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우리나라의 미군정 기간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 가운데 가장 비극적이고 치욕적인 사건이 시작된 날입니다. 76년 전, 우리 영토인 평화의 섬 제주에서 갓 정권을 잡은 권력자들과 미군정이 무고한 우리 국민 거의 3만 명을 무고하게 죄를 씌워 군인과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살육한 사건인 “제주 4 3 사건”의 시작인 날입니다. 제주도는 이 질곡을 벗어내지 못하고 얼마 전부터 미군 해군 기지가 되는 수모를 겪고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몽고군이 삼별초 항쟁을 마지막까지 벌였던 징벌로 제주도를 말 목장으로 만든 것과 다름이 없는 아픔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철없는 조선의 집권자들은 이 제주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장 극단적인 정적들을 숙청하여 유배 보내는 곳으로 제주를 선택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개혁군주로서의 광해군입니다.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 역사에 원죄와 같은 일입니다. 사대주의자들과 매국노들 그리고 권력 기회주의자들이 더 이상 이 땅에서 공권력을 가져서는 안될 이유를 다시 증언하는 날입니다. 불의한 죽음을 당한 우리 국민들의 고통을 십자가의 예수님께, 아직 부활하지 못하시는 예수님께 맡깁니다. 제주는 이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하느님의 어린 양”이기도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 역사에서 외세에 굴종하고 심지어 빌붙어 호의호식하고, 불의하고 무능한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죄를 그대로 증언하는.
또한 현재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이들 가운데 그 뿌리를 아직도 그 당시의 집권자들에게 두고 있는 무리들이 있다면, 이 땅에서 더 이상 그들이 공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문화와 인식이 더욱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바퀴벌레처럼 음지에 숨어있다 기회가 되어 권력을 잡으면 그것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국민을 위협하고 억압하고 자신들만의 리그를 통해 권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무엇이나 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이 정치적이고 법적으로 엄벌에 처해지기 바랍니다. 제가 드리는 이 말씀은 우리 교회가 가진 입장이면서 동시에 복음적인 요청입니다. 또한 저의 확고한 신념이고, 우리 국민 대다수가 갖고 있는 믿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께서 대한민국을 축복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이 역사에 대하여 공부하고, 정의롭게 분노하고, 이 불의가 다시는 외세와 불의한 집권자들에 의해 반복되지 않을 자주적인 역량을 키우고, 이 역사를 모르는 자손들에게 알려주는 것 역시 복음적인 자세임을 분명히 알았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이야기는 미사의 두 전례를 그대로 알려줍니다. 길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은 성경을 이야기하면서 “말씀 전례”를 거행하였고 집 안에서는 빵을 떼어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성찬 전례”를 거행하였습니다. 이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는 우리의 미사의 중심 두 전례입니다. 교회는 말씀의 식탁과 성찬의 식탁으로 모든 신자를 한 가족이 되게 합니다. 마치 제자들이 청했던 것과 같은 초대의 말로 주님께서 우리 사이에 머무르시고 이 긴 밤과 같은 인생에 함께해 주시도록 청하는 날입니다. 우리의 삶에, 우리의 가정에 주님을 주인으로 모셔 들이도록 그분의 말씀과 밥의 나눔을 우리의 일상에서 구현합시다. 이렇게 우리 가정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 모든 이가 한 가족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아버지의 자녀들로.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루카 24,29)
(비전동성당 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
첫댓글 하느님께서 대한민국을 축복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