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환생하셨다면 좋겠지만
오늘 불현듯 부모님 계신 곳이 궁금하였습니다.
극락왕생을 하셨는지 지옥계에 계시는지
아니면 중음신으로 떠돌고 계신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옹 스님 생각이 났습니다.
진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백중절에 합동 천도는 하였지만
매일 축원은 올리고 있지만
어느 곳에 계신지,
어느 세상에서 필연으로 만나게 될지
부친께서는 늘 세인들에게 인자하고 자비하셨던 것을 볼 때
분명히 인간세人間世 혹은 하늘 천상계에 계실 것 같지만
모친은 아무래도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욕심과 질투가 심하였으니 불안한 것입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택일력擇日曆을 펼쳐 놓고
길일을 잡아 모친을 위한 하루 천도재를 잡았습니다.
9월 10일 화요일.
음력 8월 8일, 약사재일, 丁丑日, 白土.
동그라미를 드려 놓고 오늘의 글을 써봅니다.
우리네 부모님이나 조상님들이
지금 어느 곳에 계시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극락왕생 하셨거나 천국에 태어나셨거나
인도 환생하셨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그러나 만에 하나 삼악도에 떨어져서
갖은 고통을 받고 계시거나
무주고혼으로 구천을 헤매고 있다면
이 얼마나 애통한 일이겠습니까?
또 그 영혼들이
여러분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
부모님 조상님들만이 아니라
나와 인연을 맺고 살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모든 망자亡者들을
불보살님의 가피지력으로 좋은 길로 인도하기 위해
우리는 사후 효도를 해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잊혀졌던 그리운 망자가 있다면
오늘은 나와 인연을 맺고 살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그 망자를 위하여 치성으로 천도를 해주는 것도
선업의 길이라 여기시고 마음을 보태시기 바랍니다.
승복을 걸치고 있으면서
매일 축원으로도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어
천도 길일을 잡았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자기를 낳아 준 어머님에 대해
그토록 무관심했던 자신의 불효가 한스러웠습니다.
‘자식이 출가하면 구족이 복을 받는다는데
우리 어머님은 혹시라도 구천을 헤매고 계실까?
혹시 아들의 모습을 못보고
눈감으신 정한이 골수에 맺힌 것이 아닐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택일을 잡아놓고 보니
미련한 몸뚱이가 이렇게 무거울 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택일이라도 받아 놓고 보니
아스라이 떠오르는 모친과의 기억들.....
좋았던 기억은 잘 안 떠오르고
안 좋았던 기억들만 송송 솟아오르는 겁니다.
다른 분들도 그러 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내게는 그런 기억들만 떠오르는 겁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면서
승과 비슷한 기억이 떠오르신다면
오늘은 길 떠나버린 부모님을 위한 왕생 발원해 드립시다.
이것이 오늘 드리는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2024년 08월 30일 오전 05:40분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운월야인雲月野人 진각珍覺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