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잘 지내지?
엄마는 날마다 카페를 들락날락 한단다. 혹시 아들 소식 있는가 하고.
아빠한테 맨날 물어본다. 화섭이 사진 나왔냐고.
여러 여단 카페를 다 들어가보면 아들 얼굴이 크게 또 많이 찍혔고 엄마아빠도 찍혔다.
체력측정하는 사진도 보이고 달리기 하는 사진 보면 네가 공중부양으로 달리는 것 같단다.
나온사진 칼라로 출력해서 할머니한테랑 갖다 드렸다. 흐뭇해 하시더라. 면회도 같이 가자신다.
입대한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고 8일째다. 날짜가 금방 가는 것 겉다. 넌 징하게 안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훈련에 열중하다보면 또 멋진 임관식을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게
생각되지 않고 즐기면서 훈련을 마칠거라 생각한다.
장마가 끝나니까 날씨가 너무 뜨겁구나. 그래도 울아들은 더운나라에서 3년이나 살았었으니까
충분히 이겨내리라 생각한다.
아들 생일이 일주일밖에 안남았다. 올해도 생일을 못챙겨줘서 미안하고 무더운 여름날에
널 낳아준 엄마를 생각하며 훈련 잘 받아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울아들은 더위와 인연이 많은 것 같구나. 유학도 더운나라로 갔다오고, 한여름에 태어나고, 한여름에 군대가고...
아무튼 훈련 받느라 아플 겨를은 없겠지만 다치지만 말고 몸 조심해서 훈련 받고, 동기들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같은 방 쓰는 분대원들과 잘 지내서 모두 무사히 그리고 탈없이
훈련을 마치고 멋진 부사관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가입교 기간에 33명이나 퇴교됐던데 너무 안타깝더라. 이제 남은 동기들 특히 같은 소대,
12명의 분대원들 모두 같은 날 임관됐으면 좋겠다. 그러길 기도할게.
화경이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단다. 나중에 스타강사 돼서 외제차 뽑아준다고 하면서
맨날 용돈 주라고 한다.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용돈은 주고 있다만 나중에 네가 동생 좀
잘 챙겨주면 좋겠다.
아~참! 너 손편지 날마다 써서 보내라. 주소는 전남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 859번지 임형표
앞으로 보내라. 날마다 안쓰면 면회 갈때 마트에서 과자하고 빵만 사가지고 간다.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인다. 오늘 다 쓰면 다음에 쓸말이 없고 많이 쓰면 잔소리로 생각될 수
있으니까.
195기 화이팅! 임화섭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