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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성도 여러분.
오늘 다시 에스라의 나무 강단이 제공하는 성경의 어휘 연구를 계속합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용어를 여러분에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성경 본문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성경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아주 필수적인 한 사상입니다. 그 사상을 이름하여 '영지주의(Gnosticism)'라고 합니다. 다소 어려운 말이지요.
한자로는 '신령할 영(靈)' 자에 '알 지(知)' 자 또는 '지혜 지(智)' 자를 씁니다. 영어로는 'Gnosticism'이라고 쓰는데, 영어 단어에서 N 앞에 나오는 G는 발음하지 않으므로 '노스티시즘'이라고 읽습니다. '알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Know'에서 K를 발음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헬라어로는 '그노시스(Gnosis)'라고 하며, 헬라어에서는 G 발음을 살려 '그노시스'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189번째 강의로서 이 영지주의에 대해 함께 공부하겠습니다.
우선 영지주의의 개념과 어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영지주의는 주후(AD) 1세기부터 3세기 사이에 고대 지중해 세계에 나타난 종교적·철학적 사상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그 핵심은 "인간의 구원이 믿음뿐만 아니라, 특별한 영적 지식(그노시스)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라는 주장입니다. 즉, 구원을 얻으려면 단순히 믿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비밀스럽고 신령한 지혜와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사상입니다. 이 생각은 1세기 초기 교회 시절부터 퍼지기 시작하여 2세기와 3세기에 이르러서는 아주 조직적이고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였고, 복음 전파에 엄청난 지장과 혼란을 초래하였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 배운 구원의 진리는 무엇입니까? 구원을 얻기 위해 심오하고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가르칩니까, 아니면 오직 믿음이 있으면 된다고 가르칩니까? 성경은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고 분명히 가르칩니다. "누구든지 저를 믿는 자는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으리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영지주의는 믿음 외에 특별한 지식이 있어야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함으로써, 복음과 성경의 핵심 내용을 심각하게 부정하고 훼손하였습니다. 이 사상은 초기 교회의 기초를 위협하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파괴하는 무서운 걸림돌이었기에, 초기 교회는 영지주의를 강력한 이단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배격하였습니다.
이 영지주의 사상을 체계화하여 초기 교회를 크게 어지럽힌 대표적인 인물로 발렌티누스(Valentinus)와 마르키온(Marcion)을 들 수 있습니다.
먼저 발렌티누스는 AD 100년에서 180년 사이에 활동한 인물로, 그는 세상을 세 부류의 인간으로 나누어 가르쳤습니다.
영적인 사람 (Pneumatics, 프뉴마틱스): 영(Pneuma)에 속하여 영의 지배를 받는 가장 고차원적인 존재들입니다.
혼적인 사람 (Psychics, 사이킥스): 지성에 속하여 지식의 지배를 받는 중간 단계의 사람들입니다.
물질적인 사람 (Hylics, 하이릭스 또는 Somatics, 소매틱스): 물질(Hyle)이나 육체(Soma)에 지배를 받는 저차원적인 사람들입니다.
발렌티누스는 로마에 독자적인 학교를 세우고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는 오직 영적인 사람들만이 신의 영역인 '플레로마(Pleroma, 빛이 충만한 신성한 세계)'에 들어갈 수 있으며, 그 수단이 되는 비밀스러운 영적 지식(그노시스)을 소유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주 그럴듯하고 고상해 보이지만, 결국 복음의 단순하고 확실한 진리에서 완전히 비껴간 교만이었습니다. 초기 교부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us)에 따르면, 발렌티누스는 본래 로마 교회의 유력한 주교 후보였으나 다른 이가 주교로 선출되자 이에 반발하여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고 영지주의 노선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발렌티누스 주의자들이 말하는 '그노시스(지식)'는 단순한 정보나 이성적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참된 본질과 신비로운 신성을 깨닫는 영적이고 비밀스러운 지혜를 뜻합니다. 이들은 인간이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비밀스러운 지식을 깨달음으로써 스스로 구원에 이른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는 기독교의 구원관을 뿌리째 뒤흔드는 명백한 이단 사상이었습니다. 지식이 믿음을 갖는 데 보조적인 도움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지식 자체가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늘나라는 학식이 높거나 신비한 지식을 가진 소수가 가는 곳이 아니며, 지극히 소박할지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라면 누구나 들어가는 은혜의 처소입니다.
