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가시는 날 동네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봤고, 삼촌의 손에 이끌려 따라갔던 개금동 어느 집에서
왜 아이를 데리고 왔느냐면서 여섯살 배기의 면전에서 핀잔을 주던 숙모가 아직까지 미운 곳.
자라고, 학교를 다니고, 군대를 가고, 떠났다가 돌아오고, 직장을 들어가고, 결혼하고 둘째녀석을 낳은 곳.
우리 어머니와 함께 살고 아이들이 커가고, 나는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
사직동 아이언스타에서 비상은 시작되었다. 상덕과 함께 아이언스타 노승현 점장님의 화이팅을 받으면서^^
우리는 온천천 자전거길로 구서동을 지나 범어사 입구 지나 노포 삼거리에서 노포사송로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언덕을 넘어 양산으로 접어들었다.
여기서부터 경주까지는 자전거 타고 자주 다녔던 길이었지만 강한 맞바람이 아주 고역이었다.
경주를 지나 포항으로 들어서고,
상덕은 포항 고향집에서 어머니께 간단하게 인사드리고,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여기까지 110K 온 모양이다. ^^
일단 식부터
상덕의 꼬치 친구인 예쁜 여자 친구가 운영하는 쇠괴기집에서 ~~
숙은 아주 정갈했던 모텔에서 머스마 둘이서 오붓하게 ^^
2016. 4. 2. 08:40
<포항>
포항제철의 그 포항. 영덕이 고향인 외가쪽 친척들이 영덕에서 모두 나와 뿌리를 내린 곳.
여름방학 때 외삼촌댁에 놀러와서 제대로 된 젓가락질을 배운 곳. 참빗으로 머리를 빗으시고 긴 머리카락을 꼬아 비녀를 꽂으시던 외할머니가 떠오르는......
아!!. 무비의 본적. 지금은 등록기준지라고 부르는 곳.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문성리......
지금은 포항철인대회가 열리는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차로 부산을 출발한 부산철인클럽 라이딩팀과 만나 오늘의 그룹라이딩이 시작되었다.
동해안자전거종주길로 표시된 자전거길을 따라 페달을 밟으면 산천은 멀어지면서 다가오는데, 바다는 언제나 옆에 그대로 있다.
굽이를 돌면 나타나는 바다풍경은 모두의 함성을 자아내기 부족함이 없다.
비명같은 감탄사 외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풍경들 ^^
한손 신공도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고래불 해수욕장의 제일 끄트머리 바다횟집에서 점심 요기를 하고,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무비 가슴 ~~~
무늬와 무비 ^^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해준 부철 동지들 ^^
무늬형님이 쥐잡이로 많이 고생은 했지만......
바퀴는 구르고 굴러 어느 덧 오늘의 종착지 임원항에 이른다. ^^
지금부터 우리는 생선회를 섭취해줘야 한다.
술을 따로 사 가져가도 되는 참 희안하지만 회도 맛나고, 매운탕은 더 맛났던 횟집에서,
오늘 흘렸던 땀을 술과 생선회로 다시 채우고,
숙소로 들어와서는 덕문형님이 특별히 공수해온 족발과 함께 우리의 밤은 깊어가고.......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바닷가에 왔으면 목이 터져라 노래 한곡 불러줘야지 ~~~
2016. 4. 3. 08:00
<임원항>
임원항을 단체 라이딩의 종착지로 잡은 이유는 단 한가지다.
언제가 동해안을 생활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여기서 먹었었던 생선회를 잊을 수가 없어서.
여기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야한다.
나는 속초로 다른 사람들은 다시 포항으로 ^^
비가 뿌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일단 속초까지는 가자고 다짐하고 비가 오면 맞고 그치면 맞바람에 옷을 말리면서 오로지 내 다리의 어디 붙어 있는 모를 근육들로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비가 흩뿌리는 인적이 끊긴 바다는 한적했다.
그 한적함 속으로 무비는 들어간다.^^
양양을 지나면서 한계령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여 잠깐 망설였다.
