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이사야 58,9ㄷ-14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9 네가 네 가운데에서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 버린다면, 10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네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고, 암흑이 너에게는 대낮처럼 되리라. 11 주님께서 늘 너를 이끌어 주시고, 메마른 곳에서도 네 넋을 흡족하게 하시며, 네 뼈마디를 튼튼하게 하시리라. 그러면 너는 물이 풍부한 정원처럼, 물이 끊이지 않는 샘터처럼 되리라. 12 너는 오래된 폐허를 재건하고, 대대로 버려졌던 기초를 세워 일으키리라. 너는 갈라진 성벽을 고쳐 쌓는 이, 사람이 살도록 거리를 복구하는 이라 일컬어지리라.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다. 13 “네가 삼가 안식일을 짓밟지 않고, 나의 거룩한 날에 네 일을 벌이지 않는다면, 네가 안식일을 ‘기쁨’이라 부르고, 주님의 거룩한 날을 ‘존귀한 날’이라 부른다면, 네가 길을 떠나는 것과 네 일만 찾는 것을 삼가며, 말하는 것을 삼가고 안식일을 존중한다면, 14 너는 주님 안에서 기쁨을 얻고, 나는 네가 세상 높은 곳 위를 달리게 하며, 네 조상 야곱의 상속 재산으로 먹게 해 주리라."
복음 루카 5,27-32
그때에 27 예수님께서는 밖에 나가셨다가 레위라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28 그러자 레위는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29 레위가 자기 집에서 예수님께 큰 잔치를 베풀었는데, 세리들과 다른 사람들이 큰 무리를 지어 함께 식탁에 앉았다. 30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그들의 율법 학자들이 그분의 제자들에게 투덜거렸다.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 3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32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1875년부터 1997년까지 사심으로 인해 세계 최고령 기네스에 올랐던 프랑스의 잔칼망(Jeanne Calment) 할머니. 이 할머니의 122번째 생신 축하 파티를 하던 중, 한 기자가 장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날 데려가는 걸 잊었겠지 뭐.”
참으로 유머러스한 대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았기에 세계 기네스에 오를 정도로 오래 사실 수 있었던 것이지요.
데일 카네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한 일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비참한 일을 생각하면 비참해진다. 무서운 일을 생각하면 무서워진다. 질병을 생각하면 병이 들고 만다.”
성공도 행복도 그리고 건강도 모두 자기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법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먼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볼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그 결과 주님께서 주실 은총을 발견하지 못하고 힘들게만 살아가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들은 앞으로 가질 것, 가지고 싶은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세리 출신의 레위를 당신의 제자로 뽑습니다. 레위는 크게 감동을 받았나 봅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를 경멸하고 멀리하는데도 불구하고, 당시의 슈퍼스타라고 말할 정도로 유명한 예수님께서 특별히 직접 뽑았으니 얼마나 영광스러웠겠습니까? 이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 특히 당시 종교 지도자들인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 제자들에게 투덜거립니다.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부정적으로 평가하기에 예수님의 행동 자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하느님의 일을 깨닫지 못하고, 하느님의 일을 행하지도 못하는 것이지요. 만약 이들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면 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면 예수님의 행동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하느님의 일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고,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아갈 수 있겠지요.
이제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보다 더 넓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사실 부정적이고 작게 생각한다고 해서 돈이 더 들어가는 것도 또 힘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 긍정적인 마음이 하느님의 마음이니까요.
나 자신이라는 존재가 있다. 그 존재는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월트 휘트먼).
실망 거두기(‘행복한 동행’ 중에서)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는 강화도에 사는 함민복 시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함 시인의 소설가 친구가 서울에서 찾아왔다. 두 사람은 고기를 잡기 위해 마을 어부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그물을 던지고 돌아왔다. 한참 뒤 다시 그물을 거두러 갈 채비를 하는데 어부들이 이러는 것이다.
“자, 우리 이제 실망 거두러 가자.”
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실망? 어망의 한 종류인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 고생해서 그물을 쳤으니 그물을 거두러 갈 때에는 ‘그물 가득’ 고기가 잡혔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기대에 못 미친다. 그물을 거둘 때 기대와 달리 고기가 하나도 없다면 어부들은 실망하기 마련이다. 어부들이 거두고자 한 ‘실망’은 바로 그것이다. 기대하면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아예 처음부터 텅 빈 그물인 실망을 거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괜히 부푼 기대를 했다가 마음이 상하게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어부들의 지혜였다.
어부들이 왜 실망을 거두러 가는 것일까? 오랫동안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며 살아왔지만 바다 속 상황을 훤히 다 들여다보지는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그저 고기가 많은 것이라 짐작한 곳에 그물을 쳤을 뿐이고, 실제 고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과는 알지 못하지만 그물을 던지고, 거두는 것이 없어도 실망하지 말고 또 던지자는 그들의 도전정신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강화도 어부와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욕심을 비우는 어부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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