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연꽃, 나무는 보리수
일반적으로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은 사자요, 상징하는 꽃은 연꽃이며 나무는 보리수라고 한다. 부처님이 ‘룸비니’에서 ‘싯달타태자’로 태어난 장소는 보리수 밑이었고 ‘보드가야’에서 득도하여 석가모니불이 된 곳이 보리수 밑이었으며, 초전법륜지가 ‘사르나트(녹야원)’의 보리수 밑이었다. 그리고 열반하신 ‘구시나가르’의 ‘사라쌍스’ 역시 두 그루의 보리수 한가운데였다.
이처럼 불교의 교주이신 석가모니불과 관련이 깊은 나무가 보리수이므로 불교를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으며,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보리수를 신성시하고 잘 가꾸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교국에서는 보리수나무 열매를 실에 꿰어 ‘108염주’를 만들고 염주를 넘기며 인간의 108번뇌를 씻고 있다. 한편 연꽃은 불교적인 모든 조형물에 반드시 표현되는데, 보리수보다 오히려 연꽃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연꽃을 식물학적으로 살펴보면 로터스(Lotus;연화, 蓮華)라 하여 수련과의 다년생 수초로서 연못에서 자라고, 논밭에서 재배하기도 한다는데 그 원산지는 이집트, 인도, 아시아 남부, 북호주라고 전한다. |
보리수 나무 밑에서 수행하는 스님상이 조각된 경주 남산 탑곡 마애조상 |
종자의 수명이 길어서 2000년 묵은 씨앗의 싹이 튼 예가 있다고 하니 진귀한 꽃임을 곧 알 수 있다. 일찍이 잎은 수렴제, 지혈제로 사용하였고 뿌리는 연근(蓮根)이라고 해서 비타민과 미네랄의 함량이 많아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열매는 약용으로 쓰이며 부인병에 좋다고 한다
부처님의 탄생을 알린 연꽃
오늘날 이집트의 나일강 상류 룩솔(Luxor)의 고대 신전도시의 기둥들에서 가득한 연꽃조각을 볼 수 있고, 하류인 카이로(Cairo) 일대의 ‘피라미드’ 속에 연꽃이 가득한 벽화가 있는 이유는 죽은 자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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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임실 용암리 석등(보물 제 26호)과 세부 팔각의 받침대에 새겨진 연꽃이 정고하다 |
그런데 인도의 고대 민속에서는 연꽃이 여성의 생식을 상징하고 다산, 힘과 생명의 창조를 나타냈다고 한다. 또 나아가 풍요, 행운, 번영, 장수, 건강 및 명예의 상징 또는 대지와 그 창조력, 신성 및 영원불사의 상징으로도 삼았었다고 한다. 그리고 B.C. 30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의 여인상(蓮華女人像)이 발굴되기도 했는데, 바라문교(婆羅門敎)의 경전에는 이 여신이 연꽃 위에 서서 연꽃을 쓰고 태어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불교가 발상함에 따라 연꽃은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려 꽃을 피웠다고 전하며 극락세계에서는 모든 신자가 연꽃 위에 신으로 태어난다고 믿었다. 인도에서는 여러 신에게 연꽃을 바치며 신을 연꽃 위에 앉히거나 손에 쥐어 주었으므로 불교에서도 불상이나 불교적인 모든 조형물에 있어서 회화와 조각에 반드시 연꽃을 쓰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불교전파 이전부터 연꽃이 진흙 속에서 깨끗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두고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君子)의 꽃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연꽃이 자라는 연못을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사찰 경내에는 연못을 만들어 연꽃을 피웠으니 꽃은 7∼8월에 피는데 붉은색과 흰색의 연꽃이 만발한 연못을 사찰 입구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
해남 미황사 부도에 조각된 연꽃과 나뭇잎 |
다채로운 연꽃
