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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등대지기'의 기원(紀原)과 역사(歷史)
'나비야'의 경우처럼,
초창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양의 민요 중 상당수는
미국과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거의 국민가요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애창곡 '등대지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들어왔는지를 살펴보자.
은희의 '등대지기'(1972)
얼어 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모질게도 이 바람이 저 바다를 덮어
산을 이룬 거센 파도 천지를 흔든다
이 밤에도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한 손 정성이여 바다를 비춘다
바람소리 울부짖는 어두운 바다에
깜박이며 지새우는 기나긴 밤하늘
생각하라 저 바다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이 노래의 선율은
원래 '옹달샘'이나
'노래는 즐겁다' 같은 노래들이
탄생한 독일의
'옛 뷔르템베르크 지역의 멜로디'
(altwürttembergische
Melodie) 중 하나로,
원 가사의 내용은
렘스 계곡(Remstal)에서
불안한 전쟁의 시기에
어떤 군인이
연인에게 작별을 고하는
이별의 노래였다고 하는데
여러 모로 볼 때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나,
아직 정확한 근거를
확인할 수는 없다.
기록과 음원을 통해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원곡은
'The Rose of Allandale'이라는
영국노래다.
이 곡은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 출신 가수들이
많이 불러
아일랜드 민요나
스코틀랜드 민요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공식기록에 의하면
19세기 초 런던 출신의
Charles Jefferys(1807~1865)가
작사하고,
Sidney Nelson이
1830년대에
작곡한 것으로 되어있다.
Sidney Nelson이
악보 첫머리에
'경쾌하게(cheerfully)'라고
써놓았다는 이 곡은
현재 구미의 가수들이
빠르게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면,
우리가 아는 '등대지기'와는
다른 노래인 것처럼 들리지만,
백파이프로 느리게 부르는
옛날 풍의 음률을 들어보면
거의 유사하다.
The Rose of Allandale
알른 계곡의 장미
백파이프 연주 듣기
Rose of Allendale -
Caledonian Pipes and Drums,
BurgenlandStadtfest Eisenstadt 2012
작사: Charles Jefferys(1807~1865)
작곡: Sidney Nelson(1800~1862)
The Rose of Allandale -
John McDermott
https://www.youtube.com/watch?v=MzCrQ4ob2cY
The morn was fair,
the skies were clear,
화창한 아침 맑게 갠 하늘
No breath came o'er the sea,
해풍도 불지 않을 때
When Mary left her Highland cot,
높은 집에 살던 메리
And wander'd forth with me;
나와 함께 길 떠났네
Tho' flower's deck'd
the mountain's side,
산기슭에 꽃이 피어
And fragrance fill'd the vale,
골짜기 가득 향기 내도
By far the sweetest flower there,
최고의 향기 품은 꽃은
Was the Rose of Allandale,
알른 계곡 장미였네
Where'er I wander'd east or west,
동방서방 떠돌 때마다
Tho' fate began to lour,
운명이 위협해도
A solace still was she to me,
그녀는 늘 내 위안됐네.
In sorrow's lonely hour.
나 슬프고 외로울 때
When tempests lash'd
our gallant bark,
폭풍우가 뱃전을 치며
And rent her shiv'ring sail,
돛을 찢고 떨게 할 때
One maiden form withstood
the storm,
버티게 해준 처녀 형상
'Twas the Rose of Allandale,
알른 계곡 장미였네
And when my fever'd lips
were parched
입술이 바싹 타들어 가던
On Afric's burning sand,
아프리카 사막에서도
She whisper'd hopes of happiness,
행복의 희망 속삭여주고
And tales of distant land.
먼 나라 얘기해줬네.
My life had been a wilderness,
나의 삶은 황무지였지
Unblest by fortune's gale,
그런 행운 없었다면
Had fate not link'd my lot to hers,
내 운명과 연결된 그녀
The Rose of Allandale,
알른 계곡 장미였네
가사를 보면,
이 노래는 영국의 하일랜드
(Highland) 또는
독일의 오버란트
(Oberland) 지역의 처녀를
노래하는 연가(戀歌)로서의
속성도 보이지만,
그 노래하는 대상이 Mary,
즉 성모 마리아로 되어있어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이 발라드곡이 불리던
당시의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대영 제국의
최전성기와 일치한다.
