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병산을 거쳐 돌아오며>
장암산까지는 등산객이 많아서 길이 좋았다. 그러나 장암산에서 남병산을 오르는 길은 등산객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 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응달은 등산로가 잘 보였으나, 양달 중 어떤 곳은 아예 길이 어딘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구나 비가 조금씩 오고 있어 나무나 풀잎 위에는 빗물이 많아 바지와 신발은 물론, 윗도리까지 빗물에 흠뻑 젖었다. 바지에서 신발로 물이 흘러들어가 두꺼운 양말을 신었음에도, 속에 있는 발은 잔뜩 커진 것 같았다.
이정표(장암산1.4Km, 주진리 예술마을2.4Km)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고야와 방울토마토 등으로 간식을 먹었다. 남병산으로 오르는 길에도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꽃들은 어제 온 비로 고개를 푹 숙이고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어쩌다 금방 피어난 것이나, 숲속 깊이 있는 것은 고개를 번쩍 쳐들고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야생화 중에는 하늘나리, 우산 나물 꽃, 동자 꽃, 옥잠화, 큰 까치 수염 꽃, 여로 등이 있었다.
<장암산 1.4Km, 주진리(예술인촌)2.4Km 이정표>
<남병산을 오르며 본 야생화(하늘나리) 1>
<남병산을 오르며 본 야생화(우산나물꽃) 2>
<남병산을 오르며 본 야생화(동자꽃) 3>
<남병산을 오르며 본 야생화(옥잠화) 4>
<남병산을 오르며 본 야생화(옥잠화 군락지) 5>
<남병산을 오르며 본 야생화(큰까치수염꽃) 6>
<남병산을 오르며 본 야생화(여로) 7>
이정표를 지나자, 잘 보이던 길이 슬슬 보이지 않았다.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길을 막아놓아 사람들은 커다란 나무를 피해 돌아다녀야 했다.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부근의 등산로는 상당히 유해서 걷기에 힘들지 않았다.
<등산로가 좋은 곳을 걷는 일행 모습>
남병산은 전에 많이 다닌 산이다. 주로 남산과 장암산을 거쳐 남병산에 올랐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로 거의 8시간 걸렸다. 등산로로 오르는 길에는 커다란 낙엽송이 있고 등산로 옆에는 묘가 있었다. 상당히 넓고 아늑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여기서 점심이나 간식을 먹은 곳이었다. 이번에 그 옆을 지날 땐, 작년에도 벌초를 한 흔적이 있어 친근함과 함께 기분이 좋았다.
일행은 별로 힘들지 않는 등산로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오른쪽이 갑자기 훤해졌다. 전에는 나무들이 꽉 차서 대낮에도 어두침침한 곳이었다. 3~4년 전에 벌채를 하고 새로운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앞이 훤한 것 같았다. 아마 저런 곳은 곤드레, 고사리, 두릅 등이 많이 날 것 같았다. 이곳은 고길리에서 올라오는 길인 것 같았다.
여기에도 벌채를 하면서 재목으로 가치 없는 상당히 큰 나무가 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어쩔 수없이 새로 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는데, 큰 나무가 없는 양달이라 풀이 어깨를 넘었으며 길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걸어가는 옆에는 고사리와 두릅이 많았다. 두릅은 너무 쇠서 먹을 수 없었으나, 고사리는 지금 올라온 것도 있었다.
일행이 왼쪽 능선을 올라오자, 등산로가 보였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급경사 지역이었다. 장시간 편한 길을 오다, 경사가 심한 곳을 오르자 숨이 하늘을 닿는 것 같았다. 일행 중에 좀 쉬었다가자는 말이 나왔다. 일행은 여기서 잠깐 서서 쉬면서 개인적으로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휴식을 취하며 나무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1>
<휴식을 취하며 바위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2>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이정표(남병산2Km, 장암산2.6Km, 주진리 공설묘지1.9Km)가 나타났다. 얼마 가지 않아서 등산객이 종이에 글을 써서 비닐로 씌운 것을 붙여 논 삼거리 봉(947m)표지가 보였다. 아마 이것을 붙여 논 사람은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남병산 2Km, 장암산 2.6Km, 주진리(공설묘지))1.5Km 이정표>
<등산객 박건석이 써 붙인 삼거리봉 표지>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등산로를 관리하는 기관은 봉마다 표지석이나 표지 목을 세우고, 이정표를 정확히 기재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또한 등산로의 풀은 베지 못하더라도, 쓰러지거나 베어낸 나무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을 치워서 등산객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것 같았다.
