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13 (토) 지금 대한민국 軍이 이렇습니다… 해군 ‘허위 자수’ 보고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귀순 사건을 축소해 비난받았던 군(軍)이 이번에는 서해 군 기지 탄약 창고 부근에서 거동 수상자를 발견하고도 놓친 사건을 덮기 위해 무고한 병사를 허위 자수시킨 사실이 7월 12일 드러났다. 해군에 따르면, 지난 7월 4일 오후 10시 2분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 창고 근처에서 신원 불명 거동 수상자를 근무 중인 경계병이 발견했다. 이 거동 수상자는 세 차례에 걸친 초병의 암구호에 응하지 않고 도로를 따라 도주했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 수상자는 도주 과정에서 랜턴을 2~3회 켜기도 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해군은 부대 방호 태세 1급을 발령하고 기동타격대와 5분 대기조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검거하지 못했다. 그런데 해군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아무 관련 없는 장병에게 허위 자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많은 인원이 고생할 것을 염려한 직속 상급자(영관급장교)가 부대원들에게 허위 자수를 제의했고 A 병장이 자원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교가) 누가 자수해주면 상황이 종료되고 편해질 거 아니냐고 해서 한 명이 손을 들었다"고 했다. A 병장의 허위 자수는 2함대 헌병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건을 제보받아 폭로한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박한기 합참의장은 7월 11일 나의 문의 전화를 받고 알았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이 사건이 일어난 지 7일 뒤인 7월 11일 오후 박한기 합참의장의 보고로 이번 사건을 알았다고 군 당국자는 밝혔다. 합참의장은 7월 5일 거동 수상자 미검거 보고는 받았지만, 허위 자수는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7월 9일 허위 자수 관련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장관과 합참의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중로 의원은 "내가 제보를 받지 않았으면 사건은 묻혔을 것"이라며 "동·서해에서 연이어 발생한 경계 실패와 이번 사건 은폐 정황으로 볼 때 군의 자정 능력이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국방부는 7월 12일 뒤늦게 조사본부 수사단장 등 8명을 현장에 급파해 이번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동해 강원도 고성군 해안에서 불과 30m 떨어진 해상에서 북한 무인 목선(木船)이 발견돼 군의 경계 태세 문제가 또다시 비판받았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사령부 영내에서 한밤중에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 발견되고, 직속 상관이 부하 병사에게 거짓자수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방부가 뒤늦게 조사에 들어갔다. 외부인의 침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급자에 의한 거짓자수라는 수상한 일이 겹쳤는데도 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12일 군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7월 4일 밤 10시2분께 2함대사령부 탄약고 근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경계근무 중인 초병에게 발견됐다. 합동생활관 뒤편 이면도로를 따라 탄약고 쪽으로 뛰어온 이 사람은 세 차례에 걸친 초병의 암구호에 응하지 않고 도로를 따라 반대쪽으로 달아났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 이 사람은 달아나면서 랜턴을 2∼3차례 깜박이기도 했다.
2함대사령부는 즉시 부대방호태세 1급을 발령하고 기동타격대와 5분대기조를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도주자를 잡지 못했다. 부대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도 이 도주자는 포착되지 않았다. 부대 울타리와 해안에서도 특별한 침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함대사령부는 외부인의 침투나 대공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상황을 종료한 뒤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초병이 목격한 인상착의와 도주자의 행동 등을 근거로 부대원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한 병사(병장)가 자수를 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병사의 자백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많은 부대원들이 고생할 것을 염려한 직속 상관(영관급 장교)이 부대원들에게 거짓자수를 제의했고, 이 제의에 응한 병사가 허위자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교가 누구라도 자수하면 상황이 종료되고 모두가 편하게 될 거 아니겠느냐고 했고, 이에 병사가 손을 들었다고 한다”며 “이 장교가 왜 병사들에게 거짓자수를 종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교는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대 울타리 근처에서 (수영도구인) 오리발이 발견됐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또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합참의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군 관계자는 “오리발은 체력단련장 근처에서 발견됐으며 관리원이 쓰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히고 “발견 당시 오리발에는 물기가 전혀 없었고, 상당 기간 사용한 흔적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합참의장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건 다음날 아침 작전본부장이 합참의장에게 2함대에서 거동수상자 상황이 있었고, 대공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으나, 합참의장이 이를 기억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공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이후에는 2함대 차원에서 이 사건을 관리하게 됐다”며 “거동수상자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국방장관 등에 대한 중간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에야 상황을 파악하고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을 2함대사령부에 내려보냈다. 병사에게 거짓자수를 종용한 장교는 오후 2시부로 직무에서 배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교가 거짓자수를 종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수사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도 이날 국방부 기자실에 들러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송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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