그래서 이 노래에선
당시 영국의 주류세력으로서
‘동방서방’, ‘아프리카’로
식민지 개척에 나섰던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신념이
엿보인다.
이 노래에서 메리(마리아)는
화자와 연결되어
자신을 지켜주는
운명의 수호신으로
노래되고 있다.
이 노래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어릴 적 영국에서
미국에 이민 간
George E. Blake는
1833년
'Young Flutist's Magazine'에
이 노래를 어린이를 위한
플루트 협주곡으로 편곡한
악보를 게재한다.
그리고 거의 한 세대가 지난
1859년
미국의 작곡가
Richard Storrs Willis는
이 선율을 새롭게 편곡해서
'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라는
크리스마스 캐롤송을 만든다.
총 5절의 이 캐롤송은
지금도 미국에서
여러 가지 변형된 가사로
애창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맑고 환한 밤중에'라는
제목의 찬송가로 불리고 있다.
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
그 맑고 환한 밤중에
줄리 엔드류스 노래 듣기
Julie Andrews -
It Came upon a Midnight Clear
The beautiful carol
'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
(Richard Storrs Willis
Edmund H. Sears).
Sung by JULIE ANDREWS.
Arranged by Ian Fraser.
작사: Edmund Hamilton Sears(1849)
편곡: Richard Storrs Willis(1859)
원곡: Sidney Nelson(1830년 대)
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
그 맑고 환한 밤중에
That glorious song of old,
옛 영광 찬송 들리네
From angels bending near the earth,
천사들이 굽어보며
To touch their harps of gold:
금 하프 연주하네
'Peace on the earth, goodwill to men
땅에는 평화, 사람엔 온정
From heaven’s all gracious King!'
천상의 왕 주신 복음
The world in solemn stillness lay
온 세상이 장엄하게
To hear the angels sing.
천사들 찬송 듣네
Still through the cloven skies
they come,
하늘에서 오신 천사들
With peaceful wings unfurled;
평화의 날개 펴고
And still their heavenly music floats
천상의 음악 들려주네
O'er all the weary world:
지쳐있는 온 세상의
Above its sad and lowly plains
시름 많고 낮은 곳을
They bend on hovering wing,
공중에서 굽어보고
And ever o'er its Babel sounds
세상 소란 잠재우며
The blessed angels sing.
천사들 노래하네
(이하 생략)
이 노래는
이제 원래 지니고 있던
연가(戀歌)적 속성이
완전히 없어진
종교적인 노래로 바뀌어있다.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인만큼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렇게 미국의 교회에서 변형된
영국 'The Rose of Allandale'의 선율은
한 편으로 또 다른 편곡이 가해져
1864년경부터
미국의 교회 주일학교
찬송가 악보에 등장한다.
한국의 찬송가를 연구하는
오소운 목사는
1869년
미국 유니테리언 교단에서 발간한
주일학교 찬송가
(Hymn, Tune, and Service Book
for Sunday School)에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등대지기'의 선율과 똑같은
악보를 확인한 바 있다.
The Golden Rule(황금율법)
작사: I. J. Zimmerman
편곡: Unknown
The golden rule, the golden rule,
황금율법, 황금율법
Oh, that's the law for me:
내가 지킬 율법이라
Were this the law for all the world,
온 세상이 이 법 지키면
How happy we should be:
얼마나 좋으랴
The golden rule, the golden rule,
황금율법, 황금율법
Oh, that's the law for me:
내가 지킬 율법이라
To do to others as I would,
내가 먼저 베풀 때에
That they should do to me.
남도 내게 베푼다네.
We love our fathers, mothers,
사랑하는 부모님들
Whose love our love attends;
우리 사랑 본 되시니
We love our brothers, sisters, too,
우리들도 형제자매
Our teachers and our friends,
은사 친지 사랑하네
The golden rule! then would no war,
황금율법 지킨다면
Be known in any land;
어디에도 전쟁 없네
If each one sought the other's good,
다들 남을 생각하고
And loved the Lord's command.
주님 말씀 따른다면
Were this the rule, in harmony,
이 율법을 잘 지키면
Our lives would pass away;
우리 삶도 조화롭고
And none would suffer, none be poor,
고통 받고 가난한 자
And none their trust betray.
속이는 자 없으리
The Golden Rule 악보
마태복음 7장 12절의
‘내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예수의 산상수훈 내용을
계몽하는 종교적인 노래다.
