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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경제지’는 농사, 축·수산, 원예, 의학, 염색, 건축 등 16가지 주제별로 향촌생활 전반을 시대적 조건과 관련시켜 정리, 조선 후기의 경제사정과 정책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학계에서 끊임없이 번역의 필요성이 제기된 고전이다. 하지만 113권 52책, 3만5000장이라는 방대한 분량과 광범위하고 깊이있는 내용 때문에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민족문화추진위원회나 농촌진흥청에서도 번역을 기획했다가 포기할 정도였다. ‘임원경제지’의 번역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한학연구원인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와 도올서원, 선경고등교육재단, 유도회 출신들로 구성된 19명의 젊은 학자들이다. 이들은 “실학자들의 여러 저작들 가운데 가장 체계적이고 방대한 이용후생의 기념비적 서술이 아직 번역조차 안 돼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지난해 3월 번역사업에 착수했다. 완역을 제안한 정명현(35·숭실대 과학사 강사)씨는 “한문을 공부한다는 공통점 빼고는 국문학부터 중문학, 철학, 경제학, 미학, 과학사 등 전공 분야가 모두 다르다”면서 “‘임원경제지’의 세부 내용을 각자의 전공 분야에 맞게 배분해 60%가량 번역을 끝낸 상태이며, 올해 12월쯤 ‘본리지’(本利志·곡물농사를 다룬 부분)부터 시작해 다음 해까지 40권 분량으로 완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명현씨는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 ‘임원경제지’의 번역을 시작했다고 하니 주변에서 격려도 하고 걱정도 많이 하더라”면서 “번역 과정에서 번역자의 이해 정도를 밝히는 등 ‘성실하고 정직한 번역’을 원칙으로 삼고, 용어나 문장에서의 부족한 부분은 농학, 생활과학, 의례예술 분야로 나뉜 ‘역회(譯會)’라는 토론회를 통해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경제지’ 번역사업을 후원하고 있는 송오현(39) 최선외국어학원장은 “학원을 운영하면서 늘 선비정신과 상인정신의 조화를 강조했는데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오게 돼 오히려 영광”이라고 말했다. 출판을 맡은 김경희 지식산업사 대표는 “학술적 의미뿐 아니라 ‘임원경제지’에는 식품, 염색, 농촌의 재테크 등 현대에서도 접목 가능한 정보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송민섭기자 /stsong@segye.com |
조선 최대백과사전 19명 번역 도전 | ||||
이중 서유구(1764~1845)가 편찬한 ‘임원경제지’는 수산·축산업, 원예, 화훼, 의복, 염색, 식품, 요리, 서화, 독서법, 의학, 지리 등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류, 수록한 자연과학 유서. 113권 52책으로 ‘여유당전서’(154권)에 버금가는 조선조 최대의 백과사전이다. 그러나 다른 유서들과 달리 이 책은 아직껏 번역되지 못했다. 내용이 전문적이고 분량이 방대한 데다 오탈자, 착간이 많아 전문가들조차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역전문기관인 민족문화추진회에서도 1970년대에 이미 번역 목록에 올려놓았으면서도 국역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난해하기로 소문난 이 책의 번역에 젊은 국학연구자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정명현(36·과학사), 이동인(37·한국사), 전종욱(35·한의학)씨 등 30대 중반~40대 초반으로 구성된 19명의 연구자들은 지난해 3월부터 공동으로 ‘임원경제지’를 번역하고 있다. 이들은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 도올서원, 유도회 한문연수원에서 한문을 수학한 386세대. 한문학, 역사, 철학, 미술사, 국악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은 매달 1~2회씩 번역 모임을 가지며 완역을 향한 대장정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진척도는 초벌 번역 기준으로 50~60% 정도. 이들은 내년 3월쯤 첫 번역본을 낸 뒤 2006년까지 30~40권 규모의 ‘임원경제지’ 국역본을 완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젊은이들의 야심찬 도전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독지가의 재정 지원과 중진 출판인의 출판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동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송오현 원장은 ‘임원경제지’ 역주를 위해 3억원을 쾌척했고, 국학전문출판사인 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는 역주본 전집 출판을 도맡겠다고 나섰다. 김대표는 “‘임원경제지’는 조선후기 이용후생 사상을 집약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헌”이라면서 “번역본 출간은 기초과학 연구자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운찬기자〉 |