이제 급경사를 다 올라온 것 같았다. 여기서 몇 백m만 가면 정상이리라. 이제는 다 왔겠지 하고 올라가면, 또 다시 작은 봉이 보였다. 3개봉인가를 거치자 드디어 정상이었다. 일행은 거의 같이 올라와 남병산 표지석(1,150m)을 배경으로 개인 및 단체로 추억을 남겼다. 정상 주위는 녹음이 우거져 전망을 볼 수 없었으며, 헬기장도 풀이 우거져 여기에 무엇이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남병산표지석(1,150m)>
<남병산표지석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1>
<남병산표지석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2>
<남병산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가랑비가 계속 조금씩 내리고 있었으나, 일행은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11:55). 전에 모내기를 할 때, 새참으로 칼국수를 먹었다. 그러던 중, 비가 많이 내려 아무리 먹어도 국수그릇이 줄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에 비하면 오늘의 가랑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행은 빙 둘러앉아 각자 가지고 온 점심을 꺼내 먹었다. 특히 소주와 중간에서 먹다 남은 막걸리를 한 잔씩 나누어 마시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산은 여러 번 왔었지만, 하안미로 내려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행 8명 중 이곳을 겨울에 내려간 사람은 전 회장 딱 1명이었다. 대부분 이리로 내려가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 반 근심 반인 것 같았다. 내려가는 등산로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그런대로 보였다. 그러나 큰 바위가 앞을 가로막아 오른쪽 아니면 왼쪽으로 돌아내려가야 했다.
장암산 입구에서 올라오는 길은 거리는 있었지만 대부분이 완경사인데 비하여, 여기는 급경사의 연속이었다. 특히 길이 토끼길 같이 어렴풋이 보이는데다. 돌들이 많아 내려오기가 만만치 않았다. 1/3쯤 내려오자, 벌채한 곳에 잣나무를 심고 전기시설을 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무엇을 심었길 래 이처럼 입산금지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간벌을 하고, 부산물을 치우지 않아 겨우 보이던 등산로가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어쩌다 길이 보였다가는 없어졌다. 한여름이고 일행이 많았으니 문제가 없었지만, 겨울이고 혼자라면 무서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반 정도 내려왔을 때부터는 아예 길이 없었다. 방향은 제대로 잡았으므로 그저 아래로 내려오면 큰 길이 나오리라고 생각했다.
비탈길 급경사를 오른쪽 왼쪽에 몸의 중심을 두며, 흙투성이가 된 채로 아래로 내려왔다. 어떤 사람은 넘어져 크게 다칠 번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사람도 다치거나 낙오됨이 없이 잘 내려왔다. 이제 험한 산은 거의 내려온 것 같았다. 내려오는 곳에는 묘가 있었다. 또한 그 주위에는 야생화인 원추리 꽃과 솜다리가 멋지게 피어 있었다. 이제는 가랑비로 조금씩 내리던 비도 그친 것 같았다.
<하안미로 내려오며 본 야생화(원추리꽃) 1>
<하안미로 내려오며 본 야생화(솜다리꽃) 2>
일행은 묘 둥지에서 선채로 쉬고 나서 계곡으로 내려왔다. 낙엽송이 빽빽이 들어찬 계곡은 화전정리 전에 밭이었던 것 같았다. 일행 중 앞에 선 사람은 길을 잘 찾아 내려왔다. 앞에 밭이 보이자, 한숨이 후하고 나왔다. 이 밭은 사방이 산이라 산짐승들에게 곤드레 밭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사방으로 망을 쳐 놓았다. 그러나 밭 세 때기 중에 아래 위에 있는 두 때기에 제초제를 친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화전정리한 곳에 빽빽히 들어찬 낙엽송밭을 내려가는 일행>
중간 밭부터는 차가 드나들 수 있는 넓은 길이 있었다. 멀리 내려오지 않아 하안미4리가 나타났다. 일행 중 3명은 내려오다 하천에서 신발 등을 깨끗이 닦고 왔다. 다른 사람들은 먼저 내려왔으며, 우리 3명을 태울 승용차는 발을 씻던 곳으로 왔으나, 우리가 없어 그대로 내려오는 길에 만나 같이 타고 왔다.
일행은 당초 사초거리에서 냉면을 먹으려고 했으나 일요일이라 문을 열지 않아 평창 이조막국수를 찾았다. 이곳은 일요일에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즐겨 찾는 집이라 문을 열고 손님을 받았다. 일행은 소주와 막국수를 먹고,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15:40).
첫댓글 남병산에서 기러기재로 하산하다가 3거리에서 하안미로 갈라지는 임도를 무시하고 청옥산 방향으로 평탄한 임도(MTB 도로 겸용)를 100m 쯤 따르면 오른편에 지동리 초입으로 하산하는 아주 편한 산길이 있습니다, 예전에 4륜구동 트럭이 다니기도 하여 길이 제법 편하고, 기러기재에서 지동리 초입의 등산로 안내판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저는 상리, 지동, 안미, 주진에서 여러차례 등반하여 등산로에 밝습니다.
지동리로는 내려와 봤지요,
우리는 남병산 정상에서 바로 북쪽 하안미4리로 내려왔어요.
하안미 하산길은 예전 그대로 있는데 하산방향을 잘못 잡으신 것 같습니다.
비가 오는날의 산행이 불편함도 있었겠으나 특별한 경험(체험)도 있었을테니 값있는 행사였을것이라고 생각됨니다. 평창읍의 주변 산이니 이정표와 등산로 정리를 잘 해서 평창의 가치를 높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