남을 위해 섬기고 봉사하는
사랑의 마음을 강조하는 이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
'등대지기'의 가사 내용과
맥이 닿아있다.
이렇게 미국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가르치던 이 노래는
일본으로 건너오게 된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시대에
미국으로부터 서양음악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1880년에
초청되어온 루터 메이슨
(Luther W. Mason(1818~1896)은
일본 문부성에
많은 찬송가를 소개해줬지만,
기독교라는 종교에
쉽게 동화되기 어려웠던 일본은
'나비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곡에 대해
나름 철저한 분석을 거친 후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가사를 바꿔
새로운 창가(唱歌)로 만들었다.
선교 목적이 강했던
메이슨은
그렇게 가사 내용을 바꾸는 데
불만을 토로했지만,
일본은 그런 그를
1882년에 추방해버리고 만다.
메이슨이 소개해준 곡 중에
The Golden Rule이
포함됐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 노래는 1889년
명치창가(明治唱歌) 제3집에
'旅泊(りょはく)'이라는
제목의 가사로 실리게 된다.
旅泊(りょはく)
여박(나그네 하룻밤)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旅泊メロディーは アメリカ
讃美歌 が 元になったという説、
イギリス民謡という説など が あるようですが、
明治22年に'旅泊'
詞: 大和田健樹
で発表された歌、のちに、
このメロディーに 歌詞を替えて
大正15年には
助舟・佐々木信綱
昭和22年
'灯台守'
勝承夫 私にとって馴染みは
「灯台守」ですね。
しかし、このメロディーには
旅泊」の歌詞が一番寄り添
っているような気がするのですが。
작사: 오오와다 다케키(大和田建樹)
(明治 22年, 1889年)
원곡:イギリス民謡
磯の火細りて 更くる夜半に
갯가에 불 잦아들고 깊어가는 밤에
岩うつ波音 ひとり高し
바위 치는 파도 소리 저 홀로 드높고
かかれる友舟 ひとは寝たり
함께 대논 이웃 배엔 사람들 곤히 자니
たれにか語らん 旅のこころ
누구에게 얘기하나 나그네 마음을
月影かくれて からす啼きぬ
달빛 기울어 저버리고 까마귀 우는구나
年なす長夜も 明けに近し
한 해 같던 긴 긴 밤도 동틀 녘 다가오네
起きよや舟人 遠方の山に
일어나는 뱃사람들 저 멀리 산에는
横雲なびきて 今日ものどか
길게 비낀 구름 뻗어 오늘도 한가롭네.
이 가사는 바다(sea)와
여행(wander)이라는 말이 나오는
영국의 원곡
'The Rose of Glandale'의
1절을 참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금의 '등대지기'에 나오는
노랫말, 파도, 물결(波)과
달그림자(月影)도
여기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과는 달리
당대의 문화생산자들은
주로 지배계층이었다.
이 노래에도 당시 지배계층의
문화 코드에 맞지 않았던
기독교적 색채는
완전히 배제되고,
중국 문화의 코드가 담겨 있다.
이 노래의 내용은
당나라 시인이었던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을
차용한 것이다.
풍교
소주 한산사에 발길 몰리는 까닭
지금도 중국 상하이에서
고속철로 30분쯤 걸리는
소주에서 한산사는
관광 단골코스다.
한산사
순전히 저 장계의
풍교야박 때문이다.
수많은 명필이
이 시를 필사해놓고 갔으며,
시 한편은 작은 절에
관광객을 북적이게 했다.
1300년쯤 전에
인생 루저가 딱 하나 남겨놓은
28자의 시가
이렇게 후세에 와서
대박을 칠 줄은
아마 하느님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일본사람들이 들끓는데
그 이유는, 이 시가
고급스럽게도
학교 교과서에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름 해양국가인지라,
배에서 '노숙'하는 맛을 알아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저 시가 지닌
인생 바닥의 스산한 기운이
삶의 양상을 핍진한다고
여겨서였을까.
이 시의 성가를 높여준 분 중에는
송나라 구양수도 있다.
그는 '절에선 한밤 중에
종을 치지 않는데,
장계가 시를 멋지게만 쓰려고 하다가
흰 소리를 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구양수의 말이 팩트인지,
주위에서 혹은 뒷날에
확인 취재를 해보니
구양수가 틀린 것으로 밝혀진다.
절의 야반종성(夜半鐘聲)은
당대에도, 혹은 후대에도
흔했다는 것이다.
