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그 궁극의 만남] 21세기, 물리학
초끈 이론 Superstring theory과 의상義相의 화엄 사상法性界 (3)

동서양, 그 궁극의 만남
21세기 물리학은 어디로 가는가?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과 의상義相의 화엄사상法性界
- 세 번째 이야기
시공간 찢기
플럽변환(flop transition: 블랙홀이 소립자로 변하는 과정)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공간은 찢어질 수 없으나, 초끈이론에서는 시공간자체가 찢어지거나 붙여질 수 있다.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위 그림을 먼저 볼까요? 토러스 모형의 도형이 찢어지면서 그림(a)의 원이 그림(c)에서 하나의 점이 되었다가, 그림(d)에서 두 개의 점으로 분리되었으며 최종적으로 모양도 전혀 다른 공모양의형태로 되었습니다. 블랙홀은 끈이론에서는 [3-브레인]이라 말해지며, 시공간 찢기를 통해 위 그림처럼 구멍이 하나 없어지고 (구멍이 하나 없어질 때 입자가 하나 탄생한다) 점(질량이 0임)이 되는데 이는 블랙홀이 질량이 0인 광자, 즉 소립자로 변했음을 암시합니다. p=1인 브레인은 끈이며 p=2인 브레인은 표면 또는 막이 됩니다. 이런 식으로 p의 숫자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1-브레인]이 1차원을 에워싸고, [2-브레인]이 2차원 구형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다.
지난 호에 {큰 세계와 작은 세계가 같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 세 가지를 제시했었죠. 첫 번째가 블랙홀과 소립자가 같다는 것, 두 번째는 팽창하는 우주와 수축하는 우주가 물리학적으로 동일하다는 점, 세 번째는 홀로그래피의 원리로 하나의 점에 우주의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호는 법장이 유리로 도배된 방 속의 거울 속에 비친 무수히 반복된 상을 보면서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의 원리를 측천무후에게 설명한 내용을 통해 화엄세계의 원리에 접근해보겠습니다.
- "폐하, 이 방안에 모든 거울 속에서 다른 모든 거울들이 그 안에 불상을 반사하고 있음을 보실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거울이든지 거기서 반사하는 모든 것 속에서, 다른 모든 거울들이 각각 불상 특유의 모습을 빠뜨리거나 비뚤어뜨림 없이 모두 반사하고 있음을 보실 것입니다. 융통, 융섭의 원리가 이 모습 속에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을 보실 것입니다. 바로 우리는 다중일(多中一), 일중다(一中多)의 예-계가 계를 무한히 포용하는 신비가 드러남-를 보고 있는 것 입니다. 다른 계들의 무한한 반사가 조금도 애쓸 것이 없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으며 그들은 자연스럽게 완전히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렇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공간의 무애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소맷자락에서 수정으로 된 공을 하난 꺼내어 손바닥에 놓았다.
-"폐하, 지금 우리는 이 작은 수정공 속에서 모든 거울들과 그들의 반사하고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큰 것이 작은 것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은 것이 큰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이것이 크기나 공간에 대한 무애에 대한 증거입니다…."
법장의 거울을 비유한 설법에 측천무후는 화엄의 원리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고 하는데, 위 내용은 화엄 십현문(十玄門)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화엄 십현문(十玄門)
첫째: 동시에 상응하여 구족하는 원리 (同時具足相應門)
둘째: 큰 것과 작은 것이 서로 경계가 없이 존재하는 원리(廣狹自材無碍門)
셋째: 하나와 여럿은 같지 않으나 서로 용납하는 신비(一多相容不同門)
넷째: 모든 만물과 만물에 담겨있는 이치가 스스로 존재하며 서로 관통하는 원리(諸法相卽自在門)
다섯째: 감춰짐과 드러남이 은밀히 세워지는 신비(慇密顯了俱成門)
여섯째: 작은 티끌 속에 무한세계가 존재하며, 이 티끌 속의 작은 티끌 속에 또다시 무한 세계가 존재하는 원리(微世相用安立門)
일곱째: 인드라망 경계의 신비(因陀羅網境界門)
여덟째: 십세(시간1차원+공간9차원)가 서로 다르게 구성된 원리(十世隔法異成門)
아홉째: 하나의 먼지 속에 대우주의 원리가 드러나는 원리(託事顯法生解門)
열 번째: 주체와 객체가 서로 구분 없이 원만히 비추어 밝은 덕을 갖추고 있는 원리(主伴圓明具德門)
하나의 티끌 속에 우주가 있고 그 우주 속에 티끌이 있고, 티끌이 우주고 우주가 티끌이니, 티끌 하나하나는 서로 융섭자재하며 모든 법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십현문을 압축해볼 수 있겠네요. 여기서 우리는 법장이 십현문의 원리를 거울의 예로만 설명을 그치지 아니하고 수정구의 비유(인드라망)를 든 까닭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화엄경의 한 구절을 살펴보도록 하죠.
