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진수 두 번째 시집
『당나귀풀과 사람주나무』
자연 속 생명에 대한 경외, 인간 실존의 숭고함으로 승화시켜
화가, 시인, 들꽃 전문가, 약초 연구가 등 김진수 씨(64세) 하면 떠오르는 애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래전 그는 세칭 ‘민중미술가’였고 ‘민주교사’이기도 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함께 민중미술운동을 추진했고, 1989년 ‘전교조’ 결성과 교육민주화운동을 실천한 교사이기도 했다. 그동안 100여 차례 미술전람회 활동과 교육 산문과 미술평을 썼으며, 지난 2004년에는 첫 시집 『아주 오래된 외출』을 펴내 시인으로도 활동해 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 두 번째 시집 『당나귀풀과 사람주나무』(문학들 刊)를 펴냈다. 교직을 그만두고 광주를 벗어나 시골에 은거(?)한 적잖은 세월 동안 그는 식물 생태와 동서양 의학에 몰입해 왔는데, 최근에는 이에 관한 산문을 즐겨 써오기도 했다. ‘당나귀풀과 사람주나무’라는 이번 시집의 제목도 예사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시집에는 당나귀풀이 나도옥잠화의 다른 이름이고, 사람주나무는 대극과에 속하는 갈잎작은키나무라는 주석이 달려 있다.
갈잎의 작은 키 나무 앞에서, “살아갈 지상의 모든 작고 어린 것들이 가엾어/밤마다 낙엽이 진다”(「사람주나무」 일부)라고 쓰는 것이 시인의 노래일 것이다. 지난해 떨어진 갈잎을 들추고 고개를 내민 나도옥잠화를 보고, “갈잎 헤쳐 나온 초록의 봄길 따라/어린 당나귀들이 산을 내려옵니다”(「당나귀풀」 일부)라고 쓸 수 있는 것이 시인의 마음일 것이다. 시인은 흔한 자연의 사물들을 경외하며, 스스로의 여생을 반성하고, 이 세상의 응달을 포월하려 한다.
“생은 한복판 광야입니다/바람이 홀연 제 몸을 여의고/햇살은 등 뒤에 미련조차 없을 때/그대 땅거미 지는 말발굽 사이로/이 세상 어느 가슴 응달이고 아직/다 녹아내리지 못한 눈석임은 있습니다”(「당나귀풀」 일부)
그 눅눅하고 어두운 길 위에서, “상처가 어여쁘고 눈물이 아름다워 사는 것”이라고 노래할 때, 그 노래가 허사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죽어도 꽃으로 사는 것입니다”(「꽃」 일부) 라는 결구 때문일 것이다. 다른 존재로의 전이가 아닌 본래의 존재 자체로서의 실존이랄까, 이에 대한 오랜 숙고가 여러 시편에서 읽힌다. “나 행랑의 김의털이외다 박주가리요 정구지외다”(「풀2」 일부), “짓밟혀도 질경이는/질경이만으로 솟는 태양이다” “죽어도 오직 간난한 너만이 그대이다”(「풀3」 일부).
포월은 고통에서 도망치지 않고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할 때만이 생성되는 정신이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현실을 직시하는 실존의 의지, 실존의 숭고함 같은 삶의 이력이 돋보이는 시집이다.
제 시집이 나왔어요.
어제 다녀간 손녀의 꽃이 탁자에 남아 있어 나란히 찍었어요.
그믐의 하래비 책에 샛별같은 손주의 꽃을 얹어놓으니 잔잔히 설렙니다.
광주 '문학들' 출판사입니다.
목요일(9월 5일) 경에 인터넷 판매가 개시될 것 같다구요...
"오래 책장에 갇혔던 원고를 내려 먼지만 털었다. 어쩌다 놓친 인연인지... 그새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들딸은 손주를 낳았으며 직장은 나를 벗었고 시골 뒷산에 새로 집을 하나 지었다. 시고 그림이고 없는 십여 년이 그렇게 흘러가 버린 것. 오늘 문득 시란 것은 동산 위에 샛별과 그믐달이 도란한 것을 바라볼 나이가 되었다. 어느 봄날 이슬 젖은 내 무덤 위를 꼬리치며 달려와 새침히 고개를 치켜들 어린 도마뱀부치를 위해 저 새벽하늘을 말갛게 닦아두자 싶은 꿈이렷다. 하여 오십대 쑥스러운 달바가지를 여기에 기울인다. 그러구서 차마 생의 남은 바닥도 길어 올릴 수 있을 지 새 두름박 하나 시암에 던져봐야지. 홰홰 젓다가 천둥처럼 후리면 혹 혼절한 가재도 몇 건질 수 있을지 항..."
책머리에 올린 <시인의 말>입니다.
'십년 전 맛이라 비우는 기분으로 출간'하겠다면서
제 친구 한송주에 발문을 물었답니다.
