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 친구들, 그리고 교우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부 주일학교에서 교감을 맡고 있는 오란희 바울라 입니다. 신부님께서 평신도 주일 강론을 맡기셨을때, 제가 감히 어찌 이런 시간을 감당해 내겠나 싶어 거절하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것 역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용기내어 감히 이 귀한 시간에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게 되었습니다.
평신도 주일이라 하여,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싶어, 알듯말듯한 평신도의 의미에 대해 검색도 해보고 여러분들의 묵상글도 읽어보았습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성직자 수도자와는 다른 위치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답하고, 말씀을 전하는 자가 평신도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평신도 사도직... 어찌보면 거창한 말로 들리지만, 자잘하고 소소하지만, 주님 보시기에 참 좋다 할만한 우리의 일상이 모이면, 평신도 사도직으로써의 직분을 잘 수행해 나가고 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주님 보시기에 참 좋구나..하실만한 우리의 일상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 친구들이 생각하기에 주님은 우리의 어떤 모습을 보시고, 또 어떤 마음을 느끼실때 참 예쁘구나..하고 웃으실까요? 작은 일에도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어린이, 힘들고 안타까운 일에 처한 사람을 마주쳤을때, 도와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기도하는 어린이.. 이런 소소한 일에 감사하고, 기도하는 우리 친구들을 보시면 너무 흐뭇해 하실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 부모님들, 어른들은 어떤 모습에 주님께서 흐뭇해 하실까요? 다분히 사심 가득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주님의 성전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는것을 보실때 아니실까요? 네. 이자리를 빌어 저는 감히 봉사하는 우리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에 성당에서 교사라는 것을 시작할 때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저 아이와 함께 성당에 오고, 가랑비에 옷젖듯 아이에게 신앙이라는 큰 인생의 길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고자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발길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기도라면 전혀 하지 않는 엄마가 성당만 오면 성호긋고 기도하는 모습에 아이가 어색해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요. 그렇게 자모회에서 돕는 일들을 하게되고, 아이들 행사에 조금씩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좋으신 많은 분들도 알게 되고, 나누면서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적적하고 외로울 수 있는 해외생활에서 어딘가 소속감을 느끼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곳이 성당이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기도에 익숙치 않은 엄마이자 주일학교 선생님입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봉사를 하면서 제 신앙생활에 대해 좀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무슨일에든 주님께 기도하고 청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결국은 모든것들에 감사하는 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에라모르겠다, 다 주님이 알아서 해주시겠지..라는 종교적 합리화 말고요. 교사는 힘들다, 고생스럽다,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교사는 그만큼 자기시간을 내어놓아야 하기에 말표현 그대로 힘들다면 힘듭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를 달리보면, 주일학교 안에서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대하면서 이 나이 아이들을 한발 뒤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시간을 이끌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고생스럽다면, 고생스럽지요. 하지만, 이후에 느끼는 보람은 그 어떤 봉사보다 크고 어마어마 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자리에 있는 것 만큼, 교사는 아무나 하는 것 맞습니다. 그러니 아이들과 함께 성당에 발걸음 하시면서 주일학교와 관련된 봉사에 손사레치지 마시고, 발 들여놔 보시길 적극 권합니다.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제가 여기계신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며, 기회는 언제든 온다는 것, 그리고 평신도로써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도직이란 것입니다.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봉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시는 시간 되시길 바라며, 이런 나눔의 귀한 시간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