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떠나도 그가 남긴 온기는 공간에 머문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거장 고(故) 이응노 화백의 예술적 영혼이 숨 쉬고 있는 곳, 대전 이응노미술관을 찾았습니다. 한밭수목원의 푸른 녹음 사이에 조용히 자리 잡은 미술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현대미술 작품처럼 다가와 들어서기 전부터 설렘을 주었습니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저를 사로잡은 것은 전시장 안을 가득 채운 '빛과 그림자'였습니다. 천장의 격자무늬 구조물 사이로 시시각각 다르게 쏟아지는 자연광은 유연하게 흐르는 하얀 벽면에 부딪히며 오묘한 입체감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벽에 걸어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자체가 이응노 화백이 추구했던 자연주의 철학을 온몸으로 연주하고 있는 듯한 독특한 감각을 선사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몰입했던 부분은 이응노 화백의 '치열한 실험 정신'이었습니다. 흔히 '이응노' 하면 동양화나 한자 문양을 떠올리지만, 이곳에서 마주한 그의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넓고 과감했습니다. 전통적인 지필묵에 갇히지 않고 잡지나 신문지를 찢어 붙인 독창적인 '콜라주' 작품들, 그리고 실과 천을 엮어 만든 거대한 '태피스트리'까지,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어트린 거장의 흔적 앞에서 깊은 경외심이 들었습니다.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켰던 예술가의 고독한 투쟁이 작품마다 서려 있는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이 찌릿해지기도 했습니다.
미술관의 매력은 전시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통창 너머로 보이는 고즈넉한 대나무 숲이 잔잔한 휴식을 건넸고, 관람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아늑한 쉼터는 사색을 즐기기에 완벽했습니다. 전시를 보는 내내 관람 동선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져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거장의 호흡을 따라갈 수 있었던 점도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이토록 세계적인 수준의 기획전과 유작들을 부담 없는 비용으로 조용히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은 대전이 가진 커다란 문화적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관을 나서며,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제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평범한 재료를 예술로 승화시켰던 화백의 시선처럼, 매일 마주하는 지루한 일상도 조금 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삶에 신선한 자극과 깊이 있는 예술적 영감이 필요한 날, 빛과 예술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이응노미술관의 문을 두드려보시길 권합니다.
생각하는 힘 !!!!!
첫댓글 생각하는 힘!!!!! 아는만큼 보인다!
저희 모두 생각하는 힘!!!! 화이팅 합시다
프랑스에 살게 된 이응노 화백은 불어를 공부하지 않았다. 왜냐면 자기 작품은 설명하지 많아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대단하다. 동시에 혹시 박물관에서 옥중에서 그렸던 밥풀과 간장 그림은 보았는지? 전문가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