구양수라는 대가가
슬쩍 건드려준 것이
논란이 되는 바람에
이 시는, 더 멋진 '상품'이 되었다.
300개 다리 중에서
풍교만 유명하네
명나라 시인 고계(高啓)는
'300개 아름다운 다리가
물의 고장에 빛나지만,
시로는 오직 풍교만이
유명하다네'라는
시 구절을 남기기도 했다.
풍교야박을 읽노라면,
뭔지 모르게 슬픔과 우울 혹은
절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 또한
인간을 깊이 힐링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의 뒤숭숭함과
전전반측이 오히려
사람들을 어루만진다는 얘기다.
풍교야박 그곳
풍교야박(楓橋夜泊)
풍교에서의 하룻밤 정박
- 장계(張繼)
月落烏啼霜滿天
달 기울어 까마귀 울고
서리 차는 하늘
江楓漁火對愁眠
강가 단풍 어선 불빛 바라보며
잠 못 드는데
姑蘇城外寒山寺
저기 멀리 고소성 밖
한산사에서는
夜半鐘聲到客船
한밤중의 종소리가
이 객선에 들리누나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가
과거에 세 번이나 낙방을 하고
양자강 지류를 따라
배를 저어 돌아오면서
소주(蘇州)의 풍교(楓橋)라는
다리 밑에서 배를 정박하고
신세를 한탄하며 지은 시다.
옛 중국화 '풍교야박'
이렇게 여행객이 느끼는 고적함,
쓸쓸함과 한적한 자연의 정경을
노래하던 명치창가
'여박(旅泊)'은
일본이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향해 직진하면서
만주침략을 계획하던 시기에 들어,
제목과 내용이 확 바뀌게 된다.
1929년에 이 노래는
'助船(すくいぶね)'이라는 제목으로
'검정고등소학창가'
(検定高等小學唱歌)에
5학년용 동요로 실린다.
助船(すくいぶね)
구조선
작사: 사사키 노부쯔나
(佐々木信綱)
(昭和 4年, 1929年)
원곡: イギリス民謡
烈しき雨風 天地暗く
세차게 치는 비바람에
천지가 어둡고
山なす荒波 猛り狂ふ
산을 이룬 거센 파도
사납게 날뛴다
見よ見よ かしこに あはれ小舟
보라보라 저기 저 곳
안타까운 작은 배
生死の境と 救い求む
생사지경 갈림길에
구원을 청한다
救いを求むる 声はすれど
구원의 손길 갈구하는 소리가
들려와도
この風この波 誰もゆかず
이 바람 이 파도엔 아무도
못 가는데
見よ見よ 漕ぎ出る救い小舟
보라보라 노 저어가 구조하는
작은 배
健気な男子ら 守れ神よ
용감할 손 남아(男兒)들이여
수호신이여
미국의 어린이용 찬송가
'The Golden Rule'에 나오는
남을 돕는 봉사의 정신을
담으면서도
군국주의 시대에 맞게
아이들에게 맡은 바 책무에
충실한 사명감과 투지,
용감한 헌신의 정신을
고취하고 있는 것이다.
비바람(雨風),
거센 파도(荒波),
작은 배(小舟),
수호신(守れ神)이란 노랫말은
영국의 'The Rose of Allandale'
2절의 내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1929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용 동요로
일본과 조선에서
오랫동안 가르쳐오던 이 노래는
태평양 전쟁 패전 후
미군정 기간이었던 1947년
문부성 편찬의 5학년용
음악 교과서에
'灯台守(とうだいもり)라는
제목의 가사로 바뀌어 실리게 된다.
灯台守(とうだいもり)
등대수
https://youtu.be/bBsRdGZhjlM
川田正子 - とうだいもり,
灯台守
川田正子 - とうだいもり,
灯台守, Masako Kawada -
Todaimori aka.
등대지기
in Korea
The origin of this song is
from 19th century Hymn
'The Golden Rule' in U.S.,
and the lyric is a poem
by Katsu Yoshio,
勝承夫.
작사: 가쓰 요시오(勝承夫)
(昭和 22年, 1947年)
원곡: イギリス民謡
凍れる月影 空に冴えて
얼어붙은 달그림자 공중에
시려오고
真冬の荒波 寄する小島
한겨울의 거센 파도 들이치는
작은 섬
想えよ灯台 守る人の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尊き優しき 愛の心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激しき雨風 北の海に
모질게도 비바람이
북쪽 바다에
山なす荒波 猛り狂う
산을 이룬 거센 파도
사납게 날뛴다.
