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양과 마지막 가사 (74)
웨살리를 벗어난 부처님과 제자들은 반다(Bhanda)마을을 지나 핫티(Hatthi)마을, 암바(Amba) 마을, 잠부(Jambu)마을을 거쳐 보가(Bhoga)에 도착해 아난다쩨띠야( Anandacetiya)에 머무셨다.
그곳에 머물며 비구들에게 네 가지 큰 교법(敎法)에 대해 말씀하셨다.
당신이 멸도한 후, 비구들 중 누군가가 “이것은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이것은 많은 장로들에게서 들었다.” “이것은 여러 비구들에게서 들었다. ”이것은 어떤 한 비구에게서 들었다.“ 고 하는 것이 있을 경우, 그것을 법과 율에 의거해 자세히 살핀 다음 합당하면 받들고 합당하지 않으면 배척하라고 일러 주셨다.
다시 길을 나선 부처님과 제자들은 빠와(Pava)에 도착해 교외의 망고나무동산에 머무셨다. 그곳은 대장장이의 아들 쭌다( Cunda)의 소유지였다. 부처님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들은 쭌다는 직접 나와 맞이하며 다음 날 공양에 초대하였다.
쭌다는 새하얀 쌀밥을 지어 정성껏 공양을 준비하고, 특별히 부처님을 위해 전단나무에서 자라는 귀한 버섯으로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였다. 그 음식을 보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이 버섯요리는 다른 비구들에게 주지 마십시오. 나머진 땅을 파서 묻어 버리십시오.”
대중의 공양이 끝나고 발우와 식기를 모두 거둔 후, 쭌다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상에는 몇 종류의 사문이 있습니까?”
“사문에는 네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도를 실천함이 뛰어난 사문이고,
둘째는 도를 설하는 것이 뛰어난 사문이고,
셋째는 도에 의지하여 생활하는 사문이고,
넷째는 도를 행하는 척하며 악만 저지르는 사문입니다.
세상에는 훌륭한 사문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속으로는 삿된 마음을 품고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꾸며 거짓을 일삼는 진실하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대중을 이끄는 이들 가운데도 속은 혼탁하면서 겉만 깨끗한 이들이 있습니다. 드러내지 않지만 속내는 간사하고 나쁜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구리에다 금일 입힌 것과 같은데도 세상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그를 훌륭한 사문이라 말합니다. 그러니 겉모양만 보고 한눈에 존경하거나 가까이해서는 안 됩니다.“
공양과 설법을 마친 후 부처님과 제자들은 쭌다의 집을 나섰다. 몇 걸음 옮기지 못하고 부처님은 곧 심한 설사 증세를 보였다. 고통을 참으며 길을 재촉하셨지만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깔아야 했다. 그곳에 누워 자신이 올린 공양 탓에 부처님이 돌아가시게 되었다며 자책할 쭌다를 염려하셨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 지금 바로 쭌다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하라. 쭌다여, 부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 쭌다여,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셨을 때 최초로 올린 공양과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실 때 마지막 올린 공양은 그 공덕이 같다고 하셨습니다. 쭌다여, 그대는 여래께 마지막 공양을 올렸기에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수명이 늘어나고 튼튼한 몸을 얻을 것이며, 힘을 얻고, 명예를 얻고, 살아서는 많은 재물을 얻고, 죽어서는 하늘나라에 태어날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대는 이제 큰 이익과 큰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아난다가 쭌다를 위로하고, 빠와를 떠나 다시 길을 나섰다. 더위와 통증을 참아가며 내딛는 부처님의 발걸음은 무겁고 더디었다. 제자들의 안타까운 눈빛을 이겨내시던 부처님께서 길 옆 나무 그늘 아래로 찾아드셨다.
“아난다, 가사를 네 겹으로 접어 깔아다오. 피곤하구나, 쉬었다 가자.”
부처님은 곧 자리에 앉아 고요히 선정에 드셨다. 그때 꾸시나라에서 빠와를 행해 달려오는 한 무리의 마차 행렬이 있었다. 굉음을 울리며 달려오던 행렬은 부처님 앞에서 급히 멈췄다. 선두에서 무리를 지휘하던 우람한 사내가 말에서 내려 다가왔다.
