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암 위승렬
새해의 태양이 우뚝 솟아올랐습니다. 2023년은 계묘년 토끼띠 해입니다. 우리종친들 모두 토끼처럼 활기찬 2023년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토끼는 12간지 중 네 번째로 시간으로 따지자면 오전 5시부터 7시를 뜻합니다. 바로 이 시간을 묘시라고도 합니다. 요즘으로 본다면 아침형 인간으로 표현된다고나 할까요. 삶의 패턴이 새벽이니 부지런하고 근면하다는 대명사가 바로 토끼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은 집중력이 낮보다 뛰어나니 일거양득입니다.
언젠가 핸드폰 광고에서 ‘ 빠름, 빠름 ’이란 단어를 사용해 속도를 어필하는 것이 특이해 유심히 보곤 했습니다. 광고란 현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만큼 속도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삶의 최고의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토끼관련 사자성인 오비토주(烏飛\兔走)란 까마귀가 날고 토끼가 달린다는 뜻으로 까마귀는 해를 의미하고 토끼는 달을 상징한다고 보입니다. 돌이켜보면 하루는 길어 보이지만 한 해는 쏜살 같이 빠른 것을 새삼스럽게 실감합니다.
속도와 함께 고려해야하는 것은 방향이라 여겨집니다. 빠름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방향이라면 오히려 빠름이 해가 되고 장애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토영삼굴(兔營三窟)이란 토끼가 어려움에서 벗어나려 세 개의 굴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우리 씨족의 중흥을 위해 지혜롭게 다양한 방향을 잡아 미리 대비책을 짜야 하겠습니다. 또 다르게 보면 문중의 번영을 위해 人(인), 物(물), 企(기) 이 세 가지를 조합하는 지혜를 토끼에게 배워야 하겠습니다.
속도도, 방향도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인화(人和)라 사료됩니다. 우리 문중은 전국에 3만2천여 명이 각기 다른 처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실제 활동하는 종친들이 극소수라 대종회라는 제도권 안으로 많은 종친들이 들어오게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호사토비(狐死兎悲)라는 사자성어는 ‘여우의 죽음에 토끼가 슬피 운다’는 뜻으로 우리 종친들이 똘똘 뭉쳐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끼가 들어가는 사자성어를 통해 우리 대종회가 추구해야할 과제를 세가지로 살펴보았습니다. 바로 속도와 방향, 그리고 인화입니다. 이 세 가지는 필수 요소이지만 그 중에 으뜸은 인화라 하겠습니다. 종친화목이 없이는 속도와 방향이 아무쓸데 없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기쁠 때 함께 즐거워하고 슬플 때 함께 실컷 울어주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아무리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 하지만 토끼띠 해를 맞아 토끼의 지혜를 배우는 계묘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