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2년 10월03일
누구와 : 우리부부
어디로 : 백련산(215m), 안산(295.9m)
추석 연휴 동안 베란다 공사를 마루리 했다. 지난 늦은 봄부터 시작하여 긴긴 장마와 폭염 핑계 대며 미루며 질질 끌다가 이제야 끝내니 뭔가 허전하며 홀가분하다. 3일 날 하루는 산에 가야 된다며 전날 늦게까지 바닥 타일작업을 끝내고 아침에 배낭을 꺼내놓으니 와이프 어느 산에 가느냐고 묻는다. 집 근방에 있는 산을 돌아 볼 거라 하니 자기도 따라 간다며 부산을 떤다. 지난달 23일 산악회 일부 회원들과 간단하게 인왕산 산행 후 하산 길에 청와대 사랑채를 지나면서 분수대 앞에서 올려다 본 수도서울의 진산인 북악산이 아담하게 마음으로 들어 오기에 시간이 되면 연계산행으로 집 인근에 있는 백련산에서 안산을 거처 인왕산과 북악산 성곽둘레 길로 하산할 계획을 마음속에 그리며 마침 추석 연휴를 택하여 실행에 옮긴다. 와이프가 따라 올까 생각하면서도 시월 말에 단짝 친구들과 몇 년 동안 모아서 마련한 제주도 한라산 산행과 올레길 트레킹을 대비하라는 생각으로 동행을 하지만 결국은 두 번에 나눠서 산행을 마무리 한다.ㅋㅋ
백련산을 시작점으로 하기 위하여 녹번역으로 이동, 지하철 한정거장이라 그냥 걸어서 가지만 아침부터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더구나 길가 가로수에서 떨어진 은행을 피해서 발걸음을 옮기자니 그것 또한 피곤하게 만들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걸 후회하며 산골고개를 넘어 녹번역에서 우측 골목으로 진입하여 산으로 들어간다. 가을빛이 완연한 이산은 삼각산의 한 줄기로 산골고개(녹번고개)에서 별도로 나누어 졌으며 해발 215m로 낮고 시내에 위치해 있어 주민들이 휴식 공간으로 많이 이용하는 산이다. 주변에 안산과 인왕산이 바로 이웃하고 있으며 산 기슭에는 신라 경덕왕 6년(747년)에 진표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우리 나라 최초의 정토도량인 백련사가 있다. 원래 이름은 정토사였지만 어느 한 여름날 연못에 하얀 연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백련사로 개칭하였으며 산 이름도 이 사찰의 이름과 연계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다. 지금은 산 중간에 체육시설이며 휴식시설이 잘되어 있어 인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산이다.
산 입구 민가에서 경작하는 텃밭에서는 채소들이 싱그럽게 커가는 모습이 시골 고향 풍경을 연상시키며 며칠 전 명절에 고향에서 여유 있게 지내다 오지 못하고 무엇에 쫓기듯 상경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지만 전날 내려가면서 도로정체로 한 시간 반 걸리는 거리를 여섯 시간 반을 길에서 보냈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안느냐는 핑계거리로 넘어간다. 떡갈나무들이 낙엽으로 변해가는 계절에 주변에 떨어져 뒹구는 도토리에 현혹되어 시간을 지체한다. 우리가 올라가는 산길은 인적이 드문 곳이며 대부분이 유진상가 사거리에 위치한 백련빌딩 옆으로 올라가든가 아니면 이산이 감싸고 있는 홍은중학교 부근 미성아파트쪽에서 산행이 대부분 이루어 지기에 우리 둘만의 호젓한 길을 올라 멋진 바위 앞에 도착 부부가 정답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뒤로 조망을 한다. 전형적인 가을날씨는 하늘의 높이를 가름할 수 없는 푸르름과 간간이 떠있는 흰구름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북녘의 파주 쪽 아파트는 하늘과 맞다 아 있어 그곳에 가면 하늘에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본다. 보리수나무 열매가 익어가는 등산로 옆을 지나 매년 이맘때 전통문화 매바위회에서 실시하는 축제의 주제가 되는 매바위을 지나 인근 주민들이 아침운동을 하는 체육시설 앞에 도착 팔각정에서 휴식하는 인근 주민들과 인사도 나누고 홍은중학교 쪽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지나 이제부터 산책로가 넓어지며 휴일 날 평온한 모습으로 운동 나온 시민들이 많아진다. 오전 햇살에 소나무들의 피톤치드 향이 진하게 전해오며 중간 중간 갈림길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를 지나 어느덧 팔각정(은평정)이 세워져 있는 백련산 정상에 도착한다. 통일기원 및 매 바위 축제(35회: 2012년10월14일)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팔각정 위에 올라서니 상암월드컵 경기장 넘어 하늘 공원과 유유히 흐르는 한강 그리고 먼 곳에 위치한 인천의 계양산까지 조망되며 동쪽으로는 삼각산의 바위 봉우리들이 흰색으로 다가 온다. 낮은 산이지만 조망이 좋아 매년 해넘이 장소로도 각광 받는 곳이다. 와이프가 바로 앞 공터에 있는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에 옆의 벤치로 가 간식을 나눠먹고 출발이다.
