듯
충만으로 가득한 글귀입니다.
히말라야님 반가워요.
임도따라 산악자전거 타는 사람도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