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Luxury Generation』는 안데르센의 ‘빨간구두’를 모티브로 물질만능의 늪에 빠진 여성들을 희화·고발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벤치와 긴 의자, 의자 위에 놓인 빨간 구두로 무대화를 시도, 실내 발레극의 묘미를 보여준다. 건강한 몸의 사회화와 오락성의 가능성을 드높인 이 작품은 적색의 강렬한 이미지 속에 욕망의 룰과 허망을 담론화 시킨다.
『갈증, Pre & Post Thirst 』은 기녀 황진이의 사랑과 삶을 모티브로 프로 춤꾼 이정화의 내재적 갈증을 황진이와 교차 · 오버랩 시킨 수작이다. 형식과 기교 양면에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인 이 작품에서 이정화는 욕망을 상징하는 다색의 전구를 감고 두 개의 촛불을 들고 등장한다. 사랑과 촛불이 미학적으로 승화되고 ‘지표인 거문고’는 언어로 감지된다. 현대화된 황진이의 남녀 유희는 영혼을 잠식한다. 심화된 꿈은 소실점을 맞고 촛불은 꺼진다. 플라맹고 사진 한 컷으로 그녀는 현대적 로맨스를 꿈꾸고 있음이 포착된다.
『절벽아래 집, The House Under The Cliff』은 루이스(C.S.Lewis)의 ‘절벽아래 집’의 철학적 상상을 춤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삶의 당위성을 위해 쌓아올린 꿈과 욕망은 정직을 수반해야 한다. 이미지와 주제에 밀착해가는 과정은 정보경의 철학적 성숙을 읽게 한다. 카프카적 우울이 짙을수록 희망은 가까워진다. 파격의 분진은 다섯 무용수들 모두에게 걸쳐있다. 찢겨진 페이퍼 위로 현실극복의 춤은 보다 밝은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다.
2007 우리시대 신진안무가전-오버 넥스트 네 편의 작품은 무용사의 소중한 자산으로 등록될 것이다. 임방울의 공연 관람으로 일생이 바뀐 외국인처럼 아직 M극장의 열기가 감지되는 듯하다.
/장석용 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