한계령으로 갈까? 라고 망설이는 순간 자전거는 이미 양양을 지나 속초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판단하면서 살아간다. 그렇다. 누구나 자기 관점으로 상황을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어떤 대상의 진위, 선악, 미추를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결론 내린다. 그것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다.
우리는 보편적 인간성과 마주할 때마다 실망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건 분명 노력이다. 실망은 과도한 기대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 같은 것. 인간에게 '비교하지
않는 초연한 마음'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을 뿐더러 다소 낭만적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 않으며 이기심와 자기애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악하다.
누구나 자기 식대로 판단하는 게 현실이다.
다른 사람 잘 되면 배 아픈 게 현실이다. 비교하고 질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때로는 거짓말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선택을 하기도 하는 게
인간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인간에게 마땅히 기대할 바를 기대한다면, 어떤 보편적 인간성에도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적어도 그러겠다고 선택할
의지를 발휘할 수는 있다. 얼마나 이 부분에서 훈련이 잘 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인간으로서, 내게도 있는 보편적
인간성과 마주할 때마다 자책하지 않을 수는 있게 되었다. 스스로를 탓하기 전에 나에게서 인간다움이 잘 드러나고 있음을 먼저 인식한 결과다.
- [하뜻의 순수독학]에서 발췌
<속초>
춘천에서 근무할 때 너무 바다가 보고 싶어서 동기 녀석들이랑 금요일 저녁에 무작정 춘천을 떠나 미시령을 넘어 왔던 곳. 대포항 파도 철썩이는 바닷가에서 바다를 마시고, 속초해수욕장에서 목이 터져라 '겨울바다'를 같이 불렀던 곳.
바다를 등지고 설악산 쪽으로 향했다. 보슬비가 조금씩 뿌리고, 비는 구름과 안개를 설악산 중턱 쪽에 가둬 놓았다
미시령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기점 7km라고 푯말을 떡 붙여 놓았다. 3일 연속 라이딩에 비에 젖어 으실으실 떨리는 몸으로 ㅎㅎ 닝닝하겠는걸 ~~
올라보니 사실 좀 닝닝했다. 배내고개나 에덴밸리 앞치기보다 약했다. ^^
올라왔으니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땀과 비에 젖은 몸은 떨리기 시작했고, 추위에 속도를 느낄 수 없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죽어라 페달을 돌리면서 백담사를 지나 소양강을 따라 인제로 흘러간다.
찬들이 참 맛깔스러웠던 어느 식당에서 요기를 하고, 찜질방을 찾았는데 인제에는 찜질방이 없단다.
떨면서 자전거를 타면서도 인제까지만 가면 따뜻한 탕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인제에는 없고 원통에는 있단다. 원통까지는 8키로란다.
원통해서라도 원통까지 갈려고 했으나 날은 어두워진지 오래고, 몸이 얼어 붙어 자전거에 올라앉지 못하겠어서 근처 모텔에서 탕 대신 샤워를 거의 탕의 물양보다 더 많이 한 것 같다.
2016. 4. 4. 08:30
<인제>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의 그 인제. 춘천에서속초 바다로 갈려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곳.
설악산의 안주인.
언젠가 선배 따라 왔다가 인제 토박이 어른께서 내린천에서 잡은 청정 개구리라면서 구워 주는데......
거슬리는 비위를 참고 억지로 먹다보니 참 맛있었던 곳. 그 선배는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되었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타시 찾은 곳.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늦잠을 자버렸다.
예상보다 두시간 늦게 출발했는데 잘한 일인지 결국 그 시간만큼 서울에서 야간라이딩을 맛볼 수 있었다.
소양강을 따라 평로라 같은 길들을 따라가니 홍천을 거치고,
여기서 부터는 강원도의 굽이굽이 고개를 돌면서 내 자전거는 춘천에 이른다. 아 빵꾸도 한번 났구나.
가락재가 마지막 고개인 줄 알았다.
이재를 넘으니 비스무리한 재들이 수없이 이어졌다.
