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50
천자문167
동봉
0581밟을 천踐
0582흙 토土
0583모일 회會
0584맹세 맹盟
지앤투훼이멍践土会盟jiantuhuimeng
(진헌공은 길을빌려 괵을멸하고)
-진문공은 천토에서 맹세모으며-
0581밟을 천踐
문자 분류상 형성문자形聲文字입니다
뜻을 나타내는 발족변足과
소릿값을 지닌 동시에
'가지런히 벌이다'의 뜻을 지닌 글자
나머지 잔戔 자로 이루어졌습니다
실제로 양쪽 발을 가지런하게 한다는 뜻이며
나중에 실행實行하다의 뜻으로 쓰입니다
밟다, 발로 딛다, 짓밟다, 유린하다
이행하다, 실행하다, 실천하다
소홀히 하다, 베다, 손상하다, 해치다
다치다, 차려 놓다, 옅다, 얕다, 맨발
늘어놓은 모양 따위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꼴 같은 뜻의 글자로는
践 : 밟을 천
践 : 밟을 천
㣤 : 밟을 천 등이 있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는
履 : 밟을 리/신 리
履 : 밟을 이/신 이
跋 : 밟을 발
跆 : 밟을 태
踏 : 밟을 답
蹂 : 밟을 유
蹠 : 밟을 척 등이 있으며
모양새가 비슷한 한자로는
殘 : 잔인할 잔/남을 잔이 있고
淺 : 얕을 천/물 끼얹을 전
賤 : 천할 천/싸구려 천
錢 : 돈 전 자 따위가 있습니다
0582흙 토土
상형문자입니다
흙 토/뿌리 두/쓰레기 차로 새깁니다
으레 모두 흙 토土 부수입니다
풀과 나무의 싹이 흙덩이를 뚫고
땅 위로 돋아나는 모습을 본뜬 글자입니다
작게는 '흙' 이고 크게는 지구입니다
토지신의 신체神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농업의 신인
사직 사社자로 쓰게 됩니다
흙 토土 자에 담긴 뜻으로는 흙, 땅, 토양
육지, 국토, 영토, 곳, 장소, 지방, 고향
향토, 토착민, 오행의 하나, 별 이름
흙을 구워서 만든 악기, 토지신, 측량하다
대지를 주재하는 신, 살다, 자리잡고 살다
재다, 헤아리다, 토목 따위가 있습니다
이 흙 토土 자가 늘 '흙 토' 자는 아닙니다
앞의 새김에서 본 것처럼
대표적인 새김은 '흙 토'자지만
나무 뿌리를 얘기할 때는 '뿌리 두'로 새기고
쓰레기, 찌꺼기, 하찮다 등일 때는
'쓰레기 차'자로 새깁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는
地 : 따 지
壤 : 흙덩이 양
陸 : 뭍 륙/육
陸 : 뭍 육/륙 자가 있으며
반대 뜻을 가진 한자로는
乾 : 하늘 건/마를 건/마를 간
天 : 하늘 천' 자 따위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하면
없는 것을 빼놓고는 다 있는 편입니다
"네이버에게 물어봐!"라는 말이 있듯이
주위에서는 네이버Naver를 쓴다고 하는데
나는 구글Google을 즐겨 사용합니다
구글이 세계적인 검색 엔진이라서가 아니라
구골Googol이 지닌 의미 때문입니다
1996년 스탠포드대학 박사과정이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페이지 랭크라고 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3년 뒤 1999년에 구글이란 회사를 세웁니다
당시의 설립자 중 한사람인 세르게이가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은
구골Googol이란 수학용어입니다
구골은 10의 100자승입니다
구글이 구골에서 왔고 구골의 뜻이 이러한데
일승원교 화엄학을 최고의 경전으로 믿고
지금까지 수행한 내게는 충격이었습니다
항하사가 10의 52자승이고
아승지가 10의 56자승이며
나유타가 10의 60자승이고
불가사의는 10의 64자승입니다
원 세상에!《금강경》에서 자주 거론되는
항하사도 10의 52자승이나 되는데
항하사의 1조 배인 불가사의이겠습니까
게다가 무량대수는 10의 68자승이니
무량대수의 1만 배이고
겁劫이란 10의 72자승이니
이는 물경勿驚! 무량대수의 1만 배입니다
하물며 10의 100승까지 거론하다니
아! 참으로 엄청난 스케일이 분명합니다
화엄경의 말씀을 빌린다면
삼천대천세계를 삼천대천세계로 곱하길
무량아승지 겁을 지낸다 하더라도
