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다른 사람이 자신을 비판하거나 비방하는 일에 마음 편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마음 편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고 상대에 대한 미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것도 자신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관계가 없는 자신의 조상까지 비난을 받는다면 머리가 뒤집힌다는 말도 맞을 겁니다.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개인이 아니라 공직자인 경우엔 그런 참기 힘든 모욕도 참아야한다는 얘기들을 공개석상에서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 정권의 실세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지 못했을 때는 그렇게 떠들더니 정권을 잡고 나니 그런 얘기는 슬그머니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이러니 또 ‘내로남불’이 안 나올 수가 없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한 청년에게 경찰이 친고죄인 모욕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긴 사건으로 인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수사가 문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인지 청와대가 명확한 답을 피하면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19년 7월 국회 분수대 인근에서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를 비판하는 전단을 뿌려 적발된 김정식(34)씨를 기소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넘겼다. 사건이 알려지자 야권에선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문주주의만 남았다”(황규환 상근부대변인)는 등 비판이 쏟아졌지만 청와대는 대응을 피하고 있다.
2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고, 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는 “2년 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 대통령의 대리인을 통해 고소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반의 관심은 문 대통령이 고소를 지시했느냐를 향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대리인의 고소’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부분에 대한 직접 언급은 꺼리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선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는데 대리인이 고소했다는 의미냐. 만약 그랬다면 대리인이 사문서를 위조한 셈”(최진녕 변호사)이라는 말도 나왔다. 친고죄는 법률대리인이 대신 고소하더라도 고소인 본인으로부터 그의 도장 등이 찍힌 위임장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고소를 취하하면 김씨가 재판에 넘겨지는 건 막을 수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고소 취하 검토는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조국 "공인 모욕죄 처벌, 표현의 자유 억압"
청와대의 대응이 논란이 되는 건 모욕죄에 대한 이중적 태도 때문이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기여해 온 모욕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문재인 정부 형사사법제도 개편의 이론가 역할을 해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3년 논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재구성’에 “‘사회적 강자’인 공인이 명예감정에 침해받았다고 하여 형벌권을 동원할 수 있게 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썼다.
2015년 논문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에선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 일정한 법익 침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가장 중한 형법조문을 적용하여 처벌하려는 시도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국가형벌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 역시 당선 직전인 2017년 2월 JTBC ‘썰전’에 출연해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말하는 등 비슷한 세계관을 보여 왔다.
이같은 방향성은 최근 친조국 진영에서 법안으로 구체화 됐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9일 모욕죄(형법 311조)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엔 같은 당 강민정, 김의겸 의원 외에 더불어민주당의 김남국, 김승원, 문정복, 문진석, 윤영덕, 이규민, 황운하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모욕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지 못하도록 모욕죄를 삭제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는 게 발의 취지다.
김씨가 비판 전단을 뿌리다 적발된 시점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던 때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이날까지 페이스북 등에 문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중앙일보, 윤성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전단을 살포한 30대가 대통령 모욕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의 과거 인터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정식(34)씨는 2019년 7월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전단을 국회에 살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김씨는 신동아 2020년 7월호 인터뷰에서 “첫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이 ‘해당 사안이 VIP(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북조선의 개라는 표현이 심각하다. 이건 꼭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당시 그가 살포한 전단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적혔다.
김씨는 “북한에서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라고 말해도 가만히 있으면서 왜 국민에게만 이러는 거냐. ‘북조선의 개’는 내가 만든 표현이 아니라 일본 잡지사에서 사용한 표현을 번역한 것”이라며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고소 주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VIP에게 보고가 됐고, 김씨를 콕 집어서 이 사람은 처벌돼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까 왜 대통령 욕을 하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말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2월 JTBC ‘썰전’에 출연해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과 비난도 참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참아야죠 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라고 답한 것을 거론했다. 그는 “경찰에도 이 이야기를 했다”며 “대통령이 고소 고발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왜 당신들이 나서느냐고 했다. 경찰 단계에서 내사가 진행되더라도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당할 것이라고까지는 상상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
형법상 친고죄인 모욕죄는 문 대통령 본인이나 문 대통령이 위임한 사람이 고소해야만 범죄 성립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년 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 대통령의 대리인을 통해 고소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추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8일 김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알렸다.>중앙일보, 이가영 기자
대통령을 비난한 사람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자신이 만든 말이 아니고 남들이 하는 말이라고 해도 문서에 올렸으면 그건 자신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당한 비판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도를 넘은 비난이나 비방은 삼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고소를 했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청와대 대변인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얘기도 참 답답하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격이 있어야 하는데 청와대와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대통령의 격이 아니라 시정잡배와 동격이 됨을 인정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