"하늘 위 높은 곳 인드라신의 궁전 지붕위에는 작은 수정 모양의 보석형상을 한 무수한 장식이 달려 있습니다. 그것은 아주 복잡한 그물모양을 이루면서 여러 형태로 짜여있죠. 빛의 반사로 인해 이 일체의 보석들은 인간계의 대륙과 대양을 포함하여 전 우주를 반사할 뿐 아니라, 동시에 그것들은 일체의 보석마다 반사되는 모든 상들을 빠짐없이 담고 서로를 반사하고 있습니다."
인드라 궁전의 각각의 수정구는 무수히 많은 수정구로 이루어진 거대한 계(우주)의 일부인데, 그 각각의 수정구를 보면 우주의 모든 상이 빠짐없이 드러나고, 또 그 각각 수정구 속의 상을 보아도 우주의 모든 상이 드러날 것이고, 또 그 상속의 상을 보아도 우주의 모든 상이 빠짐없이 드러날 것이고… 이렇게 무한히 작게 하여도 그 속에는 우주의 모든 상이 빠짐없이 드러나니 바로 {하나의 먼지 속에 우주가 있다(一微塵中含十方)}는 법성계의 한 구절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습니다.
금강경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있는데. '수보리야, 갠지즈강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갠지스강이 있다면 이 얼마나 많은 세계인가?'라는 대목입니다. 갠지스강의 무한히 많은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갠지스강이 있고, 또 그 갠지스강 속에 무한히 많은 모래가 있는데 그 모래가 또 다시 갠지스강이 되고, 또다시 그 갠지스강 속에 무한히 많은 모래가 있고, 그 모래가 갠지스강이라면… 이렇게 무한대가 무한대로 반복이 된다면 그 얼마나 많은 세계일까요?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칸토어나 괴델 같은 천재수학자들은 수학에 무한대론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 무한대의 무한대를 상상하면서 서서히 정신 착란증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금강경에 보면 보살이 이 무한대를 상상한다면 단번에 무상등등정각을 이룬다고 했으니 칸토어와 괴델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무한대의 신비에 좀 공부해보기로 하죠.
(가): 1, 2, 3, 4 ,5 6, 7, …
(나): 12, 22, 32, 42, 52 , 62, 72, …
1과 12(1), 2와 22(4), 3과 32(9), 4와 42(16)은 무한대까지 분명 일대일로 정확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의 수는 (가)와 비교해보면 <2, 3>, <5,6,7,8>, <10,11,12,13,14,15>등의 숫자가 빠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나)의 수열은 (가)의 일부분 임에도 불구하고 (가)와 (나)는 정확히 일대일로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분이 그 전체와 같아진다니, 이 얼마나 모순입니까? 이 패러독스가 많은 수학자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 것이 무한대의 신비인 것입니다. 갠지스강의 모래는 분명 갠지스강의 수많은 알갱이 중의 하나인데 그 모래 속에 갠지스강이 있고, 또 그 갠지스강의 모래 속에 갠지스강이 있고…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법성계의 원문으로 돌아가 보죠.
一中一切多中一 하나 중에 일체있고 일체 중에 하나있으니
一卽一切多卽一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라
一微塵中含十方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세계 머금었고
一切塵中亦如是 일체의 티끌 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
어때요, 이제 화엄 세계의 총체성이 이해되실 줄로 믿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원리로 만물이 융섭하게 될까요? 유명한 화엄승 징관澄觀(783~839)은 화엄현담(華嚴玄談)에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만물이란 단지 마음의 나타남 일뿐이기기 때문입니다.
뚜렷한 본성을 갖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만물은 연기론에 따라 서로 서로 관계하여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법의 본성자체가 완전히 융섭자재하기 때문입니다.
만물은 환상이나 꿈과 같기 때문 입니다.
만물은 그림자나 상과 같기 때문입니다.
공덕의 무한한 종자들이 심어졌기 때문입니다.
부처는 모든 깨달음을 다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깊은 삼매의 힘이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의 신통력과 부사의한 해탈이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티끌 속에 우주가 들어있는 원리}가 만물자체가 단지 마음의 산물일 뿐, 뚜렷한 본성도 없는 환상이나 그림자 같아 서로서로 연기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현상을 깊은 삼매의 힘, 신통력, 부사의한 해탈 등이 그렇게 하기 때문이죠. 만물이 융섭하는 원리 중에서도 첫번째 {만물이란 단지 마음의 나타남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표현이 가슴에 와 닿지 않으십니까? 유심론(唯心:Mind-only)에서는 {마음이 불가사의하게 회전하는 원리}에 의해 십현문의 모든 현상이 드러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상 대사께서도 법성계를 완성(668년)하시고도 부석사의 동굴 속에서 10년 이상의 세월을 7언 30구의 회전방향에 배열을 고심한 끝에 화엄 일승 법계도를 완성하셨습니다.
이번 호는 화엄세계의 총제성과 그 원인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바로 이 화엄 세계관은 앞으로 M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연구해야할 최종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우주론의 탄생을 기원하면서 이번 호까지 시공간론과 화엄 세계의 총체성의 원리 등을 마치고, 다음시간부터는 법성계의 첫 구절로 돌아가 법성계의 진면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글 | 조현학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지구 물리 전공) EBS-TV에서 물리,화학, 생물, 지구과학등의 강의를 진행한 바 있는 과학강사이다. 서양의 과학이론들이 동양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점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자료수집과 정리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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