화엄에서 설하는 엄청난 성덕性德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구글Google'사랑에 빠졌습니다
구글로부터 단 한 푼도 받아먹은 게 없습니다
나는 검색엔진 사용료를 당당히 지불합니다
나는 구글을 광고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이름에 담긴 의미가 좋고
화엄의 스케일을 닮은 게 좋아서일 뿐입니다
실제 내가 짚으려는 내용은 구글이 아니고
인터넷 검색을 얘기할 뿐입니다
지금은 인터넷 보살마하살에게
무엇이든 묻기만 하면 바로 답이 나오지만
내가 타이완을 처음 방문했을 때인
1983년 9월만 해도 인터넷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중국어사전 한 권 없을 때입니다
타이완 타이베이시 시가지를 걷는데
눈에 띄는 간판이 하나 보였습니다
'토이기土耳其'였습니다
그때도 나는 자칭 한문학의 대가였습니다
누가 인정해주는 게 아니 자칭이지요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토이기는 해석이 되지 않는 간판이었습니다
당시 서울 소공동 뒷골목에 있는
타이완 대사관에서 실시하는 중국어강좌
기초반 중급반을 겨우 뗀 정도였습니다
4개월 17주
토탈 17시간 지도 받은 실력으로
홀로 타이완에 내렸으니 겁도 없었습니다
나는 '토이기' 란 화두 하나를 끌어안고
동정일여動靜一如의 삼매경에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롱산쓰龍山寺에서 만난
떵거鄧哥, 곧 미스터 떵에게 물었습니다
내 손바닥에서 발효가 되다 못해
시큼하게 변해버린 구겨진 메모를 보며
그가 답했습니다
"투얼치! 투르키에, 터키예요."
그는 내 꼬깃꼬깃한 메모지 한 녘에
"Tuerqi/Turkiye Cumhuriyeti"라고
친절하게 써주기까지 했습니다
언어란 재미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언어고
우주와 생명의 이야기가 언어입니다
모든 문화의 척도가 언어인 까닭입니다
철학과 사상의 날줄經 씨줄緯이 언어입니다
종교와 예술은 언어로 다듬어집니다
우리 선가禪家에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를 내세우고
언어도단言語道斷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교입선捨敎入禪의 세계에서나
마음놓고 부르짖을 언어입니다
불입문자를 내세우고
언어도단을 표방하는 선승들만큼
말 많은 세계를 나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이왕《千字文》익히기로 한 것
한자의 세계에서 마음껏 헤엄칠 일입니다
투얼치土耳其Tuerqi, 터키의 음역어
대한민국 형제의 나라 터키!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유럽과 중동에서 가장 큰 도시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도시
약 600제곱km인 서울에 비해 9배나 큰
터키의 이스탄불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0583모일 회會
이는 회의문자입니다
밥통 덮개요 밥솥 뚜껑입니다
뚜껑은 본체가 아래 있고
그 위에 덮는 것을 뚜껑이라 합니다
본체와 뚜껑이 만나 하나가 되듯
나중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풀었습니다
사람인人 부수에 '불릴 증增'자를 쓰다가
나중에 왼편의 흙토변土을 생략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사람과 사람의 모임을
표현할 때 나타내는 글자로 쓰인 것입니다
모일 회會 자 부수는 가로왈曰입니다
여기에는 모이다, 모으다, 만나다, 맞다
능숙하다, 잘하다, 이해하다, 깨닫다
통계를 내다, 합계를 산출하다
반드시 ~해야 한다
~할 가능성이 있다와 같은 뜻이 있습니다
또한 집회, 회합, 계契, 모임, 기회, 시기
기회, 잠깐 동안, 짧은 시간, 회계,
대도시, 때마침 따위와
공교롭게의 뜻도 들어 있고
또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조직한 단체를 뜻하기도 합니다
다른 형태 같은 뜻
会 : 모일 회
㑹 : 모일 회
会 : 모일 회
