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 호시절이 오면 몇 해 전 아산 병원 법당에서 지홍 스님과 여러 도반 스
님, 그리고 신심 깊으신 보살님들과 고속 도로에 착 들러 붙은 롯데껌 신세가 되어 갠신히 관광
버스 한 구퉁이를 차지하여, 함께 다녀 온 성지 순례가 늘 생각난다.
관광 버스가 고속 도로에 접어 들자 스님의 간략한 인사 말씀이 계셨다. 순례를 떠나기 전에
늘 부처님께 기도 드리는 내용 중에 가장 포인트를 두는 부분이 그저 먼 여행길 아무 탈 없도록
해 주십사 하는 것과 내 딛는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 올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귀 더욱 간절히
바라 옵는 바는 가는 곳마다 풍성한 먹거리가 넘쳐 나서 모든 불자님들이 즐거워 하길 빈다는
내용이다.
스님이 덕 높은 법문을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있으니 버스 뒷쪽으로 보급품이 건너 오기 시작하는데 그 내용과 버라이어티한 종류에
그저 입만 떡 허니 벌어 질 뿐이다. 스님의 평소 성품을 판백이 한 듯 하였다.
차내 예불이 시작되고 길고 긴 금강경을 하염없이 건성으로 웅얼 거리고 있는데 한 도반 스님
께서 긴급 의사 진행 발언을 요청하셨다.
이룬 요란한 냄새가 진동하는 먹거리들을 한아름 부여 안고 그 처럼 오래 도록 차내 예불을
하는 것은 고문 중에 상고문이라고 하신다.
그 날은 스님들의 오묘한 법음이 온 천지를 진동시키는 감격의 날이었다.
봉화 청량사에서 맛있는 점심 공양을 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얼마 전에 영국 여왕께서 다녀
가셨던 안동 봉정사 주차장에서 하차를 하여 일주문을 막 지나니 인근에 있는 여러 주민들이
단상을 치고 무신 행사를 하는 것 같았다. 프랭카드를 읽어 보니 의용 소방대 발대식 같은 것이
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더 오래 전에 축조되었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목조
건물도 들어 가서 부처님께 경건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다.
아름드리 고목이 숲을 이룬 경내를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 오는데 좀 전에 하던 의용 소방대 행
사가 막 끝났는 가 하더니 지역 유지같은 분이 한분 맨 앞서 가시던 스님의 길을 막으시면서
상에 차려 놓은 음식들을 들고 가시라고 정중히 청하신다.
내 옆 자리엔 병원 고 선생님이 자리를 잡고 계신다. 여러 대의 버스 내에 머리를 짧은 깎은
사람은 단 둘 뿐이었다. 먼 길을 다녀 오면서 말동무나 하라고 바쁜 고 선생님을 모신 건 분명
아닌 것 같았다. 행여 나 혼자만 달랑 버스에 탑승할 경우엔 여러 보살님들이 서로 내 옆자리
를 차지 하기 위하여 머리 끄뎅이를 잡는 불상사가 일어 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인지라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스님의 자상하신 배려지만 난 성지 순례가 끝날 때 꺼정 절집 일은 화합
이 가장 중요하다는 스님의 속 깊은 과잉 친절이 못내 섭섭할 뿐이었다.
휴일인지라 돌아 오는 고속 도로가 슬슬 막히기 시작하니 모두들 걱정 하는 마음이 이만 저만
이 아니었다. 집에 있는 가족들이나 다음 날의 출근을 걱정함도 물론 아니었다.
행여 길바닥에 오래 지체할 경우에 발생하는 원초적 본능인 배설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었다.
휴계소만 눈에 띄면 일단은 차를 세운다. 나로선 딱히 나쁠 일은 없다. 전매청에서 유상으로
공급하는 구름과자를 연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하는 경우엔 반드시 몇 몇 분들은 집합 시간에 늦게 당도하여 인솔하는
분들의 애를 태우는 일이 다반사인데, 수도 없이 차에서 내렸다 올랐다를 반복했지만 단 한번도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불자님들의 높은 단체 의식의 일면도 있지만 늦을래야 늦을 수가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용무를 언제 마치셨는지 스님께선 늘상 일등으로 차가 있는 곳으로 오셔선 버스 앞에서 불자
님들의 귀환을 챙기시니 바쁜 걸음을 내 디딜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분들은 스님께선 오랫 동안 수행을 하셔서 약간의 생리적인 현상은 얼마든지 조절이 가
능하시다는 말씀도 하시고 혹자는 여러 불자들을 인솔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성지 순
례를 떠나기 전엔 여러 날 전부터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않는 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었다고
한다.
새로 지은 휴계소는 많은 원성을 들은 끝에서야 겨우 여성 화장실의 면적을 쫴꿈 늘리기는
했지만 구래도 단체 손님들이 몰리면 벅적거리기는 마찬 가지다.
남자 화장실에 가면 난 늘 화장실 전체를, 순시하는 연대장처럼 둘러 보는 습관이 있다.
작은 액자를 빈 공간마다 쭉 붙여 놓았는데 제법 괜찮은 글귀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날도 소변기 위에 붙어 있는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까지 읽으면서 시원한 배설의 쾌감을 만끽하고 있는데 날카롭게 날이 선 듯한 옷 소매가 내
빈약한 엉덩이 부위에 경미한 접촉 사고를 내고 지나 치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개뼊다귀같은 x를 입 속에서 우물하면서 매서운 실눈으로 앞에 붙은 민경을 통해서 문
제의 인물을 쏘아 보았다.
엑! 시 시 시님이...
성지 순례를 무사히 잘 마치기 했었으나 난 그날 이후로 심한 배뇨 장애 덕분에 오랫 동안
병원을 다녀야 했었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 하신 병명은 엄청시런 정신적 충격에 따른 심인성
배뇨 장애였다.
정향사의 어쩔 수 없이 구여운 돌삐 합장드립니다.
카페 게시글
불자님 글방
지홍 스님의 둔갑술에 대한 실체적 분석과 접근.
돌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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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16 14:0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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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재밌습니당....제 도반스님들이 원낙 그런 자유로운 양반들이어서 가끔 당황하는 분들을 보긴 했지만, 우리의 돌삐거사님이 그러신줄은 처음 알았습니다....ㅋㅋㅋ..나도 해 봐야지.
옴머~?...그런 일이~!!! 돌삐님은 별걸 다 분석적이고도 학술적으로 뎝근하시는군요.....ㅋ
ㅋㅋㅋㅋㅋㅋ........ㅋㅋ...우야겠노??.ㅋㅋ돌삐 거사님....().
돌삐님 우리스님은 비남비여인지라 외국에가서도 남자화장실 간답니다. 인자 비뇨기과 안가셔도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