발렌티누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또 다른 대표적인 영지주의자는 시노페 출신의 마르키온(AD 85~160)입니다. 그는 스스로 사도 바울의 참된 후계자로 자처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헬라 철학의 이원론(정신은 선하고 물질은 악하다는 이분법)을 성경에 접목해 성경과 복음을 크게 왜곡시켰습니다.
마르키온은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은 서로 다른 신"이라는 궤변을 펼쳤습니다. 구약의 하나님은 율법적이고 폭력적이며 보복하는 열등한 신(데미우르고스)인 반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신약의 하나님은 오직 자비와 사랑과 정의로 가득 찬 영적인 참신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 구약의 엄격한 율법과 신약의 사랑의 복음이 대조적으로 보인다는 점을 악용하여, 신약과 구약을 아예 분리해 버리려 한 것입니다.
그는 자기 입맛에 맞게 편집한 자기만의 신약 성경 카논(정경)을 만들어 냈는데, 구약적인 요소가 담긴 신약의 다른 책들은 다 빼버리고 오직 바울 서신 일부와 누가복음만을 정경으로 채택했습니다. 심지어 그가 선택한 누가복음조차도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성육신이나 처녀 탄생, 예수님의 인성에 관한 부분들을 모조리 삭제하고 자신의 글로 보충한 '마르키온 복음'을 사용했습니다. 참으로 오만하고 성경을 모독하는 행위였습니다. 이에 유스티누스, 이레네오스, 테르툴리아누스 같은 초기 교부들은 마르키온을 아주 강력히 비판하며 이단으로 규정했고, 결국 마르키온은 AD 144년경 로마 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출교당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발렌티누스와 마르키온 이전, 즉 AD 1세기 요한의 시대에 이미 활동하고 있던 초보적인 영지주의자들을 가리켜 '원영지주의자(Proto-Gnostics)'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예수님이 육체로 오신 진짜 인간이 아니며 단지 환상이나 영으로만 나타나신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현설(Docetism)을 유포하며 성육신을 부인했습니다. 사도 요한이 말년에 교회를 위협하는 이 원영지주의자들을 목격하고, 성도들이 미혹되지 않도록 엄히 경계하기 위해 쓴 편지가 바로 '요한일서'와 '요한이서'입니다. 따라서 영지주의라는 배경지식 없이는 요한일서와 요한이서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도 요한이 요한일서 2장 22절과 23절에서 선포한 강력한 메시지를 들어보십시오.
"거짓말하는 자가 누구뇨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자가 아니뇨 아버지와 아들을 부인하는 그가 적그리스도니 아들을 부인하는 자에게는 또한 아버지가 없으되 아들을 시인하는 자에게는 아버지도 있느니라."
또한 요한일서 4장 1절로 3절에서도 이어서 경고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시험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니라 이로써 너희가 하나님의 영을 알지니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예수를 시인하지 아니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니 이것이 곧 적그리스도의 영이니라 오리라 한 말을 너희가 들었거니와 이제 벌써 세상에 있느니라."
요한이서 7절에서도 거듭 확인해 줍니다.
"미혹하는 자가 많이 세상에 나왔나니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심을 부인하는 자라 이것이 미혹하는 자요 적그리스도니."
요한이 지칭하는 '거짓말하는 자', '미혹하는 자', '적그리스도'는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특히 육체로 탄생하신 성육신(Incarnation)을 부정하던 영지주의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물질과 몸은 근본적으로 악한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거룩하신 하나님이 악한 육체를 입고 이 땅에 오셨다는 성육신 교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신성을 부인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기독교가 아닙니다.
영지주의의 해악을 체계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책이 바로 리옹의 주교 이레네오스 교부가 저술한 《이단 반박(Adversus Haereses)》입니다. 초기 교회는 교인들이 영지주의라는 치명적인 독소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지주의를 철저히 이단으로 단죄하며 교회의 영적 순수성을 지켜 냈습니다.
그런데 영지주의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고고학적 사건이 1945년에 일어났습니다. 이집트의 상부(지리학적으로 남쪽 지대) 나일강 유역의 고대 도시인 '나그함마디(Nag Hammadi)' 근처에서 무함마드 알삼만이라는 농부가 흙 속에서 밀봉된 항아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항아리 안에서 가죽으로 장정된 파피루스 코덱스(책 형태의 사본) 13권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나그함마디 문서(Nag Hammadi Library)'입니다.