屷 : 모일 회
㞧 : 모을 회
㣛 : 모일 회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는
募 : 모을 모/뽑을 모
叢 : 떨기 총/모일 총
團 : 둥글 단/경단 단
寯 : 모일 준
撮 : 모을 촬/사진 찍을 촬
湊 : 모일 주
萃 : 모을 췌
蒐 : 모을 수
蓄 : 모을 축/겨울 푸성귀 휵
社 : 모일 사/토지신 사
綜 : 모을 종
纂 : 모을 찬
聚 : 모을 취
輯 : 모을 집
集 : 모을 집 자 따위가 있습니다
0584맹서 맹盟
맹세 맹盟 자는 형성문자입니다
부수 그릇명皿과 소릿값을 나타내는
밝을 명明이 합하여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밝을 명明 자는 분명하다 확실하다는 뜻이고
피 혈血 자는 희생된 짐승의 피입니다
나중에 피血를 담는 그룻皿으로 발전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희생으로 잡은 짐승의 생피를 뽑아
그릇에 담아 번갈아 마시고
신에게 맹세하며 약속을 하게 됩니다
맹세盟의 뜻으로 쓰인 것입니다
이 맹세할 맹盟 자에는 맹서盟誓 외에
약속을 비롯하여
비슷한 사람끼리의 모임과
구역 이름, 땅 이름도 들어있습니다
낮에는 태양日에게 맹세하고
밤이면 달月에게 맹세합니다
같은 그릇皿에 희생의 피를 담아 마십니다
한 모금 한 모금씩 돌아가면서 마십니다
어디에서 모였습니까
지앤투踐土입니다
실천踐의 땅土입니다
어쩌면 짓밟힌踐 땅土일 것입니다
인권이 유린踐된 땅土일 것이고
자유가 짓뭉개진踐 땅土일 것입니다
천토踐土라는 지역이름에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진晉Jin나라 웬꽁文公Wengong은
길을 빌려 구오虢와 위虞를 통째 삼켜버린
진나라 씨앤꽁晉獻公의 아들입니다
그는 청푸城濮Chengpu 전쟁에서
추楚Chu나라를 격파하고 대승을 거둡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그 여세를 몰아
지앤투踐土Jiantu에서 제후들을 소집합니다
그 자리에서 제후들로부터 맹약을 받습니다
요즘 우리의 눈으로 보면 웃기는 얘기지요
그러나 당시로써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요즘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요?
총칼의 위협 앞에 아직 서 보지 않았으니
다들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말이 좋아 회맹會盟이지
마음에서 우러나와 모인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맹세한 것이 아닙니다
아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요즘의 정당정치처럼
우방들이 모여 단합을 과시했을 수 있습니다
진나라 웬꽁은 대단한 정치가입니다
아버지 씨앤꽁으로부터 버림 받고
밖으로 밖으로 떠돌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엄청난 협박을 강요했을 것입니다
저우周 천자를 충심으로 섬기자는 것입니다
희생으로 소를 잡고 영양을 잡아
그 피를 마시게 하며 충성을 강요합니다
전쟁에 패한 자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지앤투踐土는 지명입니다
지신土밟기踐한 땅일 것입니다
춘치우春秋Chunqiu시대
정郑Zheng나라 땅으로서
오늘날 허난성河南省Henansheng
닝저씨엔寧澤县Ningzexian 서북쪽입니다
그게 확실하냐고요?
아마 어쩌면 맞을 것입니다
나는 가끔 '남북의 창窓'이라든가
북한과 관련된 방송프로그램을 보면서
때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합니다
어른들이야 그렇다 해도
어린 아이들의 충성맹세에서는
어린이로서의 순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참으로 많은 느낌에 잠기곤 합니다
어린이들이 안타깝다기보다
참으로 고약한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07/04/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