은평정 바로 옆에 멋지게 조성해 놓은 체육시설이 있다. 백련체력단련장이라고 하며 요즘 시설 좋은 헬스장은 아니더라도 예전 웬만한 헬스클럽과 맞먹을 정도의 운동기구가 있어 주민들이 많이 이용한다. 건물이 아니고 자연 속에서 하는 운동은 효과가 더 있을 것이다. 열심히 운동하는 시민들의 건강한 모습을 뒤로 방송국 중계 탑 휀스옆에 피어있는 들국화의 청초함도 느끼며 약간의 경사를 내려선다. 팔각정에서 500m 내려서니 삼거리가 나오며 좌측으로 장수배드민턴장 방향 안내와 하산지점 800m 거리가 표시되어 있는 곳을 지나 백여 메타를 더 진행하여 돌탑을 지나 좌측으로 급격이 꺾이면서 서울시에서 선정한 조망 좋은 장소로 지정된 곳에 도착, 인왕산이며 안산, 여의도와 그 건너편의 관악산, 청계산까지 조망된다고 안내되어 있다. 눈에서 보여지는 위치와 안내된 사진과 맞춰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와이프의 모습을 한동안 기다려 이제는 동네 뒷산을 걷는 듯 좁아진 등산로 따라 내려서서 들머리에서 출발 한지 2시간 만에 백련약수터 앞에 도착 도로로 접어든다. 홍연초등학교를 지나 서대문구 문화체육회관까지 내려오며 도로에 떨어져 있는 꽤 많은 상수리를 줍는 재미도 솔솔 하다. 도로 따라 진행하여 분수와 인공폭포 그리고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연희숲속쉼터 입구 홍제천에 도착, 징검다리를 건너 물레방아 돌아가는 곳에 잠시 휴식하며 간식을 먹는다. 홍제천은 삼각산(구기동, 평창동)에서 발원해 서울특별시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 지역을 경유하여 한강으로 유입되는 지방 2급 하천이며 홍제천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 외국 관리 등이 묵어 가던 홍제원(유진상가 사거리 앞 위치)이 있었던 까닭으로 홍제원천이라고도 하며, 하천 본류에 모래가 많이 쌓여 물이 늘 모래 밑으로 스며들어 흘렀던 까닭에 모래내 또는 사천으로도 불리며 이 물줄기에 흘러간 역사 이야기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세검정(인조반정 후 이곳에서 검을 씻고 칼집에 넣었다는 곳)과 세초연(실록 편찬 후 글쓴이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하여 사초나 초고를 흐르는 물에 종이를 씻어내고 고생했다고 주연을 베풀어준 행사)등이 그것이며 도시화되며 하천이 기능을 잊게 되자 1983년과 1988년에 각각 하천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해 1999년 2월부터 복원공사를 하여 지금은 완전 복원되어 곳곳에 체육시설이며 문화공간이 많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 자리잡고 있으며 자전거길이 잘되어 있어 한강으로 연결하여 전국 어디던지 페달을 딛고 달린 수 있어 많은 자전거 메니아들도 봄 빈다.
봄에 산책 왔을 때 분수대 앞에서 새끼들을 뒤에 매달고 다니던 오리 한 마리가 어느덧 새끼들과 어미가 덩치가 같아져서 풀섶에서 오후의 휴식을 즐기며, 흐르는 물에는 월척도 넘을 만한 잉어들이 노닐고 있다가 오리와 조우하며 둘 다 놀래어 각자가 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곳이 도시인가 싶다. 더 놀라운 건 돌섶옆에 노란색의 야생화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벌새를 목격한다. 너무 적어 사진 촬영을 두 번이나 실패 간신히 두 번을 찍었지만 역시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 화질이 섬세하지가 않다. 그래도 생애 처음으로 본 작은 새는 외국인이 다가가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자 황급히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다. 물레방아를 끼고 이제부터 안산 산행이 시작된다.
