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지음
서점의 이름이 휴남동인 이유는 休(쉴휴)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다.
주인공 영주가 만들고 싶은 서점은 따뜻한 영화<카모메 식당>이나 <리틀 포레스트>같은 분위기였다.
영주는 잘 나가는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고 남편과 이혼하며 휴식을 갖기위해 서점을 차렸다. 서점에서 일할 바리스타 민준이 함께한다.
민준은 취준생으로 유명한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이 좌절되면서 휴식을 얻고자 바리스타를 하면서 다시 꿈을 꾸게 된다.
손님으로 온 정서는 계약직으로 8년을 열심히 일하지만 노동의 유연화를 말하는 사회에 너무나도 화가나 회사를 그만두고 명상과 뜨개질로 자신의 화를 누르며 휴남동 서점에서 다시 도약을 꿈꾸게 된다.
로스터 지미는 남편과의 갈등으로 자신이 너무 피폐해지면서 결국 괴로움이 무엇인지 깨닫고 홀가분함을 얻게된다.
민철이와 민철엄마, 다시 새로운 인연이 된 승우 등 여러 등장인물들이 휴남동 서점을 방문하면서 쉼을 얻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영주가 아름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읽은 책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니 작가는 이렇게 얘기했다.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p57
정서는 휴남동 서점을 무례하게 굴지 않는 안도감이 든다고 얘기했다.
"네, 안도감이 들었어요. 저도 이런 느낌을 받는 게 신기하긴 했는데요. 그냥………. 여기에선 내 쪽에서 예의를 지키는 한 아무도 나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겠구나 하는 그런 안도감이 들었어요. 그때 저한테 딱 필요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자주 오고 싶었어요. 책은 읽지 않아도 이곳에 오는 게 좋았거든요. 그러다 죽순이가 됐고요"p188
“무력감, 무료함. 공허감, 허무.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든 마음의 상태지. 마른 우물에 빠져 웅크리고 앉아 있는 기분일 거야. 그안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존재가 나인 것만 같고, 나만 힘든 것 같고, 그렇지."
“나는 그래서 책을 읽는 것 같아. 책이란 말만 나오면 따분하지?"
영주가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민철이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어. 저자들이 하나같이 다 우물에 빠져봤던 사람이라는 걸 방금 빠져나온 사람도 있고, 예전에 빠져나온 사람도 있고,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앞으로 또 우물에 빠지게 될 거라고."
음・・・・・・ 간단해. 우리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거든.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저 사람들도 다 힘드네? 내 고통은 지금 여기 그대로 있지만어쩐지 그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른 우물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하고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어.”
p193
“이렇게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조금 수월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한순간에 분위기를 바꾼 영주의 얼굴을 보며 승우는 묻고 싶었다. 사는 게 뭐가 그리 힘이 드는지, 승우가 알기론 어떻게 어떻게하면 사는 게 수월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사람보다 사는 게 힘이 드는 사람이었다. 너무 힘이 드니까 힘들지않고 싶어 자꾸만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삶을 견디는 방법, 삶을 이어가는 방법을 그는 대화를 할 때면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p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