한송주님은 40년 大기자지만 <노래와 함께 역사와 함께>,
<그리운 사람은 남행을 꿈꾼다(창작시대)>
등의 산문집을 내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지요.
또 뒷춤에 340편을 감추어 둔 시인이기도 하답니다.
전라도닷컴의 연재글 '한송주 괴나리봇짐'을 읽다가
글빛 사이 그의 시편들에 꽂혀 이런 인연을 맺었어요.
그리고 제 은사님,
소설가 이명한 선생님께 표지 추천글을 부탁하였어요.
한약을 정통하고, 광주전남민족문학작가회의의장,
6.15공동위원회 남측 공동대표를 맡는 등 지역 민민운동의 어른으로서,
소설집<효녀무><황톳빛 추억> 장편<달뜨면 가오리다>를 펴냈으며
시집<새벽, 백두 정상에서>를 출간한, 소설가이자 시인이시죠.
송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강 부끄럽자고 벌이는 짓이죠. 저런 자랑 섞인 소개문을 달고
오늘날 시라는 저 시시한 것들을 낙엽처럼 날리는 가을입니다.
오랜 영어와 족쇄를 풀었으니
이제부터 바람의 방향을 그림으로 선회하여
넌즛 내년 가을을 바라봅니다.
첫댓글 늦었지만
넘 좋은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조촐한 자리를 함께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혹 오랜 선배님은 아닐지 설레고 조심스럽습니다. 부끄럽다가도 오랜 시간 굴리던 언어들을 버리기는 미안하고, 와이프 눈치 보며 낸 시집입니다. 축하해주시니 송구합니다. 카페도 한산한데 혹 둘러도 보시라고 등업하였습니다. 좋은 인연 감사드립니다~!^^
넘 늦게 보았습니다
저는 공직 정년퇴직후 광주에서 화순으로 옮겼습니다
지금 화순쪽에 12년 차입니다
언제라도 지나시는 길 놀러오셔도 좋습니다
화순군 이양면 청영동길 36-16입니다
건강하시구요
네... 청영에 사시는군요. 청풍은 제 어릴 적 고향 같은 곳입니다. 지날 일이 있을 때 꼭 '그집앞'을 기웃거리곤 했죠. 고맙고 반갑습니다. 요새 시절도 그렇고 훗날 기회 날 때 함 연락드리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광주에서 아주 오래된 외출에 이어 광양유춘오에서 그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어 듀엣으로 노래했던 이후 5년이 지나서 도암에서 사계노래 그리고 어릴적 뛰어 놀던 고향마을 자리에 음악-미술 학원을 지어 잔듸밭에 데크로 무대를 만들어 도립국악단 사물놀이패와 사제판소리 공연으로 마을 주민100여분을 모시고 잔치를 베풀어드렸던 기억은
어떤 음악회나 외국 여행에 다녀온 것보다 보람된 기쁨이고 행복이었습니다. 교육공무원이었기에 가능했던 한 개인의 철학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었던 멋스러운 추억이었습니다.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선물해주신 시집을 새날 아침마다 읽어보렵니다. 제 수준으로는 시(언어)에서 약간의 느낌을 붙잡는 정도이지만..외롭다 싶을 땐 달과 별 제목의 시라도 여러본 읽어보렵니다. ( ㅋ )
5주년이 들꽃연구회의스무살이었다면 10주년은 마흔, 15주년은 예순쯤 되는데 아쉽게도 세번 째 무대는 올리지 못했네. 두 번을 함께하여 기획하고 준비하고 공연해 주어 많이 고마웠제. 더욱이 내 개인전 개막 때 졸시에 곡을 붙이고 성악과 기악무대를 펼쳐준 것 역시 조르바였네. 부끄러운 시집을 전하면서 다시 부끄럽네. 어제는 조르바와 같이 오신 손님들께 아무 대접도 못하여 보냈어. 미안이 자꾸 쌓이네...
지난날에 직업이 있어 한 달 간격으로 들어오는 생활비로 용돈삼아 30년 세월을 건너왔는데..
그때가 호시절이었던가 봅니다. 막상 은퇴하고 보니 농산물 공판장에 들러 중개인을 만나서 수박, 마늘, 양파를 10만원씩 구입해서 천사섬으로 해남으로 광주에서 담양으로 달려다녀보면서 절반은 판매하고 절반은 선물하면서 좋은 장사 경험을 했습니다. ( 하하 ) 9월 이후 10월 부터는 해남 고구마와 제주 감귤을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싶은데..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했더니..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해서
나중으로 미뤄두었습니다. ( ㅋ ) 이것 저것 귀찮아지면 좋은 꿈꾸고 3천원 투자하여 로또 복권이나 구입해 두어야겠습니다. 할 수 있거든이 무슨말이냐 네게 능력주시는 분게 기도하면 10억 정도만 통장에 가지고 해남 해창마을에서 들꽃 연구회 15주년 플러스 2주년 기획을 해서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제주보다 남도가 해남이 좋은 이유를 그때 그 가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멘.
기도 부탁드립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