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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봉과 용문산
차거운 한풍
아픔을 우려내어
그 어디에도 부딪혀
파고드는 시려움
--- 김옥순, 「설한풍」
▶ 산행일시 : 2010년 12월 25일(토), 맑음, 한파경보, 바람 세게 붐
▶ 산행인원 : 3명(영희언니, 버들, 드류)
▶ 산행시간 : 10시간 30분(휴식,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5.2㎞
▶ 갈 때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06시 15분발 양평 가는 첫차 타고(소요시간 40분, 요금
5,100원), 택시 타고 새수골로 감(요금 5,200원)
▶ 올 때 : 중원리 주차장에서 택시 불러 용문으로 와서(요금 콜비 1,000원 포함
12,200원), 버스 타고 동서울로 옴(요금 6,100원)
▶ 시간별 구간
06 : 15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7 : 13 - 양평군 양평읍 백안리 새수골, 약수사, 산행시작
07 : 50 - 두리봉(543m)
08 : 23 - 헬기장(675m)
08 : 58 - 백운봉(白雲峰, △940m)
10 : 37 - △887.4m봉, ┤자 갈림길
10 : 56 - 장군봉(1,065m), ├자 갈림길(오른쪽은 상원사 가는 길)
11 : 18 - ╋자 갈림길, 오른쪽 용문산 1.0㎞
11 : 54 - 용문산(龍門山, 1,157.2m)
12 : 05 ~ 12 : 29 - 용문산 정상에서 110m 내린 ╋자 갈림길, 점심식사
13 : 05 - ┤자 갈림길, 왼쪽이 한강기맥, 오른쪽은 용문봉 가는 길
13 : 50 - 천사봉(폭산, 문례봉, 1,004m)
14 : 39 - △735.2m봉
15 : 18 - 770m봉, ┣자 갈림길, 오른쪽이 중원산 가는 길
16 : 42 - 중원산(中元山, △800.4m)
17 : 47 - 중원폭포 아래 하얀 집, 산행종료
19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도착
1. 두리봉 건너편 690m봉
▶ 두리봉(543m), 백운봉(白雲峰, △940m)
엄청 추운 날이다. 어제부터 방송 기상캐스터들은 신났다. 30년 만의 강추위로 전국이 얼어
붙었다고 한다. 기상청은 24일 04시 30분을 기해 일부 지역에 내린 한파주의보를 한파경보로
대치했다. 한파경보가 내려진 지역은 서울을 비롯해 경기, 강원, 충북, 인천 등지다. 한파경보
는 아침 최저기온이 -15도 이하로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5도 이
상 떨어질 때 발효된다고 한다.
오늘아침 서울의 최저기온 -16도, 낮 최고기온 -8도를 예상한다. 경기도 양평도 그와 비슷할
것. 고도 100m 올라감에 따라 기온은 0.6도씩 내려간다. 용문산의 높이는 1,157.2m다. 거기
에 바람까지 분다. 평지인 서울의 체감온도가 -23도를 밑돈다고 하니 양평 용문산의 체감온
도는 어떨까 자못 궁금하다.
어둑한 이른 아침 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기다리느라 완전 히야시 된다. 불과 우리
동네에서 동태 된다. 동서울종합터미널이 한산하다. 배낭 맨 등산객들은 더욱 뜸하다. 양평을
경유하여 홍천 가는 06시 15분발 첫차, 승객은 우리 일행 3명을 포함하여 6명이다.
아직 캄캄한 어둠 속인데도 버스는 거침없이 달려 양평까지 꼭 40분 걸린다. 양평 버스터미
널 안으로 들어가 산행복장을 튼튼히 단속한다. 눈 코 입만 내놓고 더 껴입을 수 없을 만큼 껴
입는다. 양쪽 호주머니에는 영희언니가 나누어 준 핫팩(대량 주문하여 개당 시중가 3,000원
짜리를 800원 상당 가격으로 샀다고 한다)을 하나씩 넣었다. 이제 데날리인들 못 가랴 택시
타고 들머리 새수골로 간다.
