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에서, 같은 메뉴로 20년 동안 음식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게다가 가게 주인과 거의 같은 근무
연수를 자랑하는 직원이 대부분인 가게라는 점도 후덕한 인상을 남겼다. 메인 메뉴인 돼지 생고기는 물론, 사이드 메뉴까지
고객 만족도가 꽤 높다는 '골목집'을 찾아갔다. 세상에는 무척 많은 '골목집'이라는
상호가 있다 보니 사람들은 그곳을 '용호동 골목집'이라고 불렀다.
점심때부터 고기 손님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싶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테이블마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계
모임, 학부모 모임, 성당 신자들 모임 등 여성 고객이 대부분이다. 나중에 김순연 (51) 대표에게 들으니, 밤이 되면 남자들 천지로 바뀌는 게 이 집 고객 특성이란다.
메뉴판을 보았다. 돼지생고기, 생목살, 항정살, 갈빗살, 오겹살, 허브생고기 그리고
한우등심. 한우는 어차피 구색용인 듯싶었고, 주 품목인 오겹살을 주문했다. 불과 고기가 준비되는 사이, 곁들이가 차려졌다. 해조류인 꼬시래기 초무침과 우엉 샐러드가 나왔다. 곧이어 '장아찌 3종'(방풍나물·
양파·깻잎)이 보태지는가 싶더니 두부김치·
백김치·
갓김치 '김치 3종', 생취나물·말린 취나물·고사리·버섯으로 구성된 '나물 4종'까지 추가됐다. 그리고 파절이,
통마늘과 쌈 야채까지 한 상 가득했다.
"손님들이 좋아하세요. 주다가 덜 주기도 그렇고…. 배추, 쌀,
고춧가루, 고기 등 우리집에서 나가는 식재료는 대부분 국산을 써요. 고기는 가까운 친척이 구포에서 식육점을 하고 있어서 믿고 들여와요. 그나마 집세가 따로 안 나가니까 할 만한 거죠."
비계와 살이 적당히 섞여 있는 오겹살은 먹음직스러운 그대로였다. 통 큰 주인처럼 슬라이스한 마늘이 아닌 통으로 나온 마늘을 요리조리 굴려가며 구웠더니 잘 타지도 않았다, 고기를 먹은 후엔 '나물 4종'을 넣고 고추장 없이 비빈 것을 골목집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메뉴, 해물
된장찌개와 먹었다.
고깃집에서 굳이 '해물' 된장찌개를 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게 '골목집'만의 매력이었다.
※부산 남구 용호로 203-4(용호동). 부산성모병원 못 미쳐서 왼쪽 GS칼텍스주유소 옆. 낮 12시부터 오후 10시 영업. 돼지 생고기(1인분 150g) 9천 원. 골목집 특선(갈비살·오겹살·항정살·모듬버섯) 4만 3천 원. 된장찌개(공깃밥 포함) 2천 원. 051-623-4592.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