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Innocence, 2019
한국영화, 장르:액션,코미디, 개봉:2020.06.10.
감독,각색:박상현, 제작:이디오플랜,
주연:신혜선,배종옥,허준호, 관객:770,103명(2020.07.03.)
대천시의 한 시골 장례식장에 “추인회”(허준호역) 시장 등 지역의 유지를 비롯하여 수많은 문상객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도지사를 꿈꾸는 추인회의 최측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추인회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막걸리 맛을 보던 추인회 시장이 맛이 이상하다면서 꺼려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막걸리에 취해 무슨 맛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잠시후 예상치 못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장례식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농약 막걸리를 마신 사람은 오직 다섯명,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사망하고 네 사람이 중태에 빠진 원한관계로 추정되는 사건이었다. 고향을 떠난지 20년, 서울 유명 로펌의 특급변호사 “정인”(신혜선역)은 복잡한 관계속에서 거래중인 비리업체들의 변호가 불편하다. 대천 농약막걸리 살인사건을 TV뉴스에서 바라보던 정인은 무엇인가에 놀라 당황하며 고향으로 향한다. 20년만에 돌아온 대천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아버지의 죽음과 그 죽음의 중심에 서 있는 어머니를 목격한 것은 장례식장이 아닌 TV에서 였다. 그러나 장례식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가장 유력한 피의자로 어머니 “화자”(배종옥역)가 체포되고 “나일정”(차순배역)변호사가 어머니의 변호를 맡고 있다. 한때는 가족같은 이웃으로 지내던 사람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화자에게 냉대의 시선을 보낸다. 화자의 아들 “정수”(홍경역)는 어린시절 정인이 정수를 돌보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머리를 다쳐 장애인이 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정인의 실수로 사고를 당하자 아버지 “안태수”(최홍일역)는 정인에게 온갖 폭력을 휘두르며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다. 딸에 대한 추악한 적개심은 정인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축하는 커녕 오히려 폭력을 가하는 행태로 발전해 간다. 이렇게 부모와의 관계가 최악에 달했던 시기, 정인은 가출과 동시에 서울행 고속버스를 탄다.
그리고 20년 후, 정인이 가족을 접한 것은 TV화면이었다. 버스터미널에 주저 앉아 울부짖는 어머니를 뒤로 한 채 정인은 가족과의 완전한 결별을 시도했고 그 꿈은 화려한 성공으로 돌아 왔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정인의 어머니는 장례식장 살인사건의 유력한 피의자로 서 있다. 남편의 장례식장을 찾은 문상객들에게 왜 농약을 섞은 막걸리를 마시게 하였을까? 피의자인 화자는 급성치매로 인해 아무 말이 없고 그 날의 기억조차 분명하지 않은 채 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정인은 어머니의 변호를 맡고 있는 나일정 변호사를 찾는다. 나일정 변호사는 화자를 범인으로 단정한 채 징역형 감형일자를 계산하고 있을 뿐 무성의함이 절정에 이른다. 못마땅하게 여긴 정인은 로펌 “부대표”(김수현역)를 만나 어머니의 사건 변호를 맡겠다고 말한다.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정인의 마음은 복잡하다. 피의자인 어머니는 지금 그 날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 못하는 척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앉아 있다. 한편, 추시장은 병석에 누운채로 이 사건을 화자의 단독범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역의 정가를 쥐락펴락하는 추시장은 도지사를 향하여 브레이크없는 주행을 하며 승기를 잡고 있던중에 발생한 살인사건이 매우 불편하다. “신검사”(정인겸역)는 추시장의 불편한 심기에 몸을 사리며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려 한다. 그러나 복병으로 나타난 정인에 의해 사건의 향방은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 흥미로운 것은 장례식장에서 농약막걸리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은 모두 다섯명인데 이들 모두가 죽은 안태수를 중심으로 함께 해 온 동지적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정인의 아버지로서 고인이 된 “안태수”, 화자의 연인이며 이들의 살해계획에 의해 죽음에 이른 “임춘우”(김석훈역), 그리고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추시장, 추시장과 결탁한 “황방영”(박철민역), “방정환”(김중희역), “지영덕”(신철진역), “최봉수”(하성광역)가 피해 당사자 들이다. 이들 다섯명만이 피해를 입은 것은 그 외 모든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었다. 살인자는 이들과 직접적인 원한관계가 성립되어 있고 장례식장 현장에서 발생할 모든 정황들을 알고 있으며 타겟 또한 이들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였다.