その夜も灯台 守る人の
이 밤에도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尊き誠よ 海を照らす
거룩한 손 정성이여
바다를 비친다
이 노래에서는
메이지 유신 시대에
메이슨이 그렇게
일본에 심어주고 싶어 했으나
거부했던 기독교 사상이
많이 투영되어 나타난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해
일본의 운명이 미국의 손에
달리게 된 시점에 이르러서야
군국주의의 틀을 벗어나
이렇게 바뀐 것이다.
이렇게 노래라는 문화는
시대의 영향을 받고
그 시대 사람들이 형성하고 있는
생각의 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 '등대수(灯台守)'의 가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등대지기'의
가사와 거의 똑같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5,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는
'등대지기'의 가사는
1절에서는
‘空に冴えて
(공중에 시려오고)’가
‘물결 위에 차고’로,
‘寄す(들이치는)’가
‘모으는’으로,
2절에서는
‘北の海に(북쪽 바다에)’가
‘저 바다를 덮어’로,
‘猛り狂う(사납게 날뛴다)’가
‘천지를 흔든다’로 되어있으니,
내용상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는 번안이 아니라
번역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가사가 고쳐진
'등대수(灯台守)'는
지금까지 소개한 가사들에
담겨 있던 주제와 정서가
모두 다 망라되어 있다.
1830년대 영국의
'The Rose of Allandale'에 담긴
‘나를 지켜주는 나와 연결된
존재에 대한 감사와 찬미’,
1849년 미국의 캐롤송
'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
에 담긴 ‘평화와 사랑의 복음’,
1860년대 미국의
'The Golden Rule'에서 표현된
‘남을 위해 베푸는 봉사와
사랑에 대한 염원’,
1890년경
일본의 '여박(旅泊)'에서
‘여행객이 느끼는 쓸쓸하고
고적한 정취’,
1930년경
일본의 '구조선(助船)'에서
고취하고자 했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분투하는
헌신의 정신’이
빠짐없이 모두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영국의 발라드
'The Rose of Allandale'은
일본의 '등대수(灯台守)'에서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중국 및 일본의 문화가
함께 융합되어
그 모든 것이 응축된
절묘한 명곡으로 재탄생했고,
그 노래가 한국에 그대로 수입되어
지금 우리가 부르고 있는 것이다.
1947년에 만들어진
이 '등대수(灯台守)는
일제 말 일본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돌아와
기독교 교계 활동에도
열심이었던 한국의 여성 성악가
유경손에 의해
번역되어 한국에 전파된다.
그녀는 서울YWCA 회장과
한국기독교 유아교육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원로성악가 유경손(1921~2011)이
번역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고,
많은 이들이 '등대지기'를
시인 고은의 시로 알고 있다.
교과서에도 버젓이
고은 작사로 기재되어 있고,
포항 국립등대박물관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세워진
등대지기 노래비에도
그렇게 새겨져 왔다.
시인 고은은
이 노래를 번역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2010년),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포항 국립등대박물관의
등대지기 노래비(2018년 철거)
추정컨대,
그 이유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내린
왜색가요 금지령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당시의 음반 또는 출판계에서
누군가 이렇게 좋은 명곡이
작사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금지되지 않을까 싶어
작사자를 고은이라고
속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엔 조명암이나 박영호 같은
월북 작사가들의 이름을
다른 작사가로 바꿔 출간했던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 말이다.
(고은이 이름을 허락한 것인지,
제작사에서 허락 없이 그런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역사자(譯辭者)인
유경손 씨도
가뜩이나 친일전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드러내놓고
자신이 일본 가사를
번역한 것이라고
2008년 이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원인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등대지기'의 가사는
일본인이 쓴 것이 틀림없으며,
일본인이 가사를 썼다고 해서
이 명곡을 꺼려야 할 이유도 없다.
이제는 일본인 원작자
가쓰 요시오의 이름과
번역자 유경손의 이름을
당당히 밝히고 즐기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작사자가 고은이라고
기록돼있고
또 그렇게 후세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고은 선생께도
욕된 일이고,
한 나라 국가기관의 손을 거친
교과서와 박물관 기록에
이런 오류가 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할 일이다.
옮겨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