불교에서는 연꽃이 속세의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되 속세의 혼탁함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나타낸다고 하여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꽃으로 쓰고 있다. 예컨대 극락세계를 ‘연방’이라고 한다든지,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태’라 표현하고 있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를 연꽃으로 조각하는 것도 이러한 상징성에 기인한다. 석탑을 비롯하여 석조부도, 석비, 석등, 당간지주 등 모든 석조물에 연꽃을 조각하고 있음은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면에서 이들 석조물이 불교적인 조형물들이기 때문이다. 연꽃의 조각은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큼직하게 1판씩 조각한 연꽃을 단엽 또는 단판(單葉, 單瓣)이라고 하고, 2판씩 조각한 연꽃은 복엽 또는 복판(複葉, 複辦)이라고 한다. 연꽃의 모양을 위로 향하게 조각한 것을 앙련(仰蓮)이라고 칭하며 아래로 향하게 조각한 것은 복련(伏蓮)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연꽃을 여러 층 겹쳐지게 조각한 것은 중판(重辦)이라 한다. 어느 시대에, 어떠한 조형물에, 어떠한 형식과 형태의 연꽃이 많이 조각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소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그에 적합한 연꽃을 조각하였기 때문이다. 석탑에 있어서 다채롭게 연꽃을 조각한 예로는 경주 불국사 다보탑(국보 제20호)을 들 수 있다. 다보탑의 널찍한 옥개형의 갑석 위에 정사각형으로 난간을 가설하고 그 안에 평면팔각으로 조성된 탑신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 탑신석 위에는 다기 1매석의 8각판석을 덮고 그 주위에 다시 난간을 돌린 다음 그 안에 탑신부를 마련하고 있는 바 이 부분의 각부에 연꽃을 배치하고 있다. 즉 난간을 돌린 8모서리마다 간주 하단부에는 입상형의 복엽 앙련을 1좌씩 조각하였으며 그 안의 8모서리마다 1주씩 마디가 있는 연줄기를 조각한 석주를 세웠다. 그 위에 8각 연화대리석을 받치고 있는데 이 대석의 주위에 돌린 연화문은 입상형의 복엽 앙련으로 각 변과 모서리에 1판씩 배치하여 모두 16판이 장식되었다. 그리고 옥개석을 받치고 있는 8주의 주두형 석주는 연꽃술을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보탑은 신라 경덕왕대의 건조물이므로 여기에 조각된 연꽃들은 모두 750년대의 조각으로 보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강원도 철원군의 도피안사 3층석탑(보물 제223호)의 기단부에서 상층기단의 형태가 마치 8각 원당형의 불상대좌와도 같아 특이한 형태가 주목된다. |
부여 무량사 석등(보물 제 233호)과 하대석 세부, 하대석상부는 8의 의 겹꽃잎 복련을 새겼고, 상대석에는 8잎의 홑꽃잎 앙련을 조각했다 |
즉 하대갑석 위에 1매석으로 조성한 높직한 8각 연화대석이 놓였는데 단엽 16판의 복련이 돌려졌다. 상층기단 갑석이 하면에 단엽 16판의 앙련을 조각하여 하부와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석탑의 건조연대를 신라 경문왕 5년(865)으로 추정하고 있어 연꽃들도 이때에 조각된 것으로 주목된다. 염거화상부도(국보 제104호, 경복궁 내)의 기단부 상대석에서는 단엽 중판의 앙련을 볼 수 있는 바 건조연대가 신라 문성왕 6년(844)의 절대연대로 밝혀져 있으므로 하나의 석조물에서 여러 가지 형식과 형태의 연꽃을 살필 수 있어 주의를 끈다. 부석사 석등(국보 제17호, 경북 영주시), 법주사 쌍사자석등(국보 제5호, 충북 보은군), 보림사 석등(국보 제44호, 전남 장흥군, 신라 경문왕 10년, 876)을 비롯한 각 시대의 많은 석등의 하대와 상대석에는 복련과 앙련, 복판과 단판, 중판 등의 형식 또는 연판 내에 장식한 여러 가지의 꽃문양이 가득하게 조각된 연꽃이 배치되어 있어 연꽃이 주(主)된 화문장식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석비에 있어서도 비좌와 이수 등에 연꽃이 가득하게 장식되어 있음을 볼 수 있으니 연꽃조각이 실로 각 조형물에 다양 다채롭게 쓰이고 있어 연화문 연구라는 하나의 연구주제로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부석사 석등(국보제 17호)8엽 복변 연화문대인 하대석과 8엽의 단판 앙련으로 잎안에 보상화문으로 장식해 놓은 상대석이 아름답다. 석등 앞으로 중앙의 연화문에 2중 원의 자방을 두고 주변에 8엽을 돌린 재례석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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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금산사 석련대(보물 제 23호) 상면 테두리 받침 안쪽에 간변마다 복련을 조각하였고 하면 6각면마다 앙련을 새겼다(왼쪽) 법주사 쌍사자 석등(국보 제5호) 상대석에는 양련을 이중으로 조각하였다(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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