2004.11.16 (화) 17:29 한국경제 한국경제 기사보기 |
[천자칼럼] 임원경제지 | ||||
명분보다 실리,경제 및 양생을 중시했던 실학자들은 많은 실용서를 펴냈다. 박지원의 "과농소초"(농업기술),정약용의 "마과회통"(홍역관련서),정약전의 "자 산어보"(어류박물지),유득공의 연경(담배 이야기),이서구의 "녹앵무경"(앵무새 사육)등이 그것이다. 당시의 생활백과 사전격인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가 한글로 번역 돼 나온다는 소식이다. 서유구(1764~1845)는 북학파의 시조로 천문 농학 등을 다룬 "보만재 총서"를 펴 낸 조부 명응,"해동농서"의 저자인 부친 호수를 이은 대학자로 일찌기 문과에 급제,군수 관찰사 등 외직,이조판서 대제학 등 내직을 고루 거쳤다. 순창군수 시절 농서를 구하는 정조에게 도 단위로 농학자를 둬 지방별 농업기 술을 조사한 다음 전국적 농서를 편찬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이후에도 수 차례 영농법 개혁을 역설한 상소문을 올렸는가 하면 농지경영을 다룬 "행포지",구황 용 식량인 고구마 보급을 위한 "종저보"등 농업관련서를 써서 보급했다. "임원경제지"는 이같은 기초 위에 농사직설 동의보감 산림경제 택리지 등 8백 여종의 국내외 문헌을 참고해 엮은 백과전서.농사 일반(본리지),식용 약용 식물 (관휴지),직조 염색(전공지),자연현상 천문관측(위선지),양생법(보양지),지리( 상택지),치산(예규지) 등 16부로 이뤄져 "임원십육지" "임원경제십육지"라고도 일컫는다. 한국 농업사와 과학기술사는 물론 조선후기 경제 사정과 정책 연구에 없어서 는 안될 자료다. 수많은 문헌을 소화해 쉽게 풀어쓴 데다 출처와 인용서를 명시,원전이 사라진 저서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1백13권 52책에 이르는 방대한 양과 다양한 내용으로 국역이 이뤄지지 못했는데 송오현 최선외국어학원원장이 3억원을 내놓고,정명현씨(서울대 박사 과정)등 각 분야 소장학자 19명이 번역하고,지식산업사(대표 김경희)에서 출간 을 맡음으로써 한글본이 출간되게 됐다는 것이다. 메이지 유신기에 이미 대부분의 주요서적이 번역된 일본과 달리 우리는 아직도 국역사업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못한 일을 해낸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
2004.11.16 (화) 16:51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기사보기 |
소장학자 19명, '조선의 백과사전' <임원경제지> 완역 도전 | ||||
20세기 이전의 개인 저술로는 가장 많은 양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원경제지>는 그간 113권 52책에 달하는 방대한 양과 '전통 문화자산에 대한 홀대'라는 한국적 병폐 탓에 번역되지 못했다. 겨우 석·박사 논문에 극히 일부가 번역-인용되는 수준에 멈춰있었다는 것. 지난 2003년 3월부터 시작된 번역작업은 현재 초벌번역 절반 이상이 완성된 상태다. 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명현(35·숭실대 강사)씨는 "19명의 번역자들이 각자의 파트를 맡아 일단 번역을 하고, 이를 분야별로 상호 조언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임원경제지>의 완역은 "그 존재가 귀한 옛 책을 초역한다는 것만이 아니라, 농촌 살리기와 생태환경 보존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 주류인 19명의 번역자에게 가장 큰 힘을 준 것은 정명현씨의 지인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송오현(40)씨였다. 송씨는 이들이 계획하는 작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적극 동감해 적지 않은 돈인 3억원을 번역지원금으로 쾌척했다. 송씨는 15일 열린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어학원을 하면서도 선비정신을 강조해왔다, 이 작업이 돈의 문제에서 탈피해 순수한 학문적 성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말로 번역자들을 격려했다. 40권이 넘어 50권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번역본의 출간을 선뜻 결정해준 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도 <임원경제지>가 완역된다면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김 대표는 얼어붙은 출판시장 상황과 판매와는 무관한 책이라는 이유를 들며 출간을 말리는 이들에게 "내가 했어야 할 일을 젊은 친구들이 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 부끄러움을 일부나마 상쇄하는 일이니 그런 말하지 말라"며 뜻을 꺾지 않았다. 정명현씨와 19명 소장학자들의 패기, 송오현씨의 학문지원 의지, 거기에 김경희 대표의 출판업자로서의 양심이 삼위일체로 만들어낼 <임원경제지>는 내년 초부터 번역이 완료되는 순서대로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 /홍성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