사건을 주도면밀하게 추적중인 정인이 기억속에도 없는 오랜 친구이자 경찰인 “양순경”(태항호역)의 도움을 받아 진실의 문을 열어간다. 사건현장에서 무엇인가 찾으려던 정인이 현장에 미리 은닉하고 있던 남자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고 넘어지지만 끝까지 사투를 벌이다가 침입자의 얼굴에 흔적을 남긴다. 어머니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탄원서를 요청하였지만 번번히 실패한 정인이 종묘상을 운영하는 “고모부”(고창석역)를 찾아 간다. 정인은 사건현장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을 건네며 단서를 찾는다. 안태수는 지역의 유지로서 채석장 사업을 하면서 정치에 발을 딛는다. 안태수는 추시장, 황방영, 방정환, 지영덕, 최봉수와 함께 호형호제하는 동지들이었다. 그러다 임춘우를 바닷가로 유인해 살해하는 등 자신의 오점을 가리는 수단에 깊이 관여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그 틈을 노린 추시장이 안태수를 배신하고 정치에 입문하고 많은 인맥을 동원하며 시장직에 까지 올라 간다. 그 사이 안태수는 모든 재산을 잃어 버리고 자신의 가정 마져 온전하게 지키지 못한채 중풍에 시달린다. 이 모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화자는 임춘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치밀한 전략을 완성해 간다. 남편이며 원수같은 안태수에게 식사를 제공할 때 마다 미량의 농약을 살포하여 점점 죽음에 이르게 하였고 그것은 결국 완전범죄의 현실이 되었다. 완전범죄에 대한 자신감때문 이었을까? 남은 추시장과 일당들이 남편의 장례식장에 올 것을 미리 대비하고 다른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 까지 계산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화자는 장례식장을 찾은 추시장과 일당들에게 농약을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하고 살인계획을 실행하지만 원하던 추시장은 죽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실수를 범한다. 그러나 모든 진실은 베일에 가려져 정인의 눈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정인의 눈에는 단지 어머니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탑클래스의 로펌변호사 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신검사의 증거자료를 하나씩 반박해 나간다. 병원에 숨어서 사건이 종결되기만을 기다리던 추시장의 재촉에 신검사가 무리수를 둔 것이 실책이었다. 병원에 숨어 있던 추시장을 증언대에 세우는 등 추악한 과거의 진실이 하나씩 볏겨 질 무렵 정인의 눈앞에 정수의 휴대폰 하나가 발견된다. 정수의 휴대폰에는 안태수와 추시장이 아닌 어머니 화자의 은밀한 계획과 실행장면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어머니와의 오래 묵은 감정을 씻어 내고 어머니의 무죄를 증명하면서 정인은 어머니와 정수를 태우고 집으로 향한다. 도지사를 꿈꾸던 추시장의 추악한 과거의 민낯이 공개되면서 그의 꿈은 좌절되고 심판대에 서게 되는 정의는 실현되었다. 그러나 진실을 은닉한 마음의 짐은 너무나 크다. 호숫가에 선 정인이 정수의 폰을 호수 중앙에 던져 버린다. 어머니 화자의 치밀하고도 고도로 계산된 계획이 하나씩 스쳐 지나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결백”은 모든 사람들의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 버린다. 분명 추악한 범죄자들에 대한 심판의 결과가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범죄에 대한 정의와 심판은 미룬 것이 아니라 없던 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이러한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까? 참으로 어렵고 혼란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죄책감은 인생 내내 계속되어 마음 한 켠에서 끊임없이 짓누를 것이다. 진실과 정의는 이런 것이다. 바르게 구현하지 않으면 늘 짐이 되고 상처가 되고 변명거리만 늘어난다. 죄를 직시하고 알게 되었다면 그 순간에 잘라 내고 도려내 버리는 것이 나중에 처리하려는 것 보다 수천배 낫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