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주현 문학상 소설 심사평
소설 <설향>은 1인칭 주인공인 ‘나’(현우)를 포함해서 네 명의 미술대 졸업 동기생들이 겪어나가는 젊은 시절의 이야기다. 이들은 애정 욕구와 예술가로서의 성공이라는 이중적 목표의 틈바구니에서 그들 앞에 닥쳐오는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때론 방황과 일탈을 체험하기도 하면서 각기 제 갈 길을 찾아간다.
이 글은 주인공인 현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태현과 혜란 미라와의 4각 구도의 인간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명 화가를 꿈꾸는 네 명의 청년들은 각기 개성이 있으나 이성에 대한 사랑 표현에 있어서는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독특한 애정 심리를 그려내 주고 있다. 동아리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관심 있는 이성에 대해서 자기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마음의 상처가 올 것을 예상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좋아하는 이성을 넘겨주는 사려 깊음이 전편에 흘러넘치고 있어 독특한 서사구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모범생처럼 묘사되고 있는 현우와 섬약한 예술가 지망생 태현은 서로를 위로하며 이성에 대한 사랑까지도 양보하고 배려해 준다. 이러한 묘한 두 남학생의 사랑에 대한 모호한 처신은 두 명의 짝궁 여학생들로 하여금 진심어린 구애가 없는 불확실한 애정으로 각인되어 결국은 각기 제3자와의 결혼과 동거라는 현실로 다가와 제 갈 길로 가버리는 형국을 맞이한다. 이 글의 골간을 이루게 되는 주인공 현우와 태현과의 초월적 우정은 감동적이었지만 초기에는 이성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중심적 요인는 사랑과 우정이다. 결국에는 감동적이고 초월적인 우정의 힘으로 네 명의 학생들이 극적으로 다시 결합하게 되는 서사구조를 띠고 있으나 구성상의 아쉬움은 남아 있다. 사랑으로 인한 내적인 갈등구조가 미약하고 사건 전개의 우연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남녀간의 진실한 사랑에 끼어드는 시기나 질투 즉 인간 속성에 대한 진실한 묘사에 치중하기보다는 성자다운 초월적 사랑으로 미화했고, 아직 청춘인 혜란과 미라의 결혼 또는 약혼자가 일시에 사별 또는 파혼함으로써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서 의도적 결말 구조를 의식하게 된다는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입맛 당기는 애정행각 묘사에 치우치는 인기 위주의 서사 방법을 택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사랑과 우정과 배려라는 아름다운 감동과 삶의 진정성과 성실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감동을 준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사랑과 우정의 고귀함과 삶의 개척을 위한 신념과 도전정신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작품이다.
이러한 문학적 가치와 성과를 높이 평가하여 문학상 수상작으로 추천한다.
2012년 11월 17일
심사자 문학박사 이광녕
시 심사평 (향토상)
홍은숙의 시집 <강가에 앉아>는 가히 그리움과 사랑의 노래라 할 만하다.
전편에 흐르고 있는 삶의 애환과 애틋한 사랑은 일상적인 감정을 넘어, 지난한 삶의 고통 끝에 울려나오는 내면의 울림소리요 고백이다. 특히 쓰라린 인생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여성적 필치의 사랑 노래는 아픔을 겪어냈으면서도 아직까지 표현해 내지 못한 뭇 시인들에게 사랑표현의 진수로서 기법을 제시해 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고백적 사랑 노래는 <사랑>, <그대의 삭막한 겨울>,<사랑으로>,<사랑한 죄로>, <연서>,<슬픔>,<고백 >등 여러 곳에서 발견해 낼 수 있는데 이는 여타 제재들에서 나타난 그리움과 연결되어 있어 작가의 사유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가를 짐작케 해 준다.
홍시인은 그리움의 시인이다. <연어>,<첫눈><흙>,<가마>,<남한간 풍경>,<천혜의 고장 여주> 등에서 보이는 향토적 서정에 있어서도 그리움과 접맥되어 있어 향토에 대한 사랑과 애착심을 강하게 보이고 있으며 색다른 감동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시인은 사물을 관찰하는 눈이 범상치 않아야 한다. 홍시인은 여성적 감성이 풍부하고 개성적 안목과 사유의 깊이가 깊을 뿐 아니라 시적 표현에 있어서도 그 기법이 뛰어나다.
이러한 경향은 뭇 시인들에게 시인으로서의 표본을 보이는 것으로서 이번 향토상 수상작가로 추천하기에 적격자라 사료된다.
2012년 11월 17일
심사자 문학박사 이광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