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09 03:00 | 수정 : 2015.06.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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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활짝 편 새를 닮은 눈썹 아래 그윽한 눈망울이 내 눈에 와 닿는다. 분노와 체념, 고독이 뒤엉킨 눈빛이 마음 구석구석 묻어놓은 기억을 일깨운다. 내 마음에 작은 소용돌이가 인다. 그녀의 자화상 앞에서 보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보는 이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이 드디어 한국 관객에게 공개됐다.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개막한 '프리다 칼로―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전에 전시된 100여 점의 작품 중 정수는 자화상 6점이다.
프리다의 자화상은 그녀 삶의 응축이다. 소아마비, 교통사고로 평생 서른두 번의 수술을 거치는 동안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돌파구가 침대 덮개에 붙은 거울을 통해 자신을 그리는 길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많이 보고, 가장 잘 아는 대상이라 그렸다는 그 자화상엔 멕시코의 민속이, 남편을 향한 불같은 사랑이, 내면을 향한 불타는 집념이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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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대지(멕시코), 디에고, 나,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1949년.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아이처럼 프리다 칼로의 품에 안겨 있다.
카리스마 가득한 외모의 프리다는 매혹적인 피사체이기도 했다. 사진가 아버지를 둔 그녀는 타고난 모델이었다. 한때 연인이었던 사진가 니콜라스 머레이가 찍은 사진을 비롯해 전시장에 걸린 50여 점의 사진은 타인의 눈에 비친 프리다의 매력을 들여볼 수 있는 창(窓)이다. 전시엔 남편이자 유명 벽화가인 디에고 리베라, 카를로스 오로스코 로메로 등 프리다와 같은 시기 활동했던 멕시코 화가 10여 명의 작품 30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