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시작되어 어느 세대까지 전해지던 구전 응원가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초 중 고 다니던 1950, 60년대에는 학생들이 이런 노래를 자주 불렀습니다.
먼산에 아지랑이 품 안에 잠자고
산골짜기 흐르는 물 또다시 흐른다
고목에도 잎이 피고 옛 나비도 춤을 추는데
가신 님은 봄이 온 줄 왜 모르시나요
물론 지방마다 학교마다 가사의 마지막 연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응원구호가
덧붙여지기도 했지만, 시작은 똑같이 “먼산에 아지랑이”이었지요.
그렇게 기억의 저편에 꽁꽁 숨어있던 시골학교의 응원가 “먼산에 아지랑이”가
나이 탓인지 요즘 들어 가끔씩 다시 떠오르더군요.
지난 주엔 내친 김에, 이 노래의 제목이 뭔지, 누가 만들었는지, 가사나 곡조가
제대로 된 건지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답니다.
요즘은 인터넷이라는 무궁무진한 잡학지식의 보고가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며칠에 걸쳐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온갖 사이트를 뒤지고 또 뒤져서
드디어 이 노래의 원전을 찾아냈답니다.
이 노래는 1930년대의 가수 홍문희가 부른 『추억』이라는 제목의 노래더군요.
먼산에 아지랑이는 품에 잠자고
산곡간에 흐른 물은 다시 흐른다
고목에도 잎이 피고 옛 나비도 춤을 추는데
가신 님은 봄 온 줄도 모르시는가
가사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건 아마도 노래가 주로 구전으로 퍼져나가다 보니
조금씩 변질되어서이겠지요.
조금 더 찾아보니, 원곡은 일본 노래 “베니스의 뱃노래(ヴェニスの舟唄)”로서
곡은 그대로 쓰고 가사는 우리말로 새롭게 만든 번안 노래입니다.
베니스의 뱃노래가 인기가 있었는지, 홍문희의 『추억』 이외에도, 같은 곡에다
전혀 다른 가사를 붙인 장옥조의 『애수의 해변』이라는 노래도 있더군요.
부두의 밤바람은 나그네 한숨
물결 위에 달 그림자 세어지는데
먼 길을 떠나가신 님의 배는 어디로 가나
오늘밤도 그리움에 눈물짓노라
글을 쓰다 눈을 감으니 저 멀리 아득히 고향학교의 하얀 운동장이 떠오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