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고향
이 상 규
질날늪❋은 문덕수 시인의 어머니다
가시연꽃, 조릿대, 말밤, 어리연
빨간 몸뚱아리 감싸 안는 치마폭이다
먹가물치 땅붕어는 어릴 적 동갑내기
줄풀 부들 헤적이며 반갑다고 뛰어 오른다
시인은 목에 차는 늪물에 자맥질도 하고
만져보고 맡아보고 가만가만 쓰다듬는다
초등학교 마치고 질날늪 떠났는데
억새꽃 뉘엿거리는 望九에 돌아와
문지방 넘어서며 이제는 마음 놓는다
생가 터 제 그늘에 쉬는 은행나무 한 그루
쉬이 잊을수록 더욱 높이 자라려니 했다.
❋질날늪: 경남 함안군 법수면 우거리 시인의 고향에 있는 늪 이름
대평늪(법수늪지식물:천연기념물제346호)과 연접해 있음
비빔밥
이 상 규
우리나라 비빔밥은 닷새장 장마당이다
반가움에 덥석 껴안고
너스레에 손사래 치다가
나중에는 섞여져서 조물조물 비벼지고 마는
소란스러워도 도무지 시끄럽지 않다
오지랖 넓은 멍석 위에 퍼질러
네 웃음 내 눈물로 간을 맞추고
내 속 네 속 버물어 풀어내는 농악이다.
굿거리장단에 자진모리 한마당
흥에 겨운 장꾼들 손짓 발짓 춤사위에
두레소리 제 물에 들썩들썩 신이 나서
어깨 바람 일어서는 흥겨운 어울 잔치
청포에, 고기에, 두서넛 탕평채蕩平菜로
여럿 손맛 하나로 빚는 배달족 문화
하늘을 나는 유비쿼터스 기내식機內食
마무리 감칠맛은 조선고추장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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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사화집 원고방
사화집26호
이상규 / 시인의 고향 외 1편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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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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