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여성들의 노동과 삶에 대한 밀착 보고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Let me in!”
4명 중에 1명이 빚을 안고, 2명 중에 1명이 30인미만사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월 15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살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층 여성을 만나보자.
‘못 다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었는데‘그래도 계약 1년 한 게 있으니까, 1년은 채우자 이런 생각으로 버텼죠. 그리고 거기에서 또 이야기를 한 게, 월급을 올려주면서 하는 얘기가 “아 이런 식으로 계속 일을 배우면서 하는 것도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 주겠다” |
비정규직을 입사해서 점점 정규직 업무를 떠맡게 된 사례<혜교>는 저임금과 초과수당 없이 장시간, 과노동에 퇴사할 생각할 정도로 고된 업무를 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겠다는 제안에 버티면서 혼신을 다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 결과가 일방적 계약만료로 귀결되면서 사기를 당했을 때와 같은 부당함과 배신감을 느끼면서 노동시장에서의 계약직의 위치를 통감하게 된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청년층 여성들의 노동과 삶에 대한 양적(1,317명 설문), 질적(8명 인터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본 조사는 있는 그대로의 청년 여성들의 생각과 현실을 보고자 하는 것이 그 첫째 목적이었다. 노동을 매개로한 여성의 삶의 서사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해체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20대 여성들의 노동문제를 이슈화하고 문제해결의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토론회]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Let me in!”
일 시 : 2010년 11월 30일 화요일 오후 2시-5시 장 소 : 공간여성과일 지하공간 나비 >>오시는길 후 원 : 한국여성재단 프로그램 인 사 말. 정문자 _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발 제 1. 청년층 여성의 노동과 삶 실태조사 김신혜정 _ 한국여성노동자회 교육부장 발 제 2. 20대 여성의 노동표류기 여명희 _ 여성학 연구자 토 론. 조금득 _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박홍주 _ 여성학자 김수현 _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임영미 _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 사 회. 배진경 _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 |
첨부1. 청년층 여성들의 노동과 삶 실태조사(양적조사) 요약
조사개요
만 18세-33세의미혼(비혼) 청년층 여성들 중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 664명, 취업 준비자 및 구직자 252명, 취업자 401명(총 13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서울, 인천, 안산, 부천, 대구, 창원, 부산 등 7개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아르바이트는 용돈벌이 밖에 안 돼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의 80.1%는 평균적으로 아르바이트를 1개만 하고 있고 5명 중 1명은 2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장 주된 이유에 대해서는 76.3%가 ‘생활비 및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라고 답한 반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8.7%에 불과해, 등록금은 아르바이트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아르바이트 임금 격차 높아
편의점, 주유소, 노래방, PC방, 당구장, 음식점 등 카운터/서빙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수도권의 경우 27.1%가 최저임금 미만인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47.8%의 아르바이트생이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눈높이는 그리 높지 않아
현재 취업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희망하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중소기업을 선택한 응답자가 23.5%로 가장 높았다. 다음순위로는 공공기관이 20.3%, 대기업이 16.1%를 나타내었다.
심각한 취업 스트레스
취업 활동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를 살펴보면 49.1%가 강하다고 응답한 반면 약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4%밖에 되지 않았다. 구직자들의 취업활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스에 따른 증상으로는 우울증이 27.8%로 1위를 차지해 구직자들의 심리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일자리의 질도 문제지만 일자리 자체가 없어
취업 준비 중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구직자들은 ‘원하는 일자리 자체가 너무 적다’ 33%, ‘일자리의 질(임금 및 고용안정성)이 너무 낮다 25.7%, ‘스펙(학점, 어학, 자격증, 봉사 등) 쌓기가 힘들다’ 19.3% 등을 꼽았다.
고용안정성이 가장 중요
해당 분야로 취업을 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는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서가 36.7%, 적성에 맞아서가 29.8%를 차지했다.
중소영세 사업장에 몰려 있는 여성
고용 형태는 정규직이 56%로 비정규직과 비등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장 규모를 살펴보면 58.6%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특히 10인 미만은 30.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열악한 임금
취업자의 경우 월평균 임금이 150만원 미만인 경우가 53.3%를 차지해 청년층 여성 취업자의 반은 150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직을 희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다’가 52.5%를 차지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필요했던 노동상식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아르바이트 경험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필요했던 노동 상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 및 구직자의 30.6%가 ‘최저임금’을, 28.7%가 ‘근로시간’을 꼽았다.
쉽게 선택하기엔 부담스러운 독립
부모님 혹은 친인척과 함께 사는 비율이 전체의 71.5%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유에 대한 응답 중 ‘결혼, 직장 이동 등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해서’가 60.1%로 1위. 다음으로 독립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독립을 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26.8%를 차지. 학생과 구직자, 한 달 소비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50%를 차지한다는 응답이 각각 33.2%, 44.4%로 가장 높아. 취업자, 한 달 월급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50%라는 응답이 44.4%.