여기에는 초기 헬라어로 기록되었다가 AD 4세기경에 이집트 콥트어로 번역된 총 52편의 영지주의 관련 논문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문서들 가운데는 도마복음, 빌립복음, 진리복음 같은 가짜 복음서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들은 사도 도마나 빌립이 직접 쓴 것이 아니며, 영지주의자들이 사도의 이름을 도용해 자신들의 비밀 지식 구원관을 퍼뜨리기 위해 작성한 위경(외경)들입니다. 이 책들은 성령의 영감을 받은 정경이 아니었기에 신약 성경 27권의 카논을 결정할 때 단호하게 제외되었습니다. 이 문서들은 2세기와 3세기 당시 영지주의 사상이 저 멀리 이집트 남쪽 깊숙한 곳까지 얼마나 광범위하게 번역·유포되며 득세하고 있었는지를 아주 잘 대변해 줍니다.
성경의 정통 진리와 영지주의의 극명한 차이점을 표로 쉽게 대조해 드리겠습니다.
| 구분 | 성경 (Orthodoxy) | 영지주의 (Gnosticism) |
성경과 영지주의의 대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영지주의는 그럴듯하게 치장된 고상한 지식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실상은 기독교 복음의 정수를 완전히 파괴하는 거짓이었습니다. 이단 사상은 진리와 유사해 보일수록 더욱 치명적이고 위험합니다.
요약하자면, 영지주의는 비록 오늘날 우리 주변에 고대 형태 그대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으나, 성경의 두 책임 요한일서와 요한이서가 영지주의 타파와 경계를 주된 목적으로 쓰인 서신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할 때 반드시 정확하게 이해해 두어야 할 필수 용어입니다. 성도 여러분이 앞으로 요한 서신들을 읽으실 때 이 영지주의적 배경을 떠올리며 읽으신다면, 사도 요한이 왜 그토록 눈물을 흘리며 예수님의 성육신을 시인해야 함을 강력히 호소했는지 훨씬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실 것입니다.
오늘 189번째 강의 영지주의에 관한 공부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이 지식을 통해 성경의 깊은 배경을 이해하시는 데 큰 유익이 되기를 바라며, 다음 시간에 또 다른 유익한 성경의 핵심 어휘를 가지고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한 주일 동안 주님의 은혜 안에서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핵심 요약 정리
영지주의(Gnosticism)의 개념과 어원
어원: '지식' 또는 '깨달음'을 뜻하는 헬라어 '그노시스(Gnosis)'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핵심 교리: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과 하나님의 은혜로 얻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깃든 신성을 일깨워 주는 신비롭고 영적인 '비밀 지식'을 통해서만 성취된다고 주장합니다.
초기 교회의 이단 규정
영과 물질을 극단적으로 나누는 '이원론'에 기초하여, 물질은 본질적으로 악하므로 거룩하신 하나님이 인간의 육체를 입고 오실 수 없다는 가현설(Docetism)을 주장하며 예수님의 성육신(Incarnation)을 전면 부인하였습니다.
구원의 대상을 신비한 지식을 전수받은 선택된 소수로만 한정함으로써 보편적이고 온전한 복음의 은혜를 왜곡 및 훼손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영지주의 학자
발렌티누스: 인간을 영적인 존재, 혼적인 존재, 육적인 존재의 세 계급으로 나누고 영적인 지식을 통해서만 빛의 세계인 플레로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로마에서 교파를 만들어 가르쳤습니다.
마르키온: 구약의 창조신(데미우르고스)은 폭력적인 열등 신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사랑의 참신이라며 신·구약을 분리하였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게 편집하여 성육신 기록이 삭제된 마르키온 식의 위경 성경을 만들어 배포하다가 로마 교회로부터 출교당했습니다.
나그함마디 문서(Nag Hammadi Library)의 발견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 근처에서 파피루스 코덱스 13권이 흙 항아리 속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콥트어로 번역된 도마복음, 빌립복음, 진리복음 등 대량의 영지주의 위경 문서들이 포함되어 있어, 당시 영지주의가 고대 기독교 세계에 얼마나 넓고 깊게 전파되어 있었는지를 고고학적으로 입증해 주었습니다.
신약 성경과의 연관성
사도 요한이 말년에 기록한 요한일서와 요한이서는 교회 내부로 침투한 원영지주의(Proto-Gnosticism)의 해악에 맞서 성도들을 경계하기 위해 집필되었습니다. 예수께서 "육체로 오신 것(성육신)"을 부인하는 영지주의 사상을 '거짓 선지자', '미혹하는 자', '적그리스도'의 영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하게 물리칠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