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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성산동에 있는 양대(兩大) 오토바이 제조업체 S&T모터스(옛 효성기계공업)와 대림자동차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고유가(高油價)에 따른 오토바이·스쿠터 붐으로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국내 오토바이 산업의 양 날개로 성장해온 두 회사는 모두 창원 공장에서 내수·수출 물량을 생산 중이다. S&T는 배기량 650㏄급 고성능 오토바이까지 개발하며 유럽·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대림은 점유율 50%의 탄탄한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S&T모터스 "고품질·고성능 모델 수출에 사활 건다"
"큰 차만 좋아하던 미국인들이 오토바이·스쿠터를 타기 시작했어요. 우선 유럽·일본산과 차별화된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상품으로 해외 시장을 뚫을 계획입니다."
18일 창원 본사에서 만난 강성식 S&T모터스 해외영업팀장은 "미국 수출물량이 작년 3000대에서 올해는 6000대까지 예상된다"며 "특히 미국 오토바이 시장에서 엔트리급(초급용 기본모델)인 배기량 250㏄급에선 S&T 제품의 점유율이 14%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선 최근 고유가로 오토바이·스쿠터 재고가 중국산 한국산 할 것 없이 대부분 동이 났다. 미국에선 화장지 한 개 사러 나가려 해도 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름 소모가 적은 오토바이·스쿠터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중국산 저가 스쿠터보다 한국산이 50% 정도 비싸지만, 중국산의 품질에 실망한 미국 소비자들이 일본산보다 값은 싸면서 품질은 비슷한 한국산 스쿠터를 많이 찾기 시작했고, 한국산 고성능 오토바이에 대한 수요까지 늘고 있다는 것.
공장에서는 유럽·미국에 보낼 650㏄급 고성능 오토바이 조립이 한창이다. S&T는 2003년 650㏄급 엔진을 자체 개발, 국내에서 배기량이 큰 고성능 오토바이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쿠터는 배기량이 50~125㏄이며, 650㏄급 이상 오토바이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일본·미국·유럽의 8~9개 회사가 전부다.
S&T는 현재 폭주하는 해외 주문량을 제대로 대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는 일부 핵심 부품의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공장을 원하는 만큼 돌릴 수 없는 탓이다. 강 팀장은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 올 하반기부터는 가격 경쟁력과 수출물량 증대에 큰 전기(轉機)가 될 것"이라며 "천금 같은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림모터스 "중국산에 잠식당한 내수, 디자인·서비스 높여 재탈환"
국내 최대 이륜차 회사인 대림도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만 3만9000대를 팔아 작년보다 10% 판매가 늘었다. 하반기엔 신장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출도 작년 2만2000대에서 올해 2만6000대로 20% 정도 늘 전망이다. 20대 취향에 맞춰 디자인을 강화한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판매·정비 서비스를 개선한 덕분이다.
이달엔 상용(商用) 스쿠터 '마리오 125'를 내놓고 시장 확대를 노린다. 이 모델은 개발 단계부터 디자이너 설계자 품질관리자 마케터 등이 배달 전문점에서 직접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고객 요구사항을 철저히 반영해 만들었다. 휴대폰 충전용 소켓과 메모 꽂이는 물론, 국내 최초로 열쇠를 꽂지 않고 시동을 거는 스마트키 시스템까지 달았다. 마케팅전략팀 정지상 차장은 "최근 수요 증가로 토요일·공휴일까지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도 가격경쟁력 충분
S&T와 대림 창원 공장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중국산 저가품에 밀리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관계자들은 "중국으로 아웃소싱은 정답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고 생산성만 높이면, 최근 고유가로 인해 선진국 시장에서 폭증하는 스쿠터·오토바이 수요 상당부분을 한국산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각각 일본 스즈키·혼다의 기술을 받아 큰 경쟁 없이 성장하던 두 회사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장 규모가 3분의 1로 급감한데다, 수입규제 철폐로 저가품은 중국산, 고가품은 일본·유럽산이 밀고 들어와 '샌드위치' 신세에 몰렸었다.
두 회사는 2000년 이후 원가절감 및 신모델 개발에 총력을 쏟은데다 최근 세계적 고유가 특수(特需)가 겹치면서 부활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그러나 오토바이·스쿠터를 폭주족의 장난감이나 배달용으로만 보는 시각이 바뀌고 내수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S&T모터스 김태관 국내영업팀 과장은 "국산 오토바이는 일본·유럽산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이를 즐길 만한 오토바이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