“맑고 깨끗한 모습이 꼭 저희 스승님 같으시군요. 언젠가 저희 스승께서도 이 길목쯤에 앉아 계셨던 적이 잇지요. 오백 대의 수레가 곁을 요란하게 지나는데도 스승님의 고요함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지요.”
“제가 묻겠으니 편안히 대답해 보십시오. 수레가 지나가는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선정과 우렛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선정 중에 어느 것이 더 깊다고 생각합니까?”
“수레가 지나가는 소리를 어찌 우렛소리와 비교하겠습니까?”
“언젠가 제가 아뚜마(A-tuma)마을의 어노 초막에서 지낼 때였습니다. 좌선하다 깨어나 뜰 안을 거니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한 사람이 저의 초막으로 찾아왔기에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가 도리어 내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엇하고 계셨습니까,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저는 이 자리에서 선정에 들었습니다.’
‘놀라운 일이군요. 뇌성벽력이 천지를 뒤흔들었는데...., 그것도 모른 채 고요히 선정에 드셨군요. 조금 전 때린 벼락으로 황소 네 마리와 밭을 갈던 형제가 죽었답니다. 그래서 저렇게들 사람이 몰려든 것입니다.’
그 일로 그 사람은 기뻐하며 나에게 예배하였지요.“
“참으로 희유한 일입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두 벌의 황금빛 옷을 부처님께 바쳤다.
“저는 빠와에 사는 뿍꾸사(Pukkusa)입니다. 이 옷을 세존께 바치오니 받아주십시오.”
“뿍꾸사, 한 벌은 나에게 주고 한 벌은 아난다에게 주십시오.”
부처님은 뿍꾸사를 위해 차근차근 가르침을 설해주셨다. 기쁨에 넘친 뿍꾹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법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승가에 귀의합니다. 저 뿍꾸사가 여래의 바른 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목숨을 마치는 날까지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교화의 발걸음이 다시 빠와에 미친다면 꼭 저희 집을 찾아주십시오. 세존을 위해 음식과 옷과 잠자리와 탕약을 준비하겠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저에게 더없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뿍꾸사가 떠난 뒤 아난다는 자기 몫의 황금빛 옷까지 부처님께 입혀 드렸다. 그러나 그 황금빛도 맑고 투명한 부처님 얼굴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 그처럼 빛나는 모습은 오랜 세월 곁을 지킨 아난다도 본 적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 목이 마르구나.”
부처님께서 세 번이나 말씀하셨지만 오백 대의 수레가 방금 지나간 흙탕물을 아난다는 감히 올릴 수 없었다.
“세존이시여, 까꿋다(Kakuttha) 강이 멀지 않습니다. 그곳에 가면 맑은 물을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럼 까꿋타강으로 가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부처님은 사자처럼 기운을 차리고 까꿋타강으로 가셨다. 그곳에서 맑은 물을 마시고, 깨끗이 목욕도 하셨다. 강을 건너 언덕에 오르자 장로 쭌다까(Cundaka)가 망고나무숲에 쉴 자리를 깔았다. 그때 어떤 비구가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하늘 위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분인데 왜 하늘나라 약으로 병을 치료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은 어린아이를 달래듯 움음을 머금고 말씀하셨다.
“집은 오래되면 허물어지지만 땅은 변함없이 평온하단다. 나의 마음은 땅과 같이 평온하지만 내 몸은 헌집과 같구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꾸시나라로 가자.”
천천히 걸음을 옮긴 부처님은 석양이 질 무렵 황금물결로 반짝이는 히란냐와띠(Hirannavati)강을 건너셨다. 그리고 언덕 북쪽에 자리한 말라족의 살라나무숲 우빠왓따와(Upavattava) 로 들어섰다. 살라나무숲에는 때아닌 꽃이 만발해 향기가 진동하고 있었다.
“아난다, 저 두 그루 살라나무 사이에 자리를 펴다오.”
일화합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