약수사 앞이다. 약수사 강아지 짖는 소리가 허공중에 얼어 부유(浮遊)하는 느낌이다. 주변 산
비탈에 펜션들이 새로 들어찼다. 산기슭 옆으로 살짝 도는 소로 입구에 이정표가 있다. 두리
봉 1.03㎞, 백운봉 2.95㎞. 여명을 향하여 힘차게 발걸음 내딛는다. 언 낙엽 와작와작 바스러
뜨리며 칡넝쿨지대 지나면 소로는 곧장 위로 뻗었다.
시야 트인 암사면에 잠시 멈춰 양평의 아침 오는 모습을 구경한다. 여느 때는 남한강 물안개
가 몽롱이 서리는데 오늘은 냉랭하다. 지능선 진입. 대로인 등로와 합류한다. 소나무 숲길이
다. 두리봉 350m 이정표 지나고 등로는 가팔라진다. 갈지자로 오르다 길게 달아놓은 밧줄 잡
는다. 짧은 슬랩에도 밧줄이 달려있다.
가파름 수그러들고 등로 옆 바위지대에 들려 건너편 690m봉을 감상한다. 저 우락부락한 능
선을 오르려는 숙제는 아직 미결이다. 암릉을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으면 커다란 돌탑이 있는
두리봉 정상이다. 주변 나무 베어내 조망 좋다. 양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출시각 5분
지난 07시 50분. 해는 벌써 반공에 솟았다.
바람이 세게 분다. 살에는 칼바람이다. 잔뜩 수그리고 두리봉 정상을 내린다. 얕은 안부 지나
서 밧줄 잡고 가파른 580m봉 오르면 평탄한 소나무 숲길이 나온다. 양손을 호주머니에 넣어
핫팩 만지작거리며 간다. 바람은 태풍을 무색케 하는 강풍이다. 노출된 콧잔등과 뺨은 얼얼하
다 못해 숫제 아프다. 들여 마시는 대기 또한 거칠어서 막 삼키기 힘들다.
너른 헬기장인 683m봉. 백운봉의 숨 막힐 듯한 위용을 대한다. 박성태의 ‘신 산경표’에 의하
면 우리나라 남한에 있는 백운산은 28좌. 그중 이 백운봉의 불뚝한 솟구침이 단연 빼어나다.
칼바람은 몸 가누기 어렵게 세게 불어댄다. 헬기장에서 삼태재로 내리는 북사면 통나무계단
은 많이 허물어졌고 군데군데 빙판이다.
삼태재 안부도 바람골이다. 이런 굉음의 바람소리를 대체 어떤 지경에 이르러야 산의 대화라
고 여길 수 있을까? 대로인 등로 한 피치 오르면 ├자 갈림길. 백운봉 500m, 오른쪽 형제우물
550m. 급경사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데크계단 슬랩 철계단 밧줄 데크계단 슬랩 밧줄 데크계
단 순으로 오른다. 데크계단은 천산이 다 발아래인 조망처이기도 하다.
백운봉. 천하제일의 경점이다. 삼각점은 1등 삼각점. 용두 11, 1988 복구, 커다란 자연석인 정
상표지석도 늠름하다. 그 뒤로 용문산 연봉의 울근불근한 근육은 물론 핏줄까지 자세히 보인
다. 잠깐 감상하는데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나는 건 순전히 차가운 바람 탓.
