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을 사고서 잃어버린 지갑* 제가 사는 곳은 부천의 중흥 마을입니다 초등하교 5학년 때부터 외우던 국민교육헌장의 한 귀절을 떠올리게 하는 마을이지요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중흥 마을에 사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우리 중흥 마을엔 아파트 산악회가 있어 매월 한 번씩 산행을 하며 이웃간의 친목을 다질 수 있어 좋아요 거기에 번개 산행으로 휴일이나 일요일에 가까운 산을 찾기도 하지요 지난 삼일절엔 몇분이 서산 팔봉산엘 가기로 했어요 약속 시간 7시 종이 집에서 울리네요 그래도 베란다에 태극기는 달고 가야지요 늑장부리는 제가 달려가 12인승 스포티지에 오르니 출발입니다 오늘은 안 사장님네 차로군요 속력을 내시는 편이지만 안전 운전을 하시지요 세 부부와 남편이 바쁜 두 여자의 동행이니 모두 여덟 분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에서 호두 과자를 사서 차안에서 아침 식사를 하지요 팔봉산 안내도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된 차가 별로 없고 관광버스도 없는 게 좀 의아하네요 등산화를 고쳐 매고 오르는 넓은 길엔 자갈돌을 깔아 놓아 조만간 포장도로가 될 것임을 암시해 줍니다 초입에서 이제 막 피어나려는 분홍 진달래 몇송이가 반겨줍니다 솔향기가 날 듯한 길을 한참 오르자 절로 오르는 포장 도로와 좌측으로 오르는 등산로로 나뉘어지네요 적당한 바윗길 적당한 오르막길을 올라 절이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쉽니다 다시 바윗사이 길을 조심스레 오르락 내리락 하니 팔봉으로 가는 이정표가 우리가 온 쪽으로 나 있고 우리는 4봉 바위에 도착하네요 "저 멀리 보이는 건 무슨 강인가요?"했더니 태안 반도의 바다라고 하네요 푸르른 솔과 우뚝 자리한 바위에 앉아 바라보는 즐거움이여 교장 선생님께서 주시는 고로쇠 물맛이 피로를 싹 가시게 하네요 철계단도 오르락 내리락 바람이 세어졌어요 3봉이랍니다 바위들을 타고 넘어 조심스레 한평 남짓한 절벽에 앉으니 달콤한 과일을 먹으면서도 몸이 점점 오싹해져요 바다도 보이고 1봉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의 행렬도 보이고 바로 아래 타원형 커다란 바위 꼭대기엔 어떤 남자가 한 사람 새라도 된듯이 팔을 펼치기도 하더니 중간까지 내려와 망설이니 보는 사람까지 마음을 조리게 하네요 3봉은 아슬함을 즐기기에 충분한 공간이로군요 올라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쪽으로 내려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 우리는 우회해 구주차장을 향하고 안 사장님과 최소장님만 차가 있는 신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긴 계단을 내려와 정자가 있기에 또 쉬어가지요 능선을 타며 바다를 바라보며 하산하지는 못했지만 아쉬움을 달래주는 푸르른 대나무밭길이 인상적인 곳도 있네요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정도 나누고요 그저 앞만 향해 열심히 걸어서 주차장에 내려오니 먼저 오신 분들이 시골 두부랑 막걸리를 권해 주십니다 김치도 맛있고 달래장도 맛있네요 시골 분들이 내다 파시는 냉이 달래에 눈이 가는 건 남편이 봄 되면 좋아하는 냉이국이 생각나서이지요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달래도 사고 냉이도 사니 봄을 산 느낌이 듭니다 우리 차 맨 뒷자리에 앉자 시골길을 달리는 차 짐정리를 하며 지갑이 없어진 걸 알아차린 나 차를 되돌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지만 못 보았다는군요 '삼년 째인 산행에 오늘은 왜 처음으로 지갑을 가져왔을까? 그 지갑과의 인연이 여기서 끝이구나 달랑 하나 넣은 주민등록증을 다시 해야겠네 얼마 안 되는 돈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려나? 산악회 전화 번호가 있으니 전화가 올까? 오늘 걷은 회비를 등산복 주머니에 넣어 다행이구나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야지' 오늘은 봄을 사느라 지갑을 잃어버렸지만 앞으로 더 큰 것을 잃게 하지 않으시려는 경험으로 여기며 좋게 마음을 먹습니다 2007.3.1.목요일 **다음 날 오후에 안 사장님께서 차량 청소를 하시다가 차안에서 내 지갑은 다행히 발견되었답니다 ++서산 웨딩홀에서 아는 분에게 모두 등산복 차림으로 점심 대접을 잘 받고 해미 읍성을 한바퀴 둘러보았지요 천주교 박해의 아른 역사를 안은 회화나무 한 그루는 무심히 자리를 지키고 동그란 담안의 감옥이 정겹게 느껴지고 청허정 정자에 한 번 오르고 싶고 해미읍성 담위의 길을 빙 걸어보고 싶습니다 지구유가 나온다는 덕산 온천에도 들러 1시간 푹 쉬었어요 언제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