기러기 안(雁) 자를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이산은 말의 안장인 길마와 같이 생겼다 하여 길마재라고도 하며 모래재, 추모련, 봉우재등으로 불러왔다. 해발 295.9m의 낮은 산이지만 전망이 좋고 수맥이 풍부하여 산 여기저기 약수터가 있으며 나무가 울창하여 산림욕에도 으뜸이다. 산 중간에 백련산과 같이 체육시설이 잘되어 있으며 특히 산중에 메타세쿼이아와 잣나무군락지가 있어 산림욕으로 으뜸이며 요즘 산 곳곳에 서대문구에서 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등산로 조성공사가 한참 진행 중에 있다. 정상에는 봉화대가 있으며 이씨조선 초 도읍지 선정 당시 재미난 일화가 있어 소개해 본다. 태종의 오른팔이었던 하륜(1347 ~ 1416 :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은 서대문 밖 무악벌을 궁터로 추천했다. 무악벌은 현재 무악재 왼편 서교동 연희동 동교동 일대를 말하며 명당임에 틀림없었으나 주산인 뒷산이 너무 낮고 땅이 좁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이가 많아서 이루질 못했다고 한다. 태종은 북악산 아래 궁터를 잡으면서도 무악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으며 “훗날 여기 도읍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고 한다. 어쨌든 현재까지 최규하(서교동), 전두환, 노태우(연희동), 김대중(동교동) 등 대통령 4명이 이곳에서 등장했으니 좋은 자리는 맞는 것 같지만 그곳이 명당자리인지 알고 이사를 해서 큰 인물이 나왔는지 궁금하다. 하기사 흥선대원군도 아버지 묘를 가야산 자락으로 이장해서 고종이 왕이 되었다는 풍수설이 있으니…… 어째든 인근 시민들의 문화,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으니 명당은 명당이다.^^
물레방아 돌아가는 정겨운 곳을 지나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우측에서 진동하는 허브 향을 느끼며 벚꽃나무 군락지에 도착 안산 자락 길로 접어든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이곳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여의도 벚꽃 길과도 맞먹을 정도의 장관을 이룬다. 지금은 아름드리 벚나무 밑에서 삼삼오오 담소를 즐기는 시민들이 눈에 들어 온다. 올라가며 좌측으로 도로 따라 좀 더 진행하면 인공폭포 및 계곡에 물을 흐르게 하는 원천이 있다. 원천이라고 해서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아니라 한강에서 끌어와 그곳에서 흘러 보내는 곳이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샘처럼 자연스런 모습으로 변하여 여름이면 개구리며 맹꽁이들의 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려오는 곳이다. 우리는 여러 번 보았던 곳이라 바로 위 숲 속으로 진입한다. 길 가장자리에는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함과 엽서 함이 있으며 돌로 가장하여 만들어 놓은 스피커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 나온다.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감성적인 사람은 바로 편지 쓰고 싶은 맘이 생기도록…… 다시 정자가 세워져 있는 곳에 도착 가로질러 더크계단을 올라 백천약수터, 연흥약수터와 전망대 이정표가 나타나며 오른쪽으로 산림욕장이 있어 진입하여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즐비하게 살아가는 곳 벤치에 앉아 한동안 휴식을 한다. 와이프 힘들단다. 벌써 힘들면 한라산 어떻게 가냐고 힘내라고 하지만 오늘은 안산까지만 산행하자고 졸라댄다. 하는 수 없이 그렇게 하자며 정상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팔각정(무악정)방향으로 이동하여 젊은 부부가 애들과 올라가네 안 올라가네 성화다. 팔각정 앞에서 정상까지는 경사가 있어 땀을 흐르게 하기에 오랜만에 이마에 땀이 맺힌다. 수많은 인파가 오르내리는 길을 따라 빙과류를 파는 곳에서 너도나도 한 개씩 입에 물고 좋아하는 모습들을 뒤로 서울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정상에 올라선다. 이곳 봉수대(시 기념물 제 13호)는 동쪽과 서쪽 봉수대 2개가 있었는데 이곳 동봉수대만 남아 있고 이곳에서 황해도 방향에서 올라오는 신호를 남산으로 연결하는 마지막 신호처였다고 한다. 1994년에 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으로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봉수대 꼭대기에 외국인이 자랑하듯 올라가 있어 내려오라고 몸짓 손짓 다하여 내려오게 하고 조망을 시작한다. 서울시내와 삼각산의 산세며 멀리 검단산등 팔당방향과 관악산너머로 수원 쪽 산세가 조망되며 서쪽으로는 인천 계양산도 눈에 들어 오니 서울의 공기가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이런 때 느낀다. 바로 앞 바위군락은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올라와 보면 암벽을 즐기는 꾼들도 간혹 보일 때도 있어 암벽도 할 수 있는 산이다. 인왕산을 아쉬운 듯 바라보고 독립문 방향으로 길을 잡고 하산한다. 등산로는 하도 많아 어림잡아 서대문 형무소 자리 방향으로 길을 잡고 하산, 인공폭포 앞에서 시작한 산행은 약 2시간 넘게 진행 무악 현대아파트 입구에 도착 귀가 길에는 지하철 독립문 역에서 전철을 이용한다.^^
※백련산은 은평구 방향이 발달되어 있으며 안산은 서대문구내에 있으니 모든 방면이 조성이 잘되어 있다. 도심 속 낮은 산을 등산이라는 개념으로 오르는 모습이 좀 어색하지만 그래도 백련산과 안산을 연계하여 길게는 5~6시간의 산행도 충분한 곳이며 안산은 인왕산과 맥이 같아서 바위로 이루어 져있어 급경사가 여러 곳에 도사리고 있기에 힘든 구간도 있어 산행의 묘미도 있는 산이다. 6일 날 인왕산과 북악산 연계산행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