2. 백운봉 자락
3. 백운봉
4. 백운봉, 오른쪽 뒤로 용문산이 보인다
5. 가운데 멀리 뾰쪽하니 솟은 산은 추읍산(582.9m)
6. 용문산
▶ 장군봉(1,065m), 용문산(龍門山, 1,157.2m)
백운봉 북사면 내리는 길은 주로 철계단이다. 철계단이 끊긴 곳은 꽁꽁 언 빙벽이어서 짜릿한
스릴을 손 시리게 맛보며 살금살금 내린다. 그렇게 0.7㎞ 내리면 오른쪽으로 형제우물이 0.7
㎞라고 한다. 바로 아래 안부는 ┤자 갈림길인 구름재. 이정표에 왼쪽은 사나사계곡 2310m,
용문산은 3640m.
오늘은 바람이 워낙 세어 아깝다만 암릉을 오른쪽 사면으로 비켜 우회한다. 노송 우거진 암봉
인 865m봉. 전망대에 서면 백운봉의 뒷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함왕산성(咸王山城) 성곽
을 지난다. 거란군을 물리쳤고 대몽항전의 보루였다는 함왕산성이다. 다 허물어졌다. ┤자 갈
림길인 얕은 안부 지나고 리지성 바윗길이 나온다.
한 피치 급히 오른 ┤자 능선 분기봉은 삼각점(용두 449, 2005 재설)으로 미루어 △887.4m봉
이고 다시 한 피치 오르면 함왕봉(966m)이다. 완만한 등로 곳곳이 빙판이어서 아예 길섶으로
사각사각 눈 밟으며 간다. ├자 능선 갈림길은 장군봉이다. 오른쪽은 상원사로 내린다. 장군
봉 정상 표지석을 누군가 10m 아래로 굴러 떨어뜨렸다. 어지간히 힘써서는 제자리로 옮겨놓
을 수가 없다. 걸게 욕 한번 해주고, 바람 피한 사면에 기대서서 쉰다.
이제 심한 깔끄막은 없다. 늘어진 걸음으로 ┼자 갈림길. 용문산 정상은 오른쪽으로 1.0㎞ 간
다. 직진하여 용문산 마루금을 밟으려다가는 혼쭐난다. 재작년 추석 때 더산 님과 멋모르고
그리로 갔다가 철조망과 잡목 뚫느라 아주 영금을 봤다. 오른쪽 산허리 굽이굽이 돈다. 내림
길 빙판과 눈 덮인 너덜에서 엉거주춤하고 오름길 밧줄 잡는다. 여섯 굽이 돌았을까 위쪽으로
너덜 샛길이 보인다.
척후하러 앞장서서 들어간다. 밧줄 달린 수직사면이 보인다. 여기가 용문산 정상 오르는 지름
길이다. 30m쯤 되는 설벽이 조금은 겁난다. 밧줄이 얼지 않아 다행이다. 데크 광장으로 올라
선다. 바로 위가 용문산 정상이다. 사위 활짝 열려 일일이 이 산 저 산 이름 대본다. 숨차다.
마유산(유명산, 862m)이 의외로 납작하다.
7. 용문산 뒷모습, 왼쪽 멀리 추읍산도 보인다
8. 용문산 자락
9. 앞쪽부터 용문봉(963m), 중원산(800.4m), 도일봉(864m)
10. 용문봉
11. 유명산(마유산, 862m)
12. 용문산 정상 아래 테크광장 철조망에 매달아놓은 산행표지기
13. 추읍산
▶ 천사봉(폭산, 문례봉, 1,004m), 중원산(中元山, △800.4m)
데크계단으로 용문산 정상을 내린다. 110m 아래 ┼자 갈림길. 평상에서 점심 자리 편다. 배낭
에 넣은 물통의 물이 얼었다. 보온밥통에 담아 온 밥은 미지근하다. 아무튼 든든하게 먹어 두
어야만 힘쓸 터. 서로 격려하며 밥그릇 비운다.
여기서 문례재로 가는 길인 한강기맥은 항상 어렵다. 옆길로 간다. 거대한 바위두 개가 문설
주로 선 협곡이 용문이다.
