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희 <칼럼니스트>
청주 동남지구 택지개발사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청주 동남지구에는 연간 총 9만 3255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가 사용될 예정이며 산업자원부가 이 지구를 집단에너지시설지구로 지정했다고 한다. 이에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집단에너지시설 사업자를 신청해서 동남지구에 난방에너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문제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청주지사의 열병합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연료가 벙커C유라는 것이다. 지난해 청주시 전체 벙커C유 사용량 8만 4145㎘ 중 98%에 달하는 8만 2780㎘를 사용하였다. 벙커C유를 사용하는 이유는 값이 싸고 열량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LNG와 같은 청정연료에 비해 먼지의 경우 54배, 황산화물은 1,565배, 질소산화물은 1.2배가 더 배출된다. 이러하다 보니 열병합발전소는 청주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은 완벽한 공해물질 방지시설을 갖추고 기준치 이하로 배기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대기에 큰 영향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의 설명을 그대로 믿는 청주시민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청주의 대기질은 안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환경부는 2009년 청주시를 환경기준을 초과한 지자체로 선정, 올해 말까지 대기질 환경기준인 미세먼지 43㎍/㎥ 이하로 개선하라고 시달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청주시내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악화되었다. 2012년 51㎍/㎥이었으며 2013년도에는 55㎍/㎥로 더 높아졌다.
또한, 오창산업단지가 2급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 배출량 전국 1위라고 발표되면서 청주시민들은 대기질 안전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있다. 충북지역 유해화학물질 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제정 추진운동본부에 의하면 지난 2002년 오창과학산단이 준공된 이후 오창제2산업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송제2생명과학단지가 들어서고 있고, 지난 십여 년간 석유화학, 생화학, 의학 등의 기업들이 하나둘씩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십여 년간 오창 지역을 중심으로 유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가 급증했고, 현재 충북은 3년 연속으로 전국에서 발암물질 배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불산 배출 1위, 유독물 배출 5위, 생식독성물질 배출 3위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청원군에서 수질오염총량제로 인해 인허가가 규제되었던 것처럼 대기질 개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대기환경 규제지역으로 묶여 추가 규제를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일등경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통합 청주시는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산업, 경제 문제뿐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기에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동남택지개발지구에 기존과 같은 벙커C유를 사용하게 된다면 청주의 대기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몇몇 언론에 의하면 열병합발전소의 연료를 벙커C유 대신 천연액화가스로 바꿀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보도가 나오고 있다. 대기질 개선과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벙커C유든 천연액화가스든 화수분과 같이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천연가스도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자원이다.
이런 차원에서 세계적인 환경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가 환경정책의 목표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가장 우선에 두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않는다는 것과 세계적인 기후보호도시를 만든다는 것을 세부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다.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