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신호, 내 안의 질투
④ 절에서 아양떠는 보살 있다면…
임인구 | 실존상담연구소장
“요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일이 있네요. 제가 한 법사님한테 마음공부를 배우러 다니는데, 저와 같은 여자 참석자들 중에 유난히 아는 척을 하고, 자기는 수행도 오래 했다면서 티를 내는 사람이 있어요. 근데 이 여자 하는 걸 보면 그 법사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말인 게 너무 티가 나서 주변 사람들도 다 알 정도에요. 그리고는 매일 선물 갖다 바치고, 식사 대접하고, 아니 마음공부 하는 사람이 덕이 높은 법사님을 모셨으면 공부나 열심히 할 것이지, 연예인 쫓아다니듯이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요? 법사님은 또 왜 그런 여자를 깨우쳐주시지 않고 그대로 두시는지 그것도 이해가 안가고요. 어떤 때는 둘 다 아주 꼴보기 싫어요. 이럴 땐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참으로 생생한 얘기 감사드립니다. 드러내기에 굉장히 미묘한 부분을 솔직하게 얘기해주셔서 더욱 감사드려요. 이러한 양상의 갈등이 특정한 지도자를 모시는 종교단체 또는 수행단체 속의 관계에서는 곧잘 일어나곤 합니다.
먼저 조심스럽게 꺼내볼 수 있는 얘기는, 지금 질문자님이 경험하시는 그 감정이 바로 질투라는 것입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빌려, 우리가 함께 질투를 재발견할 수 있는 근사한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끼리 서로 시샘하고 비난하는 상황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광경입니다. 거기에서 작용하는 마음 또한 바로 질투에요. 연예인을 표현 그대로 아이돌(idol)이라고 합니다. 이 아이돌의 의미는 ‘이상적인 상(像)’이에요.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 아이돌을 통해 표현된 ‘자기 스스로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즉, 아이돌에 대한 모든 추구는, 이상적인 스스로에 대한 모든 추구에요.

그런데 아이돌에게서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는 이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을 경우,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그 이상적인 특성을 아이돌에게만 귀속시키게 됩니다. 스스로는 그러한 이상적인 특성을 갖지 못한 부족한 자가 된 채, 아이돌에게서만 그 특성을 얻기 위해 두문불출하게 됩니다. 대개는 아이돌에게 심리적ㆍ물리적으로 가까워짐으로써, 그 이상적 특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죠.
우리가 위협받는 현실은 이 지점에서 만들어집니다. 우리보다 더 아이돌과 가까운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있을 때, 그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그 이상적 특성을 뺏어갈 수도 있는 위협적인 자처럼 느껴지게 되니까요.
그러나 여기에서 정말로 확인되어야 할 사실은, 우리가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에게서 우리 스스로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돌의 모습이 우리 스스로의 모습임을 알게 된다면, 그 스스로의 모습은 더는 누구도 뺏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자연스럽게 확인됩니다. 질투는 단순하게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어!’라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신호를 정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자님께서는 오직 이 질투라는 강렬한 신호를 통해, 본인이 정말로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만을 확인해보세요. 그건 다만 법사님처럼 멋진 질문자님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으신 것이잖아요.
이처럼 정확한 목표를 겨냥해 활시위를 당기세요. 마음공부는 노력이 아니라 정확함에 달려 있습니다. 정확하게 스스로를 겨누셨을 때, 이미 질문자님은 본인이 되고 싶어했던 그 스스로의 모습임을 아실 수 있을 것이에요.
[불교신문3086호/2015년3월7일자]
출처-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9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