용문을 나선다. 눈 위 서성였던 발자국은 자취를 감췄다. 너덜로 한참 내리다가 산허리 돌고
돈다. 길 개척한다. 억지로 한강기맥에 진입한다. 드물게 보이는 산행표지기의 종적이 그나마
묘연하다. 지능선 잡았다가 슬그머니 놓아주고 북사면 설원 지쳐 용문봉 가는 능선으로 갈아
탄다. 이 능선도 915m봉 오르기 직전 ┤자 갈림길 안부에서 놓아야한다.
문례재로 내리는 북사면의 눈도 제법 깊다. 964m봉 넘어 간벌한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눈
에 힘준다. 천사봉(1,004m峰)은 천사봉(天使峰)이기도 하다. 실한 더덕 몇 수를 얻는다. 그 그
윽한 향에 혹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어느 새 올라와버렸다. ├자 갈림길인 헬기장에 배낭 벗어
놓고 100m쯤 떨어진 천사봉 정상에 다니러간다.
천사봉 내리는 한강기맥 길. 뚝뚝 떨어지다 한 차례 멈칫하고 곤두박질한다. 이 기세에 덤비
는 △735.2m봉은 한갓 당랑거철(螳螂拒轍) 격. 다시 세차게 쏟아져 내린다. 바닥 친 ┣자 갈
림길 안부. 마침내 앞에 드리운 중원산 연릉이 거대한 장벽으로 보인다. 배낭 고쳐 매고 야금
야금 발걸음 옮긴다. 귀마개 겸한 모자 벗는다. 이때만큼은 바람 끝이 무디게 느껴진다.
┣자 한강기맥 갈림길인 770m봉. 중원산은 오른쪽으로 간다. 이정표에 중원산 4.14㎞라고 하
는데 오기인 듯. 실제는 2.2㎞다. 평탄한 길 670m 정도 가면 817m봉이다. 김형수는 중원산
연봉 중 여기가 가장 높은 봉이어서인지 「한국400산행기」에서 중원산으로 표시하고 있다.
817m봉 내린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조계골로 간다. 중원산은 1.57㎞. 암릉이 나온다.
직등한다. 너른 암반. 백운봉 용문산 천사봉이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경점이다. 쭈욱 내린 ╋
자 갈림길 안부. 중원산까지 715m. 그러나 멀다. 오늘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암봉 4좌를
넘어야한다. 우선 밧줄 달린 슬랩을 오른다.
더러 돌고 더러 직등하고 더러 넉장거리하여 절뚝이며 중원산 정상에 올라선다. 황혼의 용문
산 연릉이 하 장려하여 저절로 두 손 모으고 오래도록 읍(揖)한다.
하산. 중원폭포 아래 주차장이 가깝다. 얌전히 길 따라 내린다. 어느 덧 주위가 조용하여 비로
소 광란하던 바람이 잔 것을 안다. 17시 16분. 주차장까지 1.0㎞ 남았다. 해 진다. 함지(咸池)
는 서울이다.
산골마을 가로등은 불 밝혔다. 어스름한 눈길 밟아 도로에 다다른다. 중원폭포 아래 하얀 집.
뜻밖의 횡액을 당한 건 이때였다. 시계 보려고 소형 손전등을 꺼내 입에 물었는데 순간 혀가
찰싹 달라붙어 얼떨결에 손전등을 확 잡아떼었더니 혀가 온전할 리 없다. 추운 날이다. 혀 짧
은 소리로 용문 택시 부른다.
14. 용문산, 천사봉에서
15. 도일봉
16. 추읍산
17. 백운봉, 용문산, 용문봉
18. 백운봉
19. 용문산과 용문봉
첫댓글 전철로 동서울 금강고속도 좋은시절 끝났네여...누님 2분과 호젓한 산행 막판에 혀잘린 사건이 심심할때 지도없이 가끔 더 가보고픈 코스입니다...
ㅎㅎ 추운날 욕 보셨네요... 2011년에도 왕성한 산행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