자전거도 울고넘는 가락재 ㅎㅎㅎ
뽀대는 살려야 하기에 ^^
춘천에서 마실 라이딩 나온 사이클 무리들이 찍어줬다.^^
<춘천>
무비 청춘에 있어서 몇번의 떠남의 마지막을 장식 했던 곳.
외로움, 객수, 향수 등을 배웠던 곳. 뭐니뭐니해도 나에게 마라톤을 알게 한 곳.
나이 들면서도 메마르지 않는 감성을 가지려는 노력을 하게 만든 곳.
겨울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준 곳. 홍천 대명스키장의 야간스키, 빙어 낚시, 논두렁에서의 스케이트.
소양강, 공지천 나들이.
자전거는 시내를 지나 의암댐을 거쳐 북한강 자전거길로 접어든다.
이 풍경들을 모두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걸로 됐다. 내 두눈과 가슴에 담았으니.
강촌에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이 즐비했다. 그 중 자전거 거치대가 마음에 드는 춘천닭갈비집으로
남양주까지는 아름다운 북한강자전거길이 계속된다.
마석, 남양주에서는 시내를 관통하면서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머리 처박고 가다가 차량진입 방지봉(?)과 키스하면서 자빠링도 하고, 정비안된 곳들도 더러 있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곧 구리로 접어 들면서 한강자전거길로 진입해 들어간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서 걱정이 되었다.
라이트를 준비는 해왔지만 야간라이딩 경험이 거의 없고, 야간 한강자전거 도로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불안했다.
하지만 그 불안은 금방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야간 라이딩을 하는 자전거족들이 아주 많았고, 인천 정서진까지의 자전거길도 야간라이딩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아 좋아라 ~~~
국회의사당을 지나면서는 완전히 어두워져 버렸다.
시간을 보니 부지런히 페달을 굴려야 인천공항에서 부산가는 밤 11시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겠다.
물론 그냥 서울에서 버스를 탈까? 유혹을 느끼기도 했지만 작년 국토종주의 출발점을 오늘 쌩야생의 종착점으로 꼭 하고 싶었기 때문에 비키니 유혹녀는 곧 쭈글쭈글 할머니로 바뀌어버렸다. ㅎ
아. 다 왔구나.
국토종주 시발석에 내 자전거를 눕혔다.
나도 누웠다.
가자, 가자, 가자.
바퀴는 굴러가고, 산천은 다가온다^^
피곤이 엄습에 오면서 잠이 오기 시작한다.
청라국제도시역에서 공항철도로 인천공항으로 들어가니 저녁 10시 30분.
원래 계획은 8시 쯤에 도착해서 느긋하게 목욕도 하고, 포식도 한 후, 11시 버스를 탈려고 했는데, 그 놈의 늦잠 때문에......
첫댓글 비상~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에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행님은 제자리로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ㅎㅎ 범아 돌아와보니 제자리가 제일 포근하고 편안하네 ~~~
형님 아무리 그래 꼬셔도 안따라 갑니다 ㅎㅎ
ㅋㅋ 넌 따라올 운명이야 ^^
내기할까?? ㅎㅎ
나도 비상준비. 멋잔라이딩 완주성공축하.
고맙습니다. 형님. 이런 여행을 하다보면 철인운동하는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ㅎㅎ
끝이없는길도 영화가 가면 끝이나는거 같다
완주인지 종주인지 모르겠지만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한것을 축하한다
자주 이벤트 만들어 어디든 떠나자^^
최고다 김영화!!!!
정말 꾸준하게 나가시는 형님보고 많이 배우게 됩니다. 어디든지 떠나요 ~~~
잔차타고 사진찍기 신공 은 신기하기만.하구
헬멧 쓰고 얼굴 가려도 머찌고
철인 들은 끊임 없는 땀 땀
그 열정의 값어치는 무한이오
ㅎㅎ 얼굴을 가렸기 망정이지요~~
이상하게 영화 사진보면 나를 보는듯 해서..우리 둘 헤어진 형제 아닌지 ?
혀엉^^ ㅎㅎ
저로서는 무한한 영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