4명 중 1명은 빚 신세
현재 빚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학생, 구직자, 취업자의 25.6%가 있다고 응답, 청년층 여성의 4명 중 1명은 이미 빚을 안고 생활. 빚의 원인을 보면 등록금이 54.5%. 1000만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경우, 66.7%가 원인이 등록금. 학생들의 23.1%가 등록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학자금 대출을 꼽아 4명 중 1명이 빚을 통해 등록금을 마련.
60%만의 선택, 결혼과 출산
결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 여성들의 생각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는 60.7%가 ‘결혼, 출산 모두 할 생각이다.’라고 응답해 10명 중 6명만이 결혼과 출산을 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에 바라는 정책
학생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실행 및 취업후학자금상환제 보완을(18.4%)’, 구직자는 ‘대기업-중소기업간, 비정규직-정규직간 격차 및 차별해소(19.1%)’ 취업자는 ‘취업한 여성에게 믿을 수 있는 보육시설제공(17.5%)’를 각각 1위로 꼽았다.
첨부2. 20대 여성들의 노동표류기(질적조사) 요약
조사개요
연구 참여자는 취업여성 4명과 비취업 여성 4명으로 구성하였고 일정정도의 노동경험이 축적되었으리라 판단되는 20대 후반 여성을 중심으로 선정하였다. 본 연구는 20대 여성들이 오늘날의 노동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협상하고 갈등하고 수용하는지를 노동경험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였다. 8명의 적은 사례지만 다양한 층위의 문제적인 여성의 노동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종사상의 지위, 근속년수, 취업준비 기간과 같은 현실적 요인을 고려하여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였다.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
학교는 (계약직이)법적으로 2년 이상 되면 정직원으로 고용하진 않죠. 정확히 (딱 2년이 되기 전에 계약 만료를 하는지)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근데 2년을 다 채우면 학교는 더 이상 계약연장 안해요. 원래는 법적으로 해야 되는데 안 하죠. |
여성들의 많은 고민이 직업, 일이라는 주제와 연결되어 있고 그 고민을 몇 년의 시간동안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과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정서가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이 지점에서 20대 여성들에게 내재된 불안을 보게 되는데, 이 불안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음’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공무원, 나는 ‘공시족’이었다.
(공직)나름 괜찮지 않아요. (웃음) 그거 정말로 괜찮아요. 일단 정년.. 정년까지 못가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정년이 있는 직업이고. 그리고 또, 연금이 나오죠. 연금이 나오는 거 정말 중요한 거예요. |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정규직 전환이 어렵고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노동시장의 문화적 차별을 감안해서도 공직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본 연구를 위해 8명의 여성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4명의 연구 참여자가 공무원 시험 준비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이 노동자가 된다는 현실
여자들만 일하는 데를 보면요. 나이가 다 어려요. 되게 이상해요. 제가 예전에 일하는 데는 여자가 70%이상 이예요. 학원가가 그렇잖아요. 그런데 이사 이상은 다 남자예요. 그래서 30%를 차지하는 남자들이 다 이사급 이상인 거예요. |
여성동료들은 많으나 여성상사는 없는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여성’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객관적으로 진입은 남성과 동일하게 하였으나 ‘살아남은’ 여성의 수가 남성과 비교할 때 현격하게 적음을 보면서 앞으로 자신이 이 회사에 남을 확률이 적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결혼은 고된 노동의 해방구?
결혼이 일에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먹고 사는데 필요하니까 하는 거죠.(연구자: 결혼할 경우 남편이 “먹고살 돈을 주겠다”고 한다면요?)아, 아니요. 그건 별로 영향이 없어요. 저는 제 명의로 된 돈으로 먹고 살 것이기 때문에, 일은 할 거예요. (웃음)남편 돈 언제 끊길지 모르잖아요. 내가 버는 거 아닌데, 내 명의도 된 돈도 아니고 |
자신의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두고 있었으며 결혼과 일이 경합하는 대상이 아니며 결혼유무와 관계없이 노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프로답게 일하기
발전도 없고 나이는 가고 이제 30대 다 돼 가는데.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없어서. 기다려봐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 않냐. 근데 이러고 있는 게 너무 싫어요. 이게 오래됐어요. 제가 너무 하찮은 것 같은 거예요. 회사에서 좀 더 절 빡세게 돌렸으면 기회도 주고 시험도 보고 자리도 주고 했으면 제 성격상 재밌었을지도 몰라요. |
20대 여성들은 일과 노동을 쉬운 것으로 정체화하지 않는다. 수고와 책임감이 따르며 강제성으로 인해 정신적 압박이 수반되기도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 힘겨운 노동이 자기 성취와 존중감을 가질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기꺼이 수고와 노력을 마다하지 않으며 힘든 과업이 자신을 추동하는 힘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방향틀기, 보다 확실한 나의 일
저의 꿈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되고 싶거나, 꿈이 아닌 일을 하면서 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돈만 벌면서 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
지금의 노동현실이 돈벌이 이외의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지만 생의 대부분이 노동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며 인간이 필요를 위한 강제적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 지점에서 다시 어떻게 노동과 삶을 꾸려갈 것인지를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