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반
집 앞으로 누가 지나가는지
초순이가 미친듯이 짖는다.
더 자고 싶었는데
계속 짖는다.
이불 안에서 계속 꼬물거리다가
에디 루나까지 합세해서 너무 대차게 짖길래 결국 일어났다.
초순이가 짖기를 멈췄는데도
에디루나가 계속 짖어서 왜인가 했더니...
응아가 마려웠던 모양이다.
집 안에선 응아 안하는데
내가 너무 늦게 열어줘서 결국.......
그래서 아침부터 집 물청소
에디>루나>초순이 순으로 밥을 챙겨줬는데
에디가 자기 밥은 안먹고 나를 따라 졸졸 쫓아 다니다가
애먼 초순이 밥을 자기가 다 먹어 버린다.
어제는 루나가 뺏어 먹고,
오늘은 에디가...
초순이는 뭐 어떻게 손 쓸 수도 없이
눈 뜨고 코 베이는 중
그새 루나가 물에 발 한 번 담그고 흙을 밟고 왔나 보다.
초순이 밥을 다시 챙겨 주려고 집 문을 나서면서
루나 사진을 찍어 주려고 카메라를 켠 순간
흰 셔츠에 루나가 발자국을......
안겨올 줄은 알았지만
젖은 발로 그럴 줄은 몰랐네
그러고 보니 바닥에 이미 루나 발자국이 다다닥 찍혀있다.
어차피 막 입는 옷이었지만
입자 마자 이럴 줄이야 ㅋㅋ
새벽부터 설쳐서 그런지 초순이가 아침 이른 시간부터 자려고 자세를 잡는다.
에디가 오늘은 자기 담요를 물고 밖으로 쭐래쭐래 나오길래
한 눈 판 사이에 담요를 챙겨다가 다시 집에 넣어 주려고 하는데
뺏기 놀이 하는 줄 아는지
에디, 루나가 번갈아 가면서 낚아 채려고 한다.
위로 들었다 내렸다하다 보니
뭔가 강아지 낚시하는 기분
오늘도
여전히 예쁜 코스모스
그러고 보니 루나가 가끔 풀을 뜯어 먹는데
꽃은 입에 안대는 것 같다.
루나는 또 대야에 들어가서 물장구 치고 노는데
에디가 그 옆에 쪼르륵 와서는 루나 얼굴에 묻은 물을 핥는다.
그게 무슨 의미인진 모르겠지만
사이 좋아 보이고 좋네
루나가 실컷 물장구 친 물을
에디는 또 식용수로 이용
수영 후 잔디밭을 굴러 다니며 몸을 잘 말리나 싶었는데
또 나한테 앵긴 루나
포기하면 편하다.
'아홉살 인생'이었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었나..?
후자인 것 같은데
중학교 시절 읽었던 책인데
줄거리나 다른 내용은 전혀 기억 나지 않지만
딱 하나 어렴풋이 뇌리에 남아있는 내용이 있다.
비오는 날, 이미 신발이 젖어 버린 사람은
발이 젖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그런...
정확한 글귀는 떠오르지 않는다.
비오는 날 우산 쓰고 물웅덩이를 지나칠 때마다 떠올렸던 말을
흰 셔츠에 찍힌 루나 발자국을 보고 다시 떠올렸다.
곰돌이 모양으로 찍혔는데
흙탕물이다보니 이게 마르면서 흙이 떨어지며 점점 옅어졌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아예 물감을 사다가 애들 발에 묻혀서
옷에 마음대로 찍어보게 해봐야겠다.
똥손으로 그린 저 그림보다 아마 훨 예쁘게 찍힐 듯
에디, 루나는 집에 들여보내고
초순이와 마을 산책
초순이는 내가 자기를 쓰다듬지 않으면
얼른 쓰다 듬으라고 손 밑으로 자기 머리를 들이민다.
그래서 초순이와 있으면 두 손 중 하나는
꼭 초순이 몸에 밀착시켜야한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들으며
초순이와 밤공기 마시기
오늘 하루도, 끝.
#래브라도 #리트리버 #흰셔츠와_곰돌이 #가을_우체국_앞에서