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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호 전 포항시장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금년에 65세이상 인구가 20%가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이 추세라면 앞으로 불과 25년 뒤 2050년엔 국민 10 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농어촌 지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다. 그 결과 노인 빈곤율, 자살률, 고독사 발생률은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건강 문제,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사회적 소외라는 사중고(四重苦)가 노년층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예산을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노인 스스로 삶의 활력을 찾고,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해법이 절실하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파크골프다.
파크골프는 이름처럼 공원을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다. 골프의 형식을 따르지만 경기장 규모가 작고 장비가 단순하다. 무엇보다 무릎과 허리에 큰 부담이 없으면서도 걷기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신체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탁월하다. 노인에게 파크골프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건강 유지의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점도 중요하다. 골프처럼 고가의 장비와 이용료가 필요하지 않다. 파크골프 채 한 자루와 공 몇 개면 충분하다. 은퇴 이후 제한된 소득으로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꾸준히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더 나아가 파크골프장은 새로운 소통의 공간이 된다. 홀마다 함께 걷고 기다리며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진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즐기는 운동이기에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우울감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실제로 파크골프를 시작한 뒤 삶의 활력이 생겼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의 사례는 이미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파크골프는 세대 통합에도 기여한다. 손주와 할아버지가 함께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다. 복잡한 규칙이 필요 없고, 체력 차이가 크지 않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를 지역축제나 대회와 결합하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이미 파크골프가 지역 브랜드로 자리 잡아 고령친화 도시의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적 뒷받침이다. 지자체는 도시 내 유휴부지, 하천변, 공원, 산림자원을 활용해 파크골프장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보건소와 노인복지관에서 파크골프 프로그램을 운영해 더 많은 어르신이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장비 지원이나 대회 후원에 나설 수 있다. 나아가 국제 교류전이나 전국대회를 개최한다면 파크골프는 단순한 노인 체육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초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어떻게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낼지는 우리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파크골프는 건강을 지키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키며, 세대와 지역을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열쇠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그 가치를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초고령사회, 파크골프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