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 치료제이자 체중감량제인 오젬픽의 활성 성분인 GLP-1 수용체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 판매가 급증하면서, 유효 성분이 없는 가짜 제품을 파는 사기꾼들이 나타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중에는 '천연 오젬픽'으로 홍보되는 ‘베르베린’도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수준은 아니지만, 당뇨병·심혈관 질환·암 치료의 '보조제'로서 어느 정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르베린(berberine)은 알칼로이드 일종으로, 여러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으며 매자나무(barberry)가 주요 원료다.
추출·정제하면 냄새 없는 노란색 쓴맛 분말이 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베르베린을 함유한 각종 추출물은 전통 중국 의학에서 소화장애·설사 치료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오늘날 연구를 통해 베르베린이 실제로 생리적 활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베르베린은 항당뇨 효과가 있다. 식이 포도당의 분해(해당)를 촉진하고, 간에서 비탄수화물 원료로 포도당이 새로 생성되는 것(당신생)을 억제하며 인슐린 민감성도 높인다. 또한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C), 동맥 내 침착을 유발하는 아포지단백-B, 그리고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P)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연구에서는 종양 성장 억제 및 손상·감염된 세포의 세포사멸(apoptosis) 촉진 효과도 확인됐다. 부작용은 없으나, 흡수율이 낮아 적정 용량 결정이 어렵다.
베르베린은 체중 감량 효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세마글루타이드처럼 GLP-1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하지 못하니, 천연 오젬픽은 아니다. BMI와 체중의 미미한 감소를 보인 연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비만이면서 당뇨가 아닌 피험자 3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 위약 대조 시험에서는 체중 감량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베르베린 1일 1g 복용군과 위약군 사이에 6개월 후 복부 지방이나 간 지방 함량의 차이도 없었다. 다만 LDL-C, 아포지단백-B, CRP가 감소하는 심혈관 질환 개선 효과는 확인됐으며 부작용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베르베린은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고 심혈관 위험 지표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단, 고지혈증 약·당뇨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상호작용 위험이 있으므로 의사와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암 치료 보조제로서의 가능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