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골프에티켓 금연골퍼와 흡연골퍼

[진영]

금연골퍼와 흡연골퍼

노장 최상호프로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매경오픈에서 우승했다. SBS 코리안투어의 출범으로 대회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마당에나온 우승이라 타이밍도 좋았다. 최프로의 우승은 나이든 많은 프로들에게 희망을 줬고 국내 투어의 선수층을 투텁게 하는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라운드에 6언더파 66타를 때려 선두에 나선 뒤 기자실에서 만난 최프로의 첫 마디는 "전성기 때처럼 쳤다"는 말이었다. 나이를 의식한 듯 "체력이 달리지만 휴식을 잘 취하면서 마지막라운드까지 버틴다면 우승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덧붙였는데 말대로 됐다. 내가 최프로의 이번 우승에 가진 가장 큰 관심은 '금연'이었다. 담배를 끊어 체력이 좋아진 덕에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자기 샷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우승인터뷰에서 나온 그의 말이었다.

18홀을 도는 동안 담배 2갑을 피우던 헤비 스모커였던 최프로는 5년전 금연했다. 금연을 결행했던 당시 최프로는 금단현상으로 성적이 아주 좋지 않았다. 경기중에도 "모든 게 귀찮아 빨리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는 게 당시의 고백. OB 말뚝이 보이면 OB 말뚝으로, 물이 있으면 물로 공이 날아가 "그래도 내가 40승 이상한 선수인데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한다.

금연의 계기도 간단했다. IMF한파로 대회수가 줄고 상금규모가 축소되는 등 시절이 안 좋을 때 골프를 그만둘 생각에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금단증상이 대단해 정상적으로 경기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주변의 얘기가 힘을 보탰다. 또 애주가에 애연가로 유명했던 최프로는 건강을 생각해 "둘 중 한가지만 하자"는 생각으로 담배를 끊었는데 올해부터 눈에 띄게 몸이 좋아졌음을 느꼈다고 한다. 볼과 클럽의 발달 덕도 있지만 오십이 넘은 나이에 드라이버샷을 280~290야드나 날리니 체력이 좋아지긴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프로골퍼와 담배는 사실 친숙한 관계다. 멘탈게임인 골프는 그만큼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경기다. 긴장을 풀기 위해 담배를 즐기는 프로골퍼들이 많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 여자프로골프의 간판스타인 후쿠시마 아키코. 미국LPGA투어에서 뛰다 일본으로 돌아간 후쿠시마의 경우 경기중 재털이를 들고 다니며 홀마다 담배시중을 들던 몸종까지 둘 정도였다. 올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서 우승한 필리핀의 제니퍼 로살레스도 유명한 골초. 지난 2001년 스포츠서울이 주최했던 현대증권여자오픈에 초청출전했던 로살레스는 숙소인 풍림콘도에서 줄담배를 피워 주변을 놀라게 했었다. 남자 프로들중에도 애연가는 셀 수없이 많다. 코스에서 거침없이 담배를 빼 무는 존 댈리는 물론 시가를 즐기는 대런 클라크 등등.

그렇지만 최프로의 예에서 보듯 롱런하고 싶으면 금연해야 한다. 이는 프로골퍼는 물론 주말골퍼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누구는 맑은 공기 마시며 원없이 편하게 담배피우고 싶어 골프장을 찾는다고 하지만 자신의 골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금연이 필요하지 않을까..일본에서 뛰고 있는 한지연프로의 부친인 한유길씨는 제주CC 클럽챔피언을 3년 연속 차지했던 골프고수다.담배를 즐기던 그는 클럽챔피언전 마지막 날 공동선두로 맞은 18번홀서 그린으로 걸어가면서 담배를 빼어 물었다가 담뱃재가 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준우승에 그쳐 그 날로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클럽챔피언전을 3연패했고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절대로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다. 참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란 생각이 절로 든다. 좋은 골프 경쟁력